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53) 이유수 고성 가싯골참다래농장 대표

"이 골짜기를 옛날부터 가싯골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아래 위계서원이 있어서 농장 이름을 처음에는 위계농원이라고 했는데, 몇 년 전 귀농한 아들이 지난해 '가싯골 참다래 농장'이라고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앞으로는 아들이 농장을 이어받아 가꿀 테니 아들 의견을 따랐습니다."

이유수(69) 대표가 가꾼 고성 가싯골 참다래농장은 마암면 석마리 얕은 산자락에 있다. 농장 전체 면적은 6만 1000㎡(1만 8500평)로 우리나라 개인 농장으로는 작지 않은 규모다.

◇공무원에서 농장주로 = 이 대표가 과수원을 꾸린 것은 30년가량 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무렵 공무원을 명퇴했으니 오랫동안 겸업한 셈이다.

"공무원은 퇴직하고 난 다음에 할 게 없겠다 싶더군요. 소일거리를 찾다가 적성에 맞을 듯해서 감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처음 1만㎡(3000평)에 감나무를 심었다. 한해한해 꾸준히 과수원을 늘려 갔다. 그런데 감나무는 농약을 여러 번 쳐야 했고, 혼자서는 일을 감당할 수 없었다.

대체 작물을 찾던 이 대표의 눈에 참다래가 들어왔다.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했다. 그렇게 20년쯤 전에 참다래를 심었다. 10년 전 영양제와 비료, 농약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생명환경농업을 도입한 이 대표는 무농약으로 재배하다 올해 전환기 유기농 신청을 했다.

이유수 대표와 부인 이숙녀 씨.

마산에서 살던 아들 철원(43) 씨 부부는 3년 전 귀농했다. 이 대표 부부만으로는 일이 힘겨워지자 아들 부부에게 귀농을 권했다. 하지만 도시에서 생활하던 사람에게 귀농은 쉽지 않은 일.

"강제할 순 없죠. 특히 며느리를 이해시키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농사일은 아내의 협력이 필수니까요. 부부가 잘 의논해서 결정하라고 했죠. 결국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아들 내외가 귀농했습니다. 그런데 아들도 며느리도 일을 참 잘해요. 완전 보배입니다."

이 대표는 관련 교육이 있을 때마다 아들 철원 씨와 며느리 제회숙 씨를 함께 보낸다. 부부가 함께 알아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내의 소원, 비와 아파트 = 이 대표는 "농사짓는 사람이 나다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농사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대표의 열정은 좀 과한 편이다.

6만㎡가 넘는 과수원을 부인과 둘이서 일구었다. 과수원에 물을 주는 관주시설도 이 대표가 파이프를 하나하나 직접 심으며 만들었다. 영양제와 농약을 만드는 것도, 그것을 나무에 주는 것도 모두 부부의 일이다.

특히 여름철 전후 6개월가량은 농장에서 먹고 자며 일한다. 겨울에도 집에서 잠만 자고 아침 일찍 농장으로 오기 때문에 이 대표 부부를 아는 사람들은 "따로 약속을 하지 않아도 1년 365일 언제든지 농장에 가면 이 대표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쉬는 날이라고는 명절과 비 오는 날. 그래서 부인 이숙녀(69) 씨는 요즘처럼 짱짱한 하늘에 폭염이 계속되면 "비가 좀 와야 하는데"라며 남들은 사정 모를 한숨을 내쉰다.

"집사람 소원이 뭔지 아세요? 아파트에서 살아 보는 거예요. 매일 산에서 고생하니까 편한 아파트에서 사는 게 소원이라고 해요. 하지만…."

말끝을 흐리는 이 대표의 얼굴에 부인에 대한 미안함이 역력하다.

이 농장에서는 조생종 그린키위인 대흥과 골드키위인 한라골드, 만생종인 헤이워드를 키우고 있다. 도입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레드키위는 지금도 조금 열려 있지만, 내년 정상 수확을 예상한다.

