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스케이트보더 이창규 씨

가만히 서 있어도 더운 날씨, 건장한 사내 몇몇이 모여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흘러내리는 땀은 아랑곳 하지 않고 바람을 씽씽 가르며 진지하게 자세, 묘기 연습을 한다. 그러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이내 누군가를 찾는다. 바로 이창규(26·창원시 팔룡동·사진) 씨다.

창규 씨는 12살 때 처음 스케이트보드에 올랐다. 어려서부터 컴퓨터 게임 같은 것보다 운동하는 걸 좋아했다. 어느 날 운명처럼 문구점에 진열된 스케이트보드가 그의 마음을 끌었다. 그때부터 무작정 혼자 연습을 시작했다. 많이 연습할 때는 10시간씩, 두려움을 이겨가며 연습하길 2~3년. 그러다 우연히 같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형들을 만나 함께 본격적으로 연습을 하게 됐다.

전국 규모 대회에 나간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참가 자격은 20세 미만으로 제한된 대회였지만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스폰서가 생겼고 더 열심히 각종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지금도 대회는 되도록 다 나가려고 해요. 그래서 서울을 한 달에 두세 번은 가죠. 외국에서 열린 대회는 세 번 나가봤어요. 하지만 실력 차를 많이 느꼈어요. 물론 개인 역량이 가장 크긴 하지만 확실히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이라 그런지 외국 선수들 실력이 더 좋긴 해요. 여기선 프로라고 불리긴 하지만 외국 선수들 실력에 비한다면 아마추어 수준이죠."

스케이트보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이지만 그의 본업은 헬스 트레이너다. 새벽 6시 출근해 낮 1시에 퇴근한다.

빠듯한 중에도 매주 수요일 저녁 창원 삼동공원에서 무료 강습도 한다. 참가자격은 단 하나, 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된다.

"요즘 특히 유행인 것 같아요. 참가자가 많이 늘었거든요. 예전엔 보통 3명 정도 참가했었는데 요즘은 많이 올 땐 30명 가까이 와요. 함께 연습도 하고 친목도 쌓을 수 있어 재밌어요. 더 많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창규 씨는 현재 스턴트비(StuntB)라는 팀에 소속되어 있다. 팀이 있어 기업의 협찬도 받는다. 그가 사용하는 스케이트보드 데크엔 기업의 상호가 그려진 스티커가 가득 붙어 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부모의 반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위험한 묘기들을 연습하다 보니 보호장비를 해도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부모님께서 많이 말리셨어요. 어려선 못하게 하셨는데 10년쯤 되니까 이젠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타라 하시지만요." 그의 양팔 곳곳에 있는 흉터들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 스케이트보드는 일부 젊은층의 마니아 문화처럼 인식되지만 외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젊음과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보다 보편적인 스포츠고 문화다.

"우리 지역에도 조금씩 X게임(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를 줄여서 부르는 용어로 자전거 스턴트, 스케이트 보드, 인라인 스케이트 등이 포함되어 있다)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이 생기곤 하지만 아직도 시설이 많이 부족하죠. 그런 점에서 스트리트 파크 같은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평범한 땅 위에 연습을 할 수 있는 작은 기물들을 갖춘 장소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스케이트보드는 더 대중화될 수 있을 거예요."

창규 씨가 10년 넘게 빠져있는 스케이트보드. 그 매력이 뭔지 묻자 대번에 답이 돌아온다.

"어려운 거요. 아직도 욕심나게 만들 거든요. 기술도 더 어려운 걸 해보고 싶고 자세도 더 멋지게 하고 싶고요. 처음 탔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에게 스케이트보드는 가장 친한 친구예요."

스케이트보더로서 꿈을 묻자 창규 씨가 머뭇거린다.

"물론 꿈이 있지만 나중에 이루고 나서 알리고 싶어요. 잘 가다듬어서 정말 이루게 되었을 때 그때 이런 꿈을 꿨고 정말로 이루게 되었다고요."

마주 앉아 웃는 그의 얼굴을 보니 그 날이 멀지 않은 게 느껴진다. 그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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