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장상권 사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사천시가 발효, 건조, 살균, 조명 등 다양한 기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용미생물(EM) 배양기를 개발해 화제다.

이는 사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하는 장상권(57·사진) 농촌지도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원예특작담당 장상권 농촌지도사는 지난 1983년 4월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30년이 넘는 공직생활 동안 안정적이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리고 환경을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영속성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던 그에게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장 지도사는 지난 2007년 유용미생물 관련 교육을 받게 됐는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짜릿했다고 한다. 이 유용미생물을 잘 활용하면 관행·유기농 재배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현 시대의 생산기술은 화학비료와 농약 위주의 재배방식인 관행재배로 토양의 생물상 악화와 병해충 발병이 심화됐고, 화학비료, 농약 과다 살포로 소비자 불신이 팽배해졌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유기물, 무농약 위주의 유기농재배이다. 하지만 유기물만 사용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과 객관성이 확보된 재배기술의 부재로 생산성이 감소되는 어려움이 뒤따랐던 것.

   

그렇다고 유용미생물 배양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로 농업용으로 개발된 것이 전부인데, 대부분의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EM 배양시설을 갖춰 두고 무상 또는 실비로 EM 발효액을 공급하고 있었다. 농민들은 먼 거리를 달려와 일일이 받아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에 장 지도사는 농민들의 편의를 위해 '가정용 EM 배양기'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장 지도사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광합성 세균, 효모균, 유산균 등을 배양한 것으로 80여종의 유용한 미생물로 이뤄진 EM을 가정에서는 물론 작물재배에 활용하면 토양 연작장해가 줄고 각종 생리장해 예방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밀양에 있는 미생물 배양기 제작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가정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유용미생물 배양기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애초 농업용에서 다목적용으로 방향이 전환된데다 협약을 체결한 업체가 영세하다 보니 개발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사천시에서 개발비로 내놓은 예산이 고작 1000만 원에 불과했다. 발품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장 지도사는 유용미생물 관련 전문가를 찾아 나섰고, 지난 1997년 한국 EM을 발견한 한국과학기술원 서범구 원장을 알게 됐다. 그러나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등 한국의 유용한 미생물을 이용해 식용으로 개발한 서 원장은 만나기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삼고초려'에 나선 장 지도사는 결국 서 원장으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2년 7개월만에 시제품이 나왔다. 그리고 2011년 1월 31일 특허출원했고, 2012년 5월 17일 특허등록이 이뤄졌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장 지도사는 "배양과 발효에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기에 농가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활용범위가 넓다"며 "앞으로 각 가정마다 이 기계를 가전제품처럼 하나씩 구비해 놓고 사용하는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개발된 유용미생물 배양기는 요구르트, 청국장 등을 발효시키는 것은 물론 고추, 무 등 각종 채소나 과일을 건조할 수 있는 기능과 자외선 살균램프를 통해 유아·주방용품 살균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장 지도사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60명 주부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와 한 달가량의 테스트를 통해 보완작업에 나선 것이다. 배양기 금형을 새롭게 제작하고, 기존 배양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이로 인해 올해 탄생한 것이 예전보다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가정용 다목적 EM 배양기. 이번에 업그레이드된 신제품은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위해 크기와 무게는 작고 가벼워진데다, 최대 발효시간이 기존 72시간(3일)에서 960시간(40일)으로 늘어 EM발효뿐 아니라 효소발효까지 가능하다.

장 지도사는 "EM 배양기를 이용해 친환경 농자재와 친환경 세제를 만들어 사용하면,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자원절약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번에 개발된 신제품의 경우 기존 사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발효와 건조 기능을 강화한 만큼 활용범위가 넓어져서 농민들로부터 더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 지도사는 3년 정도 남은 공직생활 동안 사천시를 유용미생물의 도시, 발효의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커다란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유용미생물 배양기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 해외로 수출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