창원 도시철도사업 이대로 괜찮나 (2) 수요예측 믿을 수 있나?

창원 도시철도 논란의 핵심은 수요 예측이다. 수요 예측 잘못은 곧장 적자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심한 경우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을 진행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까운 김해 경전철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시작한 김해 경전철에 김해시는 20년 동안 매년 700억 원가량의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이 탓에 창원 도시철도의 수요 예측도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수요 예측 과장됐다" = 시민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출발점은 용역기관마다 서로 다른 수요 예측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2009년 한국교통연구원이 진행한 기본계획 조사에서는 하루 14만 456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는 10만 7295명의 수요를 계산했다. 지난해 진행된 타당성 평가에서 (주)도화엔지니어링은 하루 11만 7630명을 예상했다. 이처럼 기관마다 예측이 달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창원 도시철도 수요 예측에 대한 가장 큰 불신을 불러온 부분은 전국적으로 공공기관의 수요 예측 뻥튀기가 관행처럼 진행된 점이다.

지난 5월 15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경남창원과학기술진흥원에서 열린 창원 도시철도 건설을 위한 공청회에서 타당성 용역 수행기관인 (주)도화엔지니어링 관계자가 용역 중간보고를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전국에서 도시철도를 시행하는 16곳 도시 중 수요 예측과 비교해 승객을 50%도 확보 못 한 곳이 15곳, 30%도 확보하지 못한 곳은 11곳에 이른다. 인구 51만 김해시의 경전철은 하루 17만 6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재 18% 수준인 3만 3000명에 그치는 것도 중요한 사례 중 하나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창원 도시철도의 수요 예측은 과장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구 148만 명인 광주시의 도시철도 하루 승객은 4만 8000명, 인구 153만 명의 대전시 도시철도는 9만 6000명에 불과하다. 이에 인구 110만 명의 창원시에서 하루 12만 명의 도시철도 이용은 과장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구심은 버스·택시에서 도시철도로 전환하는 승객수다. 타당성 평가에서는 자가용에서 전환하는 4만 명을 제외하고 버스 승객 7만여 명, 택시 승객 1만 7000여 명이 도시철도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창원시 시내버스 하루 이용객은 대략 29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창원시도시철도 타당성 검증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아무리 환승 시스템이 잘 갖춰져도 마산∼창원∼진해를 연결하는 단일 노선의 도시철도로 8만여 명이 옮겨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산합포구처럼 9개 중·고교가 집중된 지역을 벗어나 노선이 계획돼 있어 학생 수요를 예상만큼 흡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창원 도시철도 수요 예측에서 첨두시(출·퇴근 시간대) 재차 인원 수요 예측도 도마에 오른다. 첨두시 한꺼번에 얼마나 많은 승객이 이용하느냐는 적절한 차량시스템을 결정할 근거가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는 1045명(한 방향·시간당), 타당성 용역평가에서는 2064 명(한 방향·시간당)으로 두 배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다.

창원시의회 김석규 의원은 "수요 예측이 기관에 따라 약 3만 명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다른 도시의 사례를 보더라도 창원 도시철도의 수요 예측은 신뢰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김해 경전철처럼 되지 않으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검증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격한 기준 적용해 산출" = 창원시는 수요 예측이 과장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해, 용인, 의정부 경전철 부실 수요 예측 탓에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용역기관에서 엄정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수요 예측이 기관마다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원인은 각자 다른 자료를 활용한 탓이라고 밝혔다. 2009년 기본계획은 2008년 전국 KTDB(국가교통센터자료) 중 부산·울산권 자료를 세분화해 활용했고, 2011년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는 2009년 부산·울산권 KTDB를 적용, 2012년 타당성 평가에서는 2011년 부산·울산권 KTDB를 적용됐다고 해명했다. 분석자료 시점이 달라 사회적 지표 변화 등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배차 간격이 다르게 적용된 차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비 타당성에서는 첨두시 10분·일반시간대 20분 간격, 타당성 평가에서는 첨두시 7.2분·일반시간대 14.4분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예비타당성 평가에서는 659개 수요 예측 존을 적용했지만 타당성 평가에서는 739개 존으로 세분화한 점, 경남대 경유 등 6개 합리적인 대안노선을 적용한 점에서 차이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첨두시 재차 인원 차이에 대해서는 창원시 통합 전후의 자료를 적용한 것이 원인이라 밝혔다. 창원시 통합 전 자료를 적용한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한 사람이 평균 4.85㎞를 승차하고, 통합 후 자료를 적용한 타당성 평가에서는 평균 8.11㎞를 승차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통합하면서 창원, 마산, 진해 등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이 많아져 승차거리가 길어졌고, 결국 재차 인원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광주시, 대전시 등 인구 대비 창원시의 수요 예측이 더 많은 점은 지형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광주와 대전은 방사형 도시로 인구가 분산돼 있고, 또 신도시 등으로 발전 축이 외곽으로 확산했지만 도시철도는 기존의 도심 중심을 지나면서 승객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안다"며 "해안선과 대로를 따라 발전한 창원시와는 지형적인 여건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창원 도시철도는 MRG사업(최소운영수입보장)이 아니라 재정사업이기에 시민이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과는 다르다. 또 정부 심사를 통과한 상황에서 수요를 뻥튀기할 이유가 없다"며 "시민이 우려하는 점을 점검하고 또 창원시 대중교통체계 등을 마련해 문제없이 사업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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