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내달 4일까지, 거창국제연극제 11개국 참가

제13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7월 24일~8월 4일)와 제25회 거창국제연극제(7월 26일~8월 11일)가 연거푸 막을 올렸다. 도 내는 물론 우리나라 대표적인 연극 축제로 손꼽히는 만큼, 평일임에도 개막 당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와 거창국제연극제는 '한 곳에서 연극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 외에는 각기 다른 콘셉트로 진행된다. 두 연극 축제 개막식 현장 스케치와 함께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얼쑤 좋다 우리 전통극,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의 올해 슬로건은 '연극, 전통과 놀다'다.

올해 개막 공연은 성벽극장 앞 솟대마당 앞에서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판굿놀음 배돌석이>가 펼쳐졌다. 24일 오후 5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만큼 더웠다. 이 더위를 잊게 할 청량제가 필요했다. <판굿놀음 배돌석이>는 더위로 짜증 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배돌석은 장편소설 <임꺽정>에 등장하는 돌팔매질의 명수로 김해 출신이다. 연극은 사람을 괴롭히는 백호를 돌팔매질로 쓰러뜨리고 부패한 양반에 맞서는 '민중의 영웅'으로 배돌석을 그렸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웅담인데,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추임새와 흥을 돋우는 음악, 언어 유희가 도드라지는 대사 등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공연 중간에는 관객들이 직접 편을 갈라 서로 돌(오자미)을 던지는 '석전(石戰)놀이'(돌팔매놀이)도 할 수 있었다.

제13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개막 공연인 <판굿놀음 배돌석이>. /김민지 기자

8월 4일까지 매일 오후 5시 솟대마당에서는 무료로 전통극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중국태산민족악단의 <산동성 전통악>(7월 29일)과 밀양 다문화가정극단 조각배의 <산너머 개똥아>(7월 30·31일), 밀양의 전통연희인 <감내 게줄 당기기>, <밀양백중놀이>(8월 1·2일) 등이 이어진다. 유료 공연인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탈선춘향전>(8월 1·2일)도 고전 해학극이다.

연극이 낯선 사람이라면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사무국에서 추천하는 연극을 보자. <로미오와 줄리엣>(7월 29일), <맥베스>(7월 30·31일)와 <타카세의 꿈>(8월 3·4일), <비 내리는 고모령>(8월 3·4일), <어머니>(8월 3·4일)가 그것이다.

연극 마니아에게는 '희랍극'을 추천한다. <그 사람의 눈물>(7월 29·30일), <트로이의 여인들>(7월 31일) 등이다. 한국 연극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젊은 연출가전'을 추천한다. 이 밖에 올해 창단 46주년을 맞은 밀양 극단 '메들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도 열린다. 연극도 보고 밀양의 명소를 살펴보고 싶다면 '1박 2일 문화체험'을 권한다.

문의 055-355-1945~6. www.stt1986.com.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사무국 추천작 <맥베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계곡에서 만나는 연극, 거창국제연극제

 거창국제연극제의 올해 슬로건은 '연극이 없다는 것 인생이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연극제 기간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보자는 것. 거창군 수승대 일원의 야외극장을 비롯해 거창읍 전역에서 열리니, 1박 2일 가족여행·여름휴가를 떠나도 좋겠다.

26일 오후 8시. 거창국제연극제 개막 공연인 <100인의 햄릿>이 물 위에서 펼쳐졌다. 창작 초연작이다. 사람들은 무지개극장에 앉아서 계곡 건너편 무대를 바라봤다. 장엄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흰 옷을 입은 배우들이 물을 건너 무대로 갔다.

총 100명인 이들 모두는 햄릿.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를 외치며 고뇌하는 햄릿과 그 안에 내재한 수많은 자아다. 햄릿들(?)이 "나는 햄릿이다, 아니다", "누가 햄릿이란 말인가", "햄릿이 아니야"라고 울부짖는 모습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현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제25회 거창국제연극제 개막 공연인 <100인의 햄릿>. /거창국제연극제

갑자기 음악이 바뀌면서 붉은 옷을 입은 한 여인이 뗏목을 타고 등장한다. 사랑하는 햄릿을 잃고 미쳐서 물에 빠져 죽는 비극의 여인, '오필리어'다. "살아 있어요. 너는 햄릿 내 사랑"이라고 가냘프게 흐느낀다.

무대를 가득 채운 햄릿 100명이 울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오필리어의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 음악(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과 조명, 의상과 소품, 무대 장치 등과 잘 어울렸다. 다만 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일반 관객에게 생소한 (조명과 음악이 주가 되는) 사운드 이미지 연극이라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올해 거창국제연극제는 11개국 46개 팀이 참가해 200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은 대부분 늦은 오후부터 열린다. 낮에는 수승대 일원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명승 용암정, 정온선생가옥, 월성계곡 등 거창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게 좋다. 그외 가볼 만한 곳과 맛집은 거창군이 운영하는 블로그(blog.naver.com/geochanggun)를 참조하면 된다.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 추천작 <브레멘 음악대>. /거창국제연극제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연극은 '가족극'이다. <오리지널 어린이 캣츠>(7월 29일)와 그림형제의 원작동화에 마당극 형식을 결합해 야외에서 펼치는 <브레멘 음악대>(8월 3·4일), 어린이 마당극 <토끼가 기가 막혀!>(8월 9일), <째즈 클라운>(8월 9·10일) 등이다.

이 밖에 <파우스트>(8월 2·3일), <오셀로>(8월 9일·10일)도 눈여겨 볼 만하다.

문의 055-943-4152~3. www.kif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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