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거부한 맛집]창원시 마산합포구 울타리식당

맛집 섭외 방법 중 확실한 것은 직접 찾아가 맛을 보고 밥값을 지불한 다음 정중하게 섭외를 부탁하는 방법이 있다. 더욱 확실히하려면 맛집 섭외 대상이 된 식당의 단골과 함께 방문해 함께 식사를 한 다음 단골 얼굴을 이용해 섭외하는 방법이다.

같은 방법으로 지난달 중순 진헌극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대표와 함께 마산어시장 일대 서민밥집 여러 곳을 돌아봤다. 마침 진 대표가 깔끔하게 차려진 맛깔나는 정식을 착한가격에 내놓는 곳을 안다고 해 찾았다. 먼저 식사를 한 터라 그 집 밥을 먹진 못했지만 단골 지인과 함께 방문한 터라 섭외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방문 이후 두 차례 전화로 다시 섭외를 부탁했지만 되돌아 온 건 쓰디쓴 실패의 경험이었다.

해안도로변 마산어시장 입구 건너편에 자리잡은 '울타리식당'이 주인공이다. 마산에서 멸치쌈밥으로 유명한 운지식당 조금 못미쳐 나오는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초입에 있는 밥집이다. 마산토박이인 진헌극 대표는 "마산어시장 곳곳에는 마산 발전의 역사와 함께하는 작은 밥집들이 많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대부분 나이가 70이 넘은 어르신들이 주로 운영하는데, 옛날 그 마음 그 방식 그대로 음식에 장난치지 않고 푸짐하게 음식을 내는 집이 있는 반면 세월의 흐름 따른 자본과의 타협으로 예전의 맛을 잃은 집도 많단다. 그러나 울타리 식당은 예나 지금이나 정도를 지키고 있다고….

   

다시 찾아가 직접 된장찌개를 주문해봤다. 주인아주머니는 주문과 동시에 뚝배기를 들고 뒷문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들어오는 손에는 된장을 퍼낸 듯한 숟가락이 걸쳐져 있다.

직접 담근 된장을 쓰는 것으로 보였다. 보글보글 잘 끓여져 나온 찌개에는 작은 꽃게 한 마리와 오만둥이(혹은 미더덕), 그리고 조갯살이 그득하다. 정확히 육수가 뭔지는 물어보지 못했으나 이들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맛을 낼 것으로 보였다. 실제 된장찌개는 바다 재료가 내는 개운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계속해서 입맛을 돋웠다.

잘게 썬 땡초와 고춧가루는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을 남겼다. 함께 나온 반찬들은 가짓수가 여남은 개 된다. 도톰하게 살이 오른 가자미 구이와 금방 구워 내 따뜻한 두부 구이가 입에 맞는다. 짭짤한 맛으로 밥에 싸 먹으면 더욱 밥맛을 돋워주는 콩잎 무침도 인상적이다. 아주머니의 넉넉한 반찬 인심에 5000원만 내놓기가 머쓱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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