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8월 초엔 날짜는 조금씩 다르지만 온 국민의 휴가 기간이 몰려 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 지난주는 우리 딸아이 어린이집 방학, 이번 주는 신랑 여름 휴가 기간이다.

2주에 걸쳐 방학과 휴가가 있는데 난 즐겁지 않다. 오히려 그들 때문에 평소보다 할 일이 훨씬 더 많아졌다.

특히 올해는 갓난쟁이 둘째까지 있는 까닭에 집을 떠나는 휴가는 꿈도 못 꾸게 돼 더더욱 휴가가 반갑지 않다. 2주 동안 집에서 세 사람의 식사를 삼시 세 끼 내내 챙겨야 하고 티 안 나는 집안 일에 육아까지. 난 더 힘들고 바빠졌다.

4살짜리 딸아이도 방학이 있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직장인들에겐 휴가도 주는데 왜 주부에겐 엄마에겐 휴가가 없을까.

보통의 가정을 보면 직장을 다니든 전업주부이든 직종으로 치면 수십 개는 족히 넘을 다양한 집안 일을 모두 여자 손으로 처리하고 있다.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가족들 관계 개선·유지를 위한 정신적인 노동까지. 몸도 마음도 편하게 살기 힘든 게 바로 여자들이다. 그래서 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휴가가 필요하다 여긴다.

이렇게 얘기하면 남자들 측에서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남자는 안 힘들고 안 바쁜가? 돈 벌러 다니느라 너무 힘들고 바쁘고, 남의 돈 거저 먹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당연하지, 누가 아니라고 했나. 남자들도 가장으로서 힘이 많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남자들의 노동은 누구나 다 인정을 해주지 않나. 노동의 대가도 주고, 고생한다고 휴가도 준다.

주부는 다르다. 집에서 하는 노동의 대가도 없을뿐더러 휴가도 없다. 그렇지만 노동의 대가를 달라, 휴가를 달라 자신 있게 얘기하는 이는 없다. 내가 이만큼 일을 했으니 이제 휴가를 가야겠다 해서 진짜 떠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지금까지 실천해보지 못했다. 어쩌면 앞으로도 힘들지 모른다. 남편이나 부모님이 고생했다면서 먼저 휴가를 주면 모를까. 가정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스스로 휴가를 챙길 수 없는 여자들이다. 휴가가 꼭 필요하지만 못가는 사람이 바로 주부이자 엄마인 여자들인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몸이 많이 쇠약해졌지만 내 몸 챙길 틈도 없이 살림과 육아로 지쳐가고 있는 여성들. 아무 생각 없이 잘 지내다가도 한 번씩 피로가 누적되어 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입으로 나오는 말…. 나도 좀 쉬고 싶다…. 그 쉼을 가족들이 먼저 챙겨주는 건 어떨까.

   

휴식은 생산을 위한 투자라는 말이 있다. 엄마가 밝아지면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다. 건강한 가정을 위해 더 나아질 우리 가정을 위해 주부들에게도 짧지만 달콤한 재충전의 시간이 될, 휴가를 선물해주자.

/김성애(구성작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