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윤종한·정태금 부부

2008년 여름 부산 시내 모 은행 앞에 한 여자가 서 있다. 몇 번씩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걸로 보아 아직 도착하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하다. 얼마쯤 지났을까. 이윽고 한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섰다. '무언가 대신 전해줄 게 있다'며 여자를 불러낸 남자였다. 담담한 여자 표정과는 달리 남자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다. 여자는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나서 서둘러 용건을 물었다.

"오빠가 뭐 전해주라고 하던가요?"

하지만 서둘러 일을 마치려는 여자와 달리 남자는 느긋하다. 무언가를 숨긴 듯한데 좀처럼 내비치지 않는다. 짜증이 난 여자는 남자를 흘겨봤다. 불편한 여자 눈길을 의식한 남자도 그제야 진지하게 입을 뗀다.

   

"다름 아니고, 이거 좀 대신…"

남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뒤에서 여자를 덥석 안았다. 여자가 토끼 눈을 하고 돌아본 곳에는 1년 6개월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있었다.

지난 2011년 3월 27일에 결혼한 윤종한(26)·정태금(25) 부부. 이제는 어느덧 두 아이 부모인 그들이지만 지금까지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서로 잊지 않고 다시 소중한 사랑을 꽃피운 부부는 지난 기억을 되새겨 봤다. 둘은 2005년에 처음 만났다. 서로 인접한 고등학교에 다닌 덕에 알게 모르게 마주칠 일도 많았다. 먼저 인연을 만든 것은 종한 씨였다.

"학교를 오가며 태금이를 눈여겨봤었죠. 그러다 한 행사에서 다시 보게 됐는데 그날은 좀 달랐어요.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넘쳤죠."

때마침 태금 씨 곁에 있던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종한 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였다. 종한 씨는 곧바로 '옆에 있는 친구 소개 좀 해 달라'며 문자를 보냈다. '혹시나'하는 우려와 달리 문자는 대성공. 곧바로 '즉석만남'이 이뤄졌다. 이는 태금 씨 역시 그동안 종한 씨를 지켜봐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친구에게 오빠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호기심에 먼발치에서 몇 번 보기도 했고요.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3개월 뒤 둘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둘은 등·하굣길을 함께 했고, 주말이면 나들이 가기를 즐겼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늘 함께 하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종한 씨 졸업식이 있던 날. 태금 씨는 이별을 고했다. 발단은 '작은 변화'였다.

"대학교 입학에 앞서 새로운 친구들을 여럿 사귀다 보니 전보다 연락이 좀 뜸해졌어요. 그러면서 미니홈피에 새 친구들과 찍은 사진은 계속 보이고…. 태금이가 많이 속상했을 거예요. 이미 다른 여자가 생겼을 거라 여길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한결같다고 생각했는데 태금이는 그게 아니었나 봐요. 갈수록 오해는 깊어지고, 더는 어쩔 도리가 없게 됐죠."

그렇게 둘은 이별했다. 이후 대학교에 입학한 종한 씨는 한 학기를 마치고서 군대에 갔고, 다시 6개월 뒤 태금 씨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입학했다. 서로 남남이 되어 살아가길 1년.

하지만 종한 씨는 여전히 태금 씨를 잊지 못했다.

"입대한 후로도 태금이를 잊은 적이 없어요. 한 날은 태금이 마음을 돌려보기로 마음먹었죠. 계속 그렇게 지내다간 제가 병이 날 것만 같았거든요."

윤종한 씨와 딸 기령 양.

그 길로 종한 씨는 틈나는 대로 태금 씨에게 연락했다. 물론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무려 5개월 동안 사랑을 되찾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종한 씨 목소리만 듣고도 전화를 끊어버렸던 태금 씨 역시 점차 변해갔다.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종한 씨는 이에 멈추지 않았다. 군대 동기 도움을 받아 태금 씨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더는 전화 통화가 아닌 직접 얼굴을 보며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동기를 통해 약속을 만들었고 휴가를 얻어 태금 씨가 있는 곳으로 갔다. 동기가 시선을 뺏은 사이 남몰래 다가가 뒤에서 꼭 껴안았다. 1년 6개월간 지독했던 이별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다시 만난 둘은 전보다 더 뜨겁게 사랑했다. 그 덕분에 조금은 빠른 결실을 얻어 결혼까지 하게 됐다. 물론 양쪽 집안에서도 둘 결혼을 환영했다. 부모님들은 '믿는다'는 말로 앞날을 축복했다.

"아파트 복도부터 집 안까지. 예쁜 촛불과 근사한 노래로 프러포즈 받았던 그때를 잊지 못해요. 이렇게 좋은데 왜 헤어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앞으로 지난 공백을 열심히 채워가야죠."

종한 씨도 각오가 남다르다.

"앞으로 알콩달콩 재밌게 살아야죠. 더는 헤어짐 따윈 없을 거예요. 그리고 꼭 전해주고 싶네요. 정말 사랑한다고."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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