올해 수확량은 60~70t을 예상하며, 앞으로 120t 수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확물 중 20t가량은 고성군의 공룡나라쇼핑몰과 자체 쇼핑몰 등 직거래로 판매하고, 나머지는 공판장에 넘긴다. 직거래 물량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다.

대흥그린키위

◇땅 살리는 생명환경농업 도입 = 처음 과수원을 하며 실패도 많이 했다. 거름 양을 잘못 조절하거나, 물 주기에 소홀해 농사를 망치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깨달은 것이 땅의 중요성이었다.

"상품이 잘 나오려면 결국 땅을 좋게 해야 합니다. 땅이 살아나야 과수도 튼튼해집니다. 과수는 토양을 완전 개량해야 합니다."

고성군은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생명환경농업을 도입했다. 이 대표 역시 고성군의 지원으로 충북 괴산에 가서 관련 교육을 이수했다.

낙엽 등을 이용한 미생물을 관주시설을 통해 공급하고, 당귀·계피 등을 이용한 한방 영양제도 나무에 준다.

참다래 나무에 뿌리는 직접 만든 한방 영양제는 사람이 먹어도 된다.

"아들 친구들이 일 도와준다고 온 적이 있습니다. 고생했다고 새참을 차려주면서 막걸리에 한방영양제를 섞어 줬더니 맛있다고 아주 좋아하더군요."

미네랄 성분을 보충하기 위해 통영까지 가서 바닷물을 길어와 물에 희석해 주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참다래 나무를 '일문자형'으로 키운다.

송송열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가는 "우리나라 참다래 농가에서 일문자수형은 절반이 안 된다. 뉴질랜드식인 일문자식은 나무의 기둥(주관)에서 가지를 좌우로 일자로 벌리고 거기(주지)에서 다시 가지가 좌우로 나와 열매가 열리는 형식으로 작업 능률 등을 위해 일문자식으로 교체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기술 지원 등 도움을 준 공무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농업기술센터나 농업기술원 등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기술 지도와 각종 지원 등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공무원들이 정말 열심히 하더군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노력해 왔습니다."

◇아버지 열정 이어받은 아들 = 아들 철원 씨는 아버지의 열정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아들의 열정에는 이 대표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아들이 정말 대단합니다. 젊으니까 확실히 달라요. 나는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자만심이 있는데, 아들은 늘 연구하고 노력합니다. 지금 아들은 농사를 지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치고 있습니다. 자신감, 이게 중요합니다. 이 일은 열정만으로는 안 되거든요."

이 대표에 따르면 철원 씨가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것은 '3색 키위'.

그린키위와 골드키위, 레드키위를 같이 포장한 '3색 키위'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시각과 미각을 함께 잡으려는 철원 씨의 아이디어이다.

아버지 이 대표는 참다래 역수출을 꿈꾸고 있다.

"키위는 원래 중국이 원산지입니다. 그것이 뉴질랜드로 건너가 재배된 거죠. 요즘 FTA다 뭐다 해서 농촌이 어렵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지난번 교육에서 이 위기를 기회로 살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중국은 인구가 많다 보니 연소득 1억 원 이상인 사람도 아주 많습니다. 그 사람들을 타깃으로 친환경 참다래를 수출하고 싶습니다. 일반 농산물은 경쟁력이 약하더라도 친환경 농산물은 얼마든지 시장 개척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소규모 개인 농장에서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맞추는 등 각종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친환경 농산물 수출에 대한 행정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추천이유>

◇송송열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가 = 이유수 가싯골참다래농장 대표는 공무원을 퇴직한 이후 참다래 농장을 조성해오면서 현재 6ha의 대규모로 고품질과 노동력·경영비 절감을 위해 적극 노력해 일반농가에 비해 20~25% 더 생산하는 진짜 강소농입니다. 이 대표는 새로운 기술개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평덕식 과원을 체계화된 새기술 전정 방법인 일문자형으로 80%이상 전환해 관리의 효율화를 기하면서 지역 참다래 재배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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