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8500억 신규 지원·채권 7000억 출자전환 등…강 회장 경영권 언급 빠져

STX조선해양이 신청한 '자율협약'이 개시됐다. 지난 4월 채권단 공동관리를 요구한 지 4개월 만이다. 전체 채권단의 75%(채권금액 기준)가 STX조선해양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해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자금 지원이 이뤄지게 됐다.

STX조선해양과 ㈜STX는 31일 이사회를 열어 STX조선해양과 8개 채권은행단의 '자율협약 MOU 체결' 안건을 의결했다.

금융권은 STX조선 채권단 8곳 중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6곳이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한 동의서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이 마련한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경영 정상화 절차를 밟게 된다.

◇경영 정상화 위해 '3조 원 투입' = 경영 정상화 방안에는 STX조선에 1조 8500억 원 신규 지원, 수입 신용장(LC) 대금 3억 달러(약 3000억 원)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신규 지원금 1조 8500억 원 중 1조 2000억 원은 올해, 6500억 원은 내년에 지원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STX조선에 이미 8500억 원을 지원했다. 따라서 LC 대금까지 포함하면 STX조선에 투입되는 자금은 3조 원대다.

동의서에는 STX조선의 채권 약 7000억 원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출자 전환 내용도 들어 있다. STX조선 대주주인 ㈜STX 지분(30.60%)은 100대 1 무상감자, 소액주주 등은 3대 1로 무상감자된다.

◇STX조선해양·노조 반응 =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자율협약' MOU 체결과 관련해 채권단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MOU 날인 직후 "회사의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주주, 협력업체, 지역사회에 큰 우려와 부담을 안겨드려 매우 죄송하다"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경남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유지,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요 채권단이 자율협약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만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힘을 합쳐 함께 뼈를 깎는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에는 지난 4개월간 자율협약 추진으로 부진했던 수주활동에 집중해 조기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STX조선지회 박진수 지회장은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내용을 접했다. 기대한 만큼 좋은 결과라고 판단한다. 우리 노동자도 현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하루라도 빨리 회사가 경영 정상화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수입 신용장(LC) 대금 지원 등으로 창원지역 계열사인 STX엔진과 STX중공업도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본다. 두 회사도 생산 능력 등이 워낙 탄탄한 기업이니까 우리보다 더 빨리 일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강덕수 회장 경영권 어찌 되나 = 이날 자율협약 MOU 내용에 강덕수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언급은 없다.

STX조선해양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7월에 이사회를 열어 특별감자(100대 1 무상감자)는 이미 결의한 상태다. 그러나 일반감자(3대 1 무상감자)는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라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주주총회가 끝나야 강 회장이 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채권단이 출자를 해서 STX조선해양 대주주가 될 것이고,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출하게 된다. 여기서 선출된 대표이사가 STX조선해양 경영권을 갖게 된다. 이사를 선임하고 대표이사를 뽑는 과정에서 강 회장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STX조선해양 자율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인 ㈜STX, STX중공업, STX엔진, 포스텍 4개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도 조만간 체결될 전망이다.

<STX조선 자율협약 체결 일지>

◇4월 1일 = STX조선해양, 자율협약 신청

◇4월 8일 = 채권단, 자율협약 동의

◇4월 15일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STX조선해양 자산실사 및 평가 시작

◇4월 22일 = 채권단, 운영자금 6000억 지원 부의

◇6월 11일 = 채권단, 운영자금 2500억 지원 부의

◇7월 1일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STX조선해양 실사결과 발표(계속가치 2조 2000억, 청산가치 1조 2000억 평가)

◇7월 16일 = 산업은행, STX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STX지분 100대1 무상감자 등)

◇7월 26일 = STX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동의서 채택

◇7월 31일 = 채권단 경영정상화 방안 동의서 제출, 자율협약 MOU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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