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따오기 야생복원 준비 작업

지금 우포늪(소벌)은 가시연꽃의 강렬한 풍성함과 동남아시아에서 날아온 물꿩들이 포란(알 품기)을 시작하면서 많은 생태사진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수백 마리의 백로류가 천사 같이 아름다운 자태로 원시적 자연이 만든 야생식물들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는 셈이다.

매일 아침 우포늪을 모니터링하면서 가장 경이로웠던 1994년의 여름을 가끔 생각하면서 길을 묻는다. 그때 목포늪(나무벌)에 핀 가시연꽃을 방송에 처음으로 공개한 적이 있다. 방송이 나가고 법정 스님을 비롯한 '맑고 향기롭게' 그룹이 가시연을 보고 싶다고 했다.

불경에 나오는 꽃이라며 꽃의 빛깔이며, 꽃향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당시 기억으로는 전화를 한 분이 이 그룹의 총무인 보광 스님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이후 많은 식물학자들과 시민들이 다녀갔다. 어쩌면 그런 아름다운 영상이 우포늪이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 살아남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해 여름도 올해처럼 뜨거운 햇볕이 연일 지속되면서 가시연은 무럭무럭 자라 주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전통 방식으로 모내기를 하는 이인식 위원장과 아이들. /윤정일

마침 방학 때라 아이들과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장재마을 앞에서 하면서 매일 가시연꽃을 관찰하였던 추억이 아련하다. 이후 2008년 람사르총회가 개최되던 해에도 가시연은 2000여 마리의 백로류에게 멋진 레스토랑을 만들어주며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우포늪의 상징물이 되었다. 꼭 5년 뒤에 가시연꽃이 만발한 것이다.

가시연꽃의 향이 짙게 코에 배어오는 해는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따오기가 들어오고, 람사르협약총회가 열렸던 것처럼 말이다. 올해도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정부로부터 따오기 수컷 2마리를 기증 받았다. 이렇게 되면 10월쯤에 따오기가 추가로 도입되면서 빠르게 번식이 증가되어 2017~18년에는 방사계획이 진행될 에정이다.

2008년, 따오기가 도입되기 전부터 민관이 협력하여 따오기를 기르는 논습지 조성을 해왔다. 따오기 야생 복귀가 단순히 개체 수 증식뿐만 아니다. 지역주민과 어린이들이 함께 따오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여 인식을 증진시키고 교육을 하는 의미도 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의 협력을 받아 꾸준히 농업과 주변 환경을 변화시켜 가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처럼 생태관광이 이루어지고 지역 농산물 등의 브랜드 가치가 자연스럽게 창출되고 높아질 것이다. 향후, 따오기 야생방사를 위한 중간 단계로 그들이 살아갈 터전인 논습지를 조성하고 거기서 먹이생물에 대한 적응을 위해 전통 방식의 모내기를 한다. 농약과 비료를 뿌리지 않고, 다양한 물속 생물을 증진시켜 나가 자연 상태의 습지에서 따오기가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의 어린이들과 람사르마을(세진마을)의 주민들이 함께 모내기를 한 것이다.

특히 우리지역 아이들은 모내기 전에 논생물 조사를 한 후, 모내기와 미꾸라지 방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모내기 이후에는 풀과 물 관리를 위해 지역 주민들과 어린이, 도시의 가족 자원봉사자들이 휴일과 방학을 이용하여 우포늪에 대한 정기적인 방문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사라진 생물종을 살리는 일에 아이들이 참가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녹색 삶을 준비하는 훌륭한 과정이 되지 않겠는가.

/이인식(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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