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4대강 중 하나인 낙동강 둔치에 꾸민 이른바 '생태공원'에는 망초가 가득하다. 망초는 1910년 대한제국에서 경술국치 후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에 유입됐다. 이후 망초는 전국을 뒤덮었다. 이 때문에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이라고 해 망초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6일 오전 8시 30분 폭염 속 4대강 사업 검증을 위한 현장조사를 하려고 창녕함안보를 향해 출발했다. 이번 현장조사는 '민주당 4대강사업진상조사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이 함께 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창녕합천보 가까이 다다르자 강에는 보트가 갈지자로, 때로는 타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낙동강 보 관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녹조가 발생한 강물을 보트를 이용해 휘젓고 있었다. 그리고 보 수문을 열어 물을 방류했다.

그러나 강물은 여전히 녹색이었으며 녹조 사체인 하얀 거품이 곳곳에 떠다녔다. 또 눈에 띈 것은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며 꾸민 이른바 생태공원에 가득한 망초였다. 이곳에서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의 국민검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장조사단은 먼저 보트를 타고 창녕함안보 아래쪽에서 수심을 측정했다. 애초 설계대로라면 강 준설로 수심이 6m를 유지해야 하지만 세굴 현상으로 강바닥이 심각하게 깎여 깊은 곳은 27m로 조사됐다. 보의 붕괴위험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녹조가 발생한 강의 수질도 함께 측정했다. 현장조사에 함께한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녹조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고도정수처리가 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강이 강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갔다.

이날 오후 1시 낙동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함안군 칠서취수장을 찾았다. 이곳에서도 녹조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녹조를 걸러내기 위한 조류방지막이 설치돼 있었으며 물살을 일으켜 조류를 분산시키고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표면폭기장치가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오후 3시 합천창녕보로 이동해 보의 '파이핑(piping) 현상'을 먼저 점검했다. 파이핑은 흙 속에 파이프 모양의 물길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와 함께 합천창녕보 아래로 내려가 직사각형 모양의 철재판 뚜껑을 열었다.

그 속에는 물이 흘러나오는 모습이 관찰됐다. 박창근 교수는 "파이핑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핑 현상은 설계 잘못이거나 부실시공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 일간지에서 4대강 사업을 수주해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업체의 대표에게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보도를 접했다. 결국 비리가 부실시공, 안전 위협,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합천창녕보에서 강둑을 따라 1㎞쯤 떨어진 하류를 향해 걸었다. 준설로 수심 6m가 돼야 하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모래가 둔치 쪽으로 곳곳에 쌓여 있는 것을 육안으로 쉽게 확인했다. 재퇴적이 일어난 것이다. 현장조사단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보 하류에 던진 그물을 걷어냈다. 강준치와 동자개, 붕어 등의 물고기가 올라왔다. 이 물고기는 물의 흐름이 없는 곳에서 사는 '정수성 어종'이다. 보 설치로 인해 강이 호수처럼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4대강 사업 검증을 위한 현장조사가 6일부터 9일까지 이뤄지는 가운데 첫날인 6일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됐다. 다른 강 역시 오늘 조사해 확인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창원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검붉은 하늘과 구름이 가득한 사이로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을 봤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이명박 정부의 망국적 만행에 하늘이 진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국정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밝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때이다. 4대강을 본래의 강으로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 아이가 살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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