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선 민간 주체 걸음마 수준…지자체 지원·협력체계 갖춰야

전국적으로 로컬푸드 바람이 거세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을 같은 생활권에 사는 사람이 이용하는 먹거리 경제 활동이다.

농촌공동체 붕괴, 지역 소농 해체, 식문화와 종자 획일화, 밥상안전 위협, 장거리 이동에 따른 지구환경 파괴 등 먹을거리 세계화가 낳은 부작용을 막고자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 농식품 산업 분야 정책 중 하나에 '유통구조 개선'이 포함됨에 따라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농협은 물론이고 대형마트까지 로컬푸드 추진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추세다.

이러한 움직임은 경남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도내에도 사회적 기업, 영농조합법인, 지역농협,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로 로컬푸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경남에서 추진 중인 로컬푸드 실천 방식으로는 제철꾸러미와 공동체 지원농업, 농민장터와 직매장, 학교급식 등이 있다.

제철꾸러미는 일반적으로 1개월 회비를 선납하고 한 달에 1~4회 포장된 제철농산물을 택배 혹은 직배송을 통해 가정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현재 도내 6개 시·군, 7개 생산자 단체에서 사업을 진행 또는 준비 중이다.

직거래 장터가 운영되거나 준비 중인 곳은 진주·합천·거창·김해 등 5개 시·군, 7곳으로 파악된다.

학교급식은 합천군과 함안군이 각각 2008년과 2011년 관내 초등학교 학교급식 농산물 식재료 공급에서 친환경생산자단체와 직거래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 창원시와 거창군에는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설치·운영 중이다.

이렇듯 도내에서는 민간 주체의 로컬푸드 운동이 몇 개 지역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지자체 지원이나 협력 체계 구축은 미미한 상황이다. 아직 민간의 주체도 준비되지 않아 현재 단계에서 지역먹거리 활성화 방향을 설정하기 어려운 시·군도 존재한다.

민간 주도의 로컬푸드 확산에 대한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편이지만 로컬푸드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 정도는 매우 낮다.

사회동향연구소가 도내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로컬푸드에 대한 경남도민 인식조사' 발표에 따르면 로컬푸드 운동에 대해 잘 모르는 도민이 전체 56.9%로 조사됐다. 경남도가 진행 중인 로컬푸드 장터 및 제철꾸러미 사업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체의 86%가 모르고 있다고 답해 전체적으로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로컬푸드 운동 취지에 대해서는 84.6%가 공감한다고 응답해 활성화 전망은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직판장이나 직거래를 통해 로컬푸드를 구매하겠다는 사람은 82.8%, 로컬푸드 장터가 거주지역에 개설될 경우 이용하겠다는 사람은 91.6%나 됐다. 로컬푸드 꾸러미 사업이 시행되면 이용하겠다는 사람도 81.7%나 돼 로컬푸드에 대한 도민들의 욕구는 대단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내 학교급식에 로컬푸드를 우선 공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려 95%가 찬성해 청소년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도민들의 우려가 크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전북 완주군 로컬푸드 직매장. 직거래 방식으로 저렴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해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경남 로컬푸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민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로컬푸드에 대한 지원정책을 수립, 집행하면서도 민간의 자생력을 우선해 적절한 지원책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며 "지원정책은 장기적인 비전을 마련해 민관 거버넌스 구축, 지역먹거리 시범사업 추진, 시·군 먹거리 체계 현황 조사, 시·군 먹거리 전략 수립 및 집행 같이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로컬푸드 선진지로 잘 알려진 전라북도 완주군에는 지난해 4월 국내 첫 농촌형 로컬푸드 직매장이 문을 열었다.

용진면 용진농협 1층에 마련된 이 직매장은 군내 130여 농가별 판매대를 지정하고 생산자 표시 및 생산농산물을 농민 스스로 가격을 결정·제시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하루가 지나도 판매되지 않은 품목은 농가가 회수해 폐기하는 '1일 유통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이는 지자체 주도 지역먹거리 체계 구축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장을 보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 공무원과 로컬푸드 운동 관계자들이 완주를 찾는다.

이런 완주군의 성공에 대해 나영삼 완주군 농촌활력과 로컬푸드 담당은 7가지 필요충분조건을 제시한다. △지역단위 농정차원의 전략적 접근과 지역농업 조직화라는 투 트랙 전략 △다수 가족소농이 주체가 되는 시스템 구축 △단작화 생산체계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및 연중공급 가능체계로 전환 △밥상의 절반이 가공식품이라는 점에서 농민가공 촉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관계형 시장 개척 △실적 중심의 로컬푸드 접근 지양 △생산자와 소비자간 상생프로그램 개발로 소비의 조직화 실현 등이 그것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지자체가 로컬푸드 사업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임정엽 완주군수가 <한겨레> 기고문에 쓴 글귀가 해답을 준다.

"로컬푸드는 단순한 유통단계 축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가치는 설 자리를 잃은 가족소농 유지와 생산자와 소비자간 멀어진 사회적 관계의 회복에 있다. 이는 곧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을 치유하는 실질적인 수단이자 수입개방의 외풍에 맞서 농업, 농촌이 국민과 소비자를 등에 업은 전략이기도 하다. 베이비붐 세대를 귀농귀촌으로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촉매제다."

경남도와 기초지자체들도 하루 빨리 도민 열망과 세계화 외풍에 맞닥뜨린 농·축·어업인들의 어려움 해소 그리고 도민 먹거리 안전 확보 대안으로 로컬푸드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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