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지승훈 MBC경남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작가

매일 낮 12시~오후 2시. 열린 귀만큼 꿈을 꾸는 시간이다. 점심보다 더 맛있는 이야기로 희망을 얻고 소통할 수 있는 때. 창동예술촌 오픈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MBC경남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이 청취자를 찾는다. 김창환 PD가 이끌고 조복현 DJ 목소리로 퍼지는 '삶의 소리'는 '다짜고짜 퀴즈', '상상극장', '음악여행' 등 다양한 코너, 고정 게스트와 함께 그 매력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그들과 함께 매일같이 희망을 모으는 이가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뜻밖에 무시하고 살아요. 서울에 있는 연예인·유명인 이야기는 아주 잘 알면서도 우리 동네 변화나 소식, 행사 등에는 무심하죠. 우리가 사는 거리의 사람들, 우리가 마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품은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우리 동네·지역을 향한 관심이 일상을 풍요하게 만드는 방법이라 굳게 믿는 사람. 그는 <정오의 희망곡> 지승훈(27) 메인 작가다.

마산 창동예술촌에 위치한 MBC경남 <정오의 희망곡> 오픈스튜디오 앞에서 웃고 있는 지승훈 작가.

승훈 씨는 지난 2월에 <정오의 희망곡> 팀에 합류했다. 3개월가량 수습기간을 마치고서 본격적으로 제 역량을 펼치기 시작한 건 지난 5월. 마산 창동예술촌에 오픈스튜디오를 마련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 물론 10년 가까이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혹시나 프로그램에 누가 되는 건 아닌지, 애청자들이 떠나는 건 아닌지.'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특유의 친화력과 '괴짜' 기질로 부딪쳐보더니 이내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물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또 있다. 승훈 씨는 대학시절 교내 신문사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때부터 데일리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그 경험이 오늘날 하루하루 방송을 만드는 힘이 아닌가 싶어요."

승훈 씨는 '글 쓰는 일'도 늘 가까이 했다. 갈래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글을 쓰던 문학소년은 전공을 '국어국문'으로 선택했다. 청년이 된 문학도는 습작, 독서토론으로 실력을 키워갔고 '경남대학교 청년작가 아카데미 1기'에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라디오 방송 작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계기도 청년작가 아카데미 활동으로 쌓은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게 장려해준 청년작가 아카데미 교수님들께 감사하죠. 더불어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알찬 이야기들로 보답해야죠."

승훈 씨는 하루 평균 A4용지 4~5장 분량의 글을 꾸준히 쓴다. 2시에 방송을 마치고 나면 오프닝·클로징 멘트를 짜고, 코너별·드라마 대본을 준비하며 남은 시간을 보낸다. 매일같이 '창작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지만 그 속에서 얻는 보람도 많다.

"청취자들이 그날 쓴 이야기를 듣고서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좋은 반응들을 보일 때 더없이 기쁘죠. 특히 '덕분에 활기찬 오후를 시작할 수 있었다'라는 등 희망이 담긴 메시지를 받을 때 무한한 에너지를 얻죠."

그렇다고 좋은 이야기가 나날이 절로 나오는 건 결코 아니다. 이에 승훈 씨는 인터넷과 잡지, TV, 전문 블로그를 수시로 접하며 정보 얻기에 힘쓰고 있다.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루 평균 준비 시간만 1~2시간. 여기에 글을 써나가는 2~3시간이 더해진다. 주로 늦은 저녁 집이나 카페에서 노트북을 붙잡고 씨름하지만 이동 시에도 태블릿을 들여다보기 일쑤다.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하면서도 점점 방송일이 재밌어진다고 말하는 그. 이에 앞으로 지역 방송 PD가 돼 손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도 품었다. 더불어 승훈 씨는 마음속 깊이 간직한 꿈도 내비쳤다.

"어릴 적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며 멋진 이야기 한 편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해야죠."

그는 '현실 속 슈퍼맨'을 믿는 사람이다. 거대한 강철 문을 오로지 힘으로 여는 '슈퍼 파워'가 넘치는 곳보다 작은 열쇠가 지닌 중요성을 아는 세상을 바라고 있다. 더불어 누구나 슈퍼맨이 될 수 있고 슈퍼맨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따스한 말 한마디에 담아 라디오로 전하고 있다. 앞으로 그가 써 나가는 글, 희망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조복현 DJ와 지승훈 작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