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오만하게 제압하라〉 여자들에겐…남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오만하게 제압하라>는 "남자들의 비즈니스리그에서 승리하는 여성들의 전략적 지혜"를 담은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예상과 달리 남자다. 저자는 남자가 왜 이런 책을 썼냐는 질문에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보이는 태도 패턴에 대해서라면 아무래도 남자가 설명하는 것이 더 확실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남자가 써서 그런 건진 몰라도 여자들을 위한 책임에도 남자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이 많다. 여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고 받아들일진 모르겠지만, 남자들이 읽고 찔리는 부분이 많다면 그건 여자들에게 유용한 지혜임엔 틀림없을 것 같다.

저자는 남자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영역 개념을 도입해서 설명한다. 남자들은 자신의 영역에 애착이 강하고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 영역을 확보하는 작업은 비언어적 메시지를 통해서 하는데, 그렇기에 영역신호를 보내는 남자들에게 대화를 통한 언어적 접근은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역을 확보하려는 남자에 대해서 여자들은 영역 점령으로 맞서야 한다. 영역 확보가 신호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처럼 영역 점령도 언어가 아닌 비언어적 행동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 비언어적 행동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부드러운 접근이 아니라 영역에 대한 확고한 태도" 즉, '오만'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오만하게 제압하라>인 것이다.

   

1단계: 노크를 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2단계: 아무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방에 들어섰다. 3단계: 상사 앞을 그냥 지나쳤다. 4단계: 배낭으로 의자를 점령했다. 5단계: 자기 자리에 앉았고 책상을 점령했다.

별거 아닌 듯하지만, 교묘히 의도된 일련의 행동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는 강한 안정감을 얻고, 나아가 전투에 임할 막강한 힘을 갖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대화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의견을 팽팽히 내세우는 논쟁 또한 '성립불가'이다. 어떻게든 의도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먼저 '영역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답은 간단하다. 좀 더 '오만하게' 행동해야 한다.

보통의 여성들은 오만에 두려움을 가진다. 저자의 세미나에 참가한 여성들은 여성 상사의 오만이 남자 부하에게 상처가 될 거라며 우려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여성들만의 걱정이다. 대개의 남성은 상사의 영역 점령 신호를 자존심을 상해하지 않고 상사로서 보낼 수 있는 당연한 지위의 확인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차이를 저자는 아이들을 들어 이렇게 설명한다.

여자아이들은 서로 동등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만해 보이면, 또래 여자애들 사이에서 미움을 받게 된다는 걸 여자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배우게 되는 거죠.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다른 사람들의 욕구와 균형을 맞추는 방식을 배웁니다. 남자아이들은 무리 속에서 높은 지위를 갖고 싶어하고 그래서 스스로 낮추기보다 돋보이려 합니다. 남자아이들은 그가 '대장 노릇' 한다고 비난하지 않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에게 도전하고 다른 사람의 도전을 받음으로써 서열을 정하는 의사소통방식을 배웁니다.

책이 너무 권력 지향적인 건 아닐까? 이런 의문에 저자는 "권력이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권력을 줄 수 있다"고 단호히 대답하다. 그리고 "권력을 가졌다는 것은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 구조를 짤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뜻"이라며 권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중립적으로 돌려놓는다.

<오만하게 제압하라>는 보는 내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건질 게 많은 책이다. 여자들에겐 남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고 남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현실에서, 특히나 한국의 상황에서 여자가 책의 조언을 실행하기엔 부담이 크다. 저자는 외로움과 나쁜 평판을 리더의 숙명이라며 감수할 것을 권했는데 사실 이런 비용을 치르면서 오만의 전략을 유지하기란 남자들도 사실 쉽지 않다.

그렇다면 책은 대부분 여자에게 무용지물일까? 책의 조언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그런 난제인가? 그렇진 않다. 행동하진 못할지라도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알고 있으면 눈빛 자체가 달라지고 대응도 빨라진다. 그 미묘한 차이는 상대에게 전달된다. 이것도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부하 남성에 대한 여성 상사의 영역 점령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책이 소개하는 영역 신호들은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들이다. 생각해보니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드라마는 사실감과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인간들 간의 비언어적 장면들을 많이 활용한다. 남성들 세계의 비언어적 영역 확보와 점령의 대결이 저자만의 주장이 아니라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인 것이다. 이런 거 혼자 모르면 손해 아닐까?

/거다란(거다란·http://geod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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