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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순대 믿을 수 없어"…대 이어 만든 곳은 달라

[경남맛집]사천시 곤명면 정곡리 '곤양식당'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3년 07월 24일 수요일

언제부턴가 공장에서 순대를 대량 생산하게 되면서 옛날 방식으로 정성껏 순대를 만드는 집은 보기 어려워졌다. 옛날 방식으로 순대를 만든다는 집도 믿지 못하는 현실이다. 불순물이 많아 깨끗한 세척이 생명인 내장을 '락스' 같은 세제를 이용해 씻는 집도 더러 있다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불신을 불식하며 옛날 방식으로 피순대를 만드는 곳이 있다 해서 찾았다.

사천시 곤명면 정곡리 완사시장 내 '곤양식당'. 100년이 넘은 완사시장은 1일과 6일 장이 서는 5일장이다. 완사시장에서만 올해로 17년 역사를 이어 온 곤양식당은 옛날 방식으로 만드는 피순대 맛이 좋기로 전국에 소문나 있다.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배고픈 상인들 허기를 달래주고 있다. 장이 서지 않는 날에도 인근 진주와 하동에서 맛을 보고자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이름나 있다.

특히 '대를 잇는 맛집'으로 현재 주인인 전윤심(41) 씨는 시어머니인 문덕희(74) 할머니가 맡은 가게를 물려받아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4년 남편과 결혼한 이후 줄곧 시어머니를 따라서 일을 돕다가 지난 5월에야 정식으로 명의를 이전받았다. 문덕희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며느리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매일 식당에 나와 주방을 지킨다.

완사시장은 원래 현재 완사역 자리 앞에 들어섰다. 지난 1997년에 현재 자리로 이전을 했는데 문덕희 할머니는 역 앞에 장이 설 때부터 음식장사를 했다. 당시에는 피순대가 아닌 장터 국수와 백반을 팔았다. 철제 빔에 천막을 치고 수도가 없어 인근 가정집 물을 끌어다가 어렵게 장사를 했다. 피순대를 전문으로 한 것은 현재자리로 이전한 뒤부터다.

   
  ./박일호 기자  

곤양식당은 돼지 내장이나 선지 같은 핵심 재료를 하동 진교에 있는 한 육가공 전문 업체에서 들인다. 기본 작업이 된 상태로 들여 온 내장은 오로지 깨끗한 물로만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밀가루나 소금으로 씻어도 봤는데 되레 잡내가 나거나 맛을 해치더라고요. 그래서 물로 오랫동안 빡빡 문질러 씻는 게 가장 깔끔하고 냄새가 안 난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순대 소는 거창할 게 없다. 찹쌀, 파와 양파, 계란, 향긋한 방아가 전부다. 시중에 파는 순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면을 쓰지 않는다. 간은 된장과 약간의 소금으로만 맞춘다. 예부터 순대는 소를 만들 재료가 풍족하지 못해 선지와 약간의 채소만 넣어 먹는 게 일반적이었다. 소박한 옛맛을 그대로 살린 조리법으로 볼 수 있다.

"방아는 선지가 가진 비린내를 중화시키면서 향을 돋우는 역할을 해요. 당면은 한 번 넣어봤는데 맛을 풍부하게 내지 못하면서 푹 퍼진 식감만 주더라고요."

순대 소는 직접 손으로 돼지 작은창자에 넣는다. 큰돈 들여 산 기계는 채 3번도 못써보고 방치돼 있단다. "기계로 1시간 일하나, 손으로 1시간 일하나 결과물은 비슷하니까요."

   
  ./박일호 기자  

만들어진 순대는 펄펄 끓는 센 불에서 3분, 중간 불에서 5분 정도 삶는다. 다 삶아지면 건져내 충분히 식힌 후 손님상에 나가기 전 한 번 토렴한 다음 내놓는다.

공장 순대에서 느끼지 못한 비릿하면서도 달큰한 선지 향이 입안에 은은히 밴다. 탄력감이 적절한 작은창자와 부드러운 소가 만나 몸을 뒤섞으니 고소한 맛도 배가 된다. 방아향이 살짝 감도는데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한데 순대 본연의 풍부한 맛은 '신선한 선지'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되레 '방아가 안 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함께 주문한 돼지국밥은 흡사 소고기 국밥에 소가 아닌 돼지가 들어간 맛이랄까? 비밀은 마늘에 있다. 돼지머리와 무릎뼈, 등뼈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콩나물과 함께 마늘을 담뿍 넣어 돼지 누린내와 콩나물 비린내를 잡아낸다. 육수를 내는 데 쓰이는 무릎뼈는 살집이 많이 붙은 것을 쓴다. 덕분에 육수는 뼈를 우렸을 때 나는 진한 감칠맛보다는 돼지 껍질과 연골에서 배어나는 끈적끈적하면서도 은은한 고소함이 더 짙게 감돈다. 슴슴한 감이 없지 않은데 이는 함께 내놓는 새우젓으로 보완하면 된다. 국밥에 든 머리 고기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담백함을 더한다. "사실 어머니가 하실 때는 조미료를 약간 첨가했어요. 근데 저는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려 해요. 이 때문에 어머니랑 약간 충돌도 있었죠.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조미료를 안 넣다 보니 뒷맛이 개운하면서도 깔끔하게 떨어져요. 앞으로 이 방침은 쭉 지켜나갈 겁니다."

시장에 있는 만큼 각종 채소 등은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도시화가 덜 된 지역이라 동네 어르신들이 인근 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을 그냥 건네주기도 해 믿고 먹을 수 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돼지국밥·순대국밥·내장국밥·추어탕 각 6000원 △순대 소 6000원·대 1만 2000원 △수육 1만 2000원.

◇위치: 사천시 곤명면 정곡리 842 완사시장 내. 055-853-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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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