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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에 가장 위험한 천적은 역시 '사람'

[제비야 뭐하니?] (9)제비 둥지에 무슨 일이?

박성현(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사) webmaster@idomin.com 2013년 07월 30일 화요일

제비가 둥지를 지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동안 가장 위험한 일은 천적을 만나는 것입니다. 까마귀나 고양이, 뱀 무리는 늘 둥지 가까운 곳에서 알이나 새끼를 노립니다. 그렇지만 알이나 새끼가 우연히 둥지 아래로 떨어지거나, 둥지 가까이 닿을 만한 큰 물건이 둥지 아래에 놓여 있을 때를 빼면 높은 곳에 좁은 입구를 가진 둥지에 있는 알이나 새끼를 잡아먹는 일은 꽤 어렵습니다. 제비 개체 수가 자연적으로 계속 유지되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이 천적과 견줄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천적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살기 위해 제비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배설물 때문에 더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둥지를 없애 번식을 할 수 없게 합니다. 제비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산초등학교가 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마을에서도 번식 중인 둥지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수협공판장에서 1차 번식을 마친 어미 제비가 바로 길 건너편 컨테이너 안에 둥지를 지은 것은 6월 말이었습니다. 7월 1일, 제비 둥지 관찰 거울로 보니 알 다섯 개가 있었습니다. 2차 번식을 시작한 것입니다. 2주쯤 지난 7월 18일, 새끼가 잘 깨어났는지 살피러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둥지가 통째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마을에서 통째로 뜯긴 제비 둥지.  

둥지가 떨어져 나간 모양을 보니 사람이 일부러 떼어낸 듯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컨테이너 안을 자세히 살폈습니다. 둥지 아래에 있던 의자를 들어내니 깨진 알껍데기가 두 개 있었습니다. 알 두 개는 부화를 한 모양입니다. 여기저기 살피다 작은 창으로 내다보니 밖으로 받침대가 달려 있었고, 그 받침대 위에 일부러 떼어 낸 둥지가 세 개나 있었습니다. 아직 부화하지 못한 알이 한 개 남아 있는 둥지도 있었습니다. 모양을 살펴보니 이번에 사라진 바로 그 둥지입니다.

제비 둥지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누군가 컨테이너 안에 있는 둥지를 일부러 떼어낸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때 둥지 안에는 알에서 깬 새끼가 두 마리 있었고, 알 세 개는 아직 부화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떼어낸 둥지를 창 밖 받침대에 두었는데, 갓 태어난 새끼 두 마리는 천적에게 잡아먹혔을 것입니다. 알 두 개는 땅에 떨어졌거나, 천적에게 먹혔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알 하나만 둥지에 남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알이 놓인 둥지를 조심스레 책상 위로 옮기고 알을 자세히 보려고 손가락을 댔는데, 그만 알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깨진 알 속에서는 짙은 액체가 썩은 냄새를 내며 흘러나왔습니다. 버려진 뒤 시간이 꽤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라는 무서운 천적에게 둥지와 갓 태어난 새끼를 빼앗긴 어미 제비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다시 새로운 곳에 둥지를 지어 알을 품고 있을까요? 하늘을 나는 제비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서 더 궁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함께 조사하러 갔던 우리 반 학생은 알이 부화가 안 된 것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3월 말부터 지금까지 제비를 관찰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제비 둥지를 떼어버리는 것도 안타깝다고 합니다. 둥지를 짓는 제비를 쫓아내려고 대나무 가지로 둥지를 막아버린 것을 본 뒤라서 더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마을 끝 바닷가에 있는 수협공판장은 지금 공사를 합니다. 건물이 낡아서 위험하여 부수고 새로 짓습니다. 매년 세 쌍이 넘는 제비가 찾아와 둥지를 트는 곳이 바로 이 수협공판장입니다. 올해도 제비 세 쌍이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아 길렀는데, 다행히 공사를 시작하기 바로 전에 새끼가 둥지를 떠났습니다. 모두가 잘 된 일이라 생각하고 좋아했는데, 바로 길 건너 컨테이너 안에 있는 제비 둥지에 나쁜 일이 생겨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래도 내년에 다시 찾아올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집니다.

비록 다섯 마리는 깨어나서 자라지 못했지만, 내년에도 잊지 말고 많은 제비가 고현마을에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올해 관찰했던 제비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마음으로는 그 녀석이 다시 온 것이라 여겨 반갑게 맞이할 것입니다. 내년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함께 제비 둥지를 지키는 방법을 미리 생각해 두어야겠습니다.

/박성현(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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