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79) 부산 해운대 이색 피서지 주라지 공원과 추리문학관

누구나 떠올리는 최고 피서지 '바닷가'. 하지만 말 그대로 절정의 더위 속에서 '물 반 사람 반'인 여름의 바다는 '휴가를 온 것인지, 극기훈련을 하러 온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지금 이 순간 '딱' 바다가 좋지만 '해수욕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시설이 갖추어진 바닷가'로 변신한 해수욕장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우선 부산 해운대로 향했다. 하루에 한 번 해운대로 향하는 기차(창원 중앙역에서 오전 8시 26분)에 몸을 실었다. 해운대역에서 바다로 향하는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바다의 바람과 기운을 느끼면서도 빌 디딜 틈없는 모래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미루기로 했다.

△주라지 공원 = 동물원(zoo)과 공룡의 시대인 쥐라기(Jurassic)를 합성한 '주라지 공원'이 지난달 5일 신세계 센텀시티 옥상에 문을 열었다. 해운대에서 차로 이동하면 10여 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해운대에서 세 정거장만 지나면 된다. 지하철은 밖으로 나갈 것도 없이 곧바로 센텀시티 1층과 연결되어 있다.

신세계 센팀시티 옥상 '주라지' 입구

공룡 모형과 해적선, 회전목마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설들이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회전목마는 당일 백화점 상품 구매권이 있어야 가능하다. 부담을 느낄 것은 없다. 음료수 한 잔 사먹은 영수증만 있어도 이용할 수 있다.

1200평 규모의 '주라지 공원 ' 안으로 들어갔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거대한 공룡 갈비뼈 사이를 통과해 본격적인 공원 탐방을 시작한다. 프테라노돈 알에도 들어가 보고 디노 슬라이드 미끄럼틀에도 몸을 맡긴다.

기하학적인 모형으로 만들어진 동물들이 반기는 아프리카 마을.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짚으로 만든 휴식 공간이다.

아프리카 마을

짐을 풀어놓고 한숨 돌린다. 하지만 그럴 여유도 잠깐이다. 회전목마가 눈에 들어온 아이는 뛰어간다. 주전부리를 사면서 받았던 영수증을 챙겼다.

아이를 기다리며 회전목마에 담긴 이야기를 읽었다. 정령의 나무. 아주 먼 옛날 신비한 정령의 나무 열매를 몰래 따먹었다가 몸이 굳어버린 동물들이란다. 착한 일을 해야 모습이 돌아오는 벌을 받아 그 후로 아이들을 태워주는 회전목마가 되었단다. 제법 그럴싸하다.

정령의 나무와 회전목마

아이의 발걸음은 해적선으로 향했다. 18세기 캐리비안 해적 검은 수염의 해적선이다. 망원경으로 내려다보니 해운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적이 훔쳐다 놓은 보물상자도 보인다. 제법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그리고 빗물정원. 이른 오전부터 이글거리는 태양 때문에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바닥 분수와 안개 분수가 있다. 말릴 새도 없이 아이는 분수 속으로 숨어들었다. 물에 흠뻑 젖어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해적선과 해골 조각상

△추리문학관 =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추리문학 전문도서관이 해운대구 달맞이길 117번 나길 111에 자리하고 있다.

<여명의 눈동자>로 잘 알려진 김성종 작가가 지난 1992년 설립했다. 추리 문학 보급과 발전을 위해 설립한 이 도서관은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지상 1·2·3층)에 총 좌석 수는 315석이다. 추리소설 1만 7000권을 비롯해 일반 문학 1만 3500권 등 4만 7600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셜록 홈스의 집'으로 이름 붙인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확 밀려온다. 아주 오래된 책 냄새다.

달맞이 고개 추리문학관

독서로 더위를 나는 사람들이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음료수가 입장료를 대신한다. 음료를 시켜 2층으로 올라갔다. 탁 트인 통유리 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를 잡았다. 위대한 문호들의 진기한 사진이 많이 전시돼 있다.

3층은 말 그대로 도서관이다. 도서가 가장 많이 비치돼 있고 조용하다. 아이와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부산했던 마음을 접고 아이와 잠시 책읽기에 몰두한다.

1층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2·3층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토·일요일도 운영한다. www.007spyhouse.com. 051-743-0480.

이글거리던 태양이 어느덧 조금씩 누그러진다. 해운대의 바람은 도시의 그것과 달라 오후 5시를 넘기니 제법 상쾌하다. 모래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운대에서 집으로 가는 기차는 오후 6시 37분. 잠시 모래놀이도 하고 바다에 발도 담그며 '해운대'를 즐겼다.

해운대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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