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청구심의회에 홍 지사 측근·새누리당 도의원 포함 돼

홍준표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경남도가 꾸린 '주민투표청구심의회'로부터 불허된 가운데, 심의회에 홍 지사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주민투표청구심의회는 '경상남도주민투표조례'에 근거해 도지사가 9명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도의원 2명과 도 소속 실·국장 2명 등 4명은 당연직 성격으로 참여하고 나머지는 변호사·대학교수·언론인 등으로 꾸려지는데, 이번에 꾸려진 심의회에 언론인 몫으로 참여한 장모 위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장 위원은 현직 언론인도 아닌데다 지난 도지사 보궐선거 때 홍 지사 공보특보 단장을 지낸 캠프 핵심 관계자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장 위원이 현직이 아니더라도 관련 조례에 '사회적으로 덕망이 높고 행정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 명시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남도는 이미 위원 인선 단계부터 장 위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대학교수의 경우 창원대와 경상대, 시민단체는 여성단체협의회, 언론인 몫은 장 위원이 재직한 모 방송사를 찍어 추천을 받았다고 밝혔다.

의료 공공성 확보와 도립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위한 경남대책위원회가 2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주민투표 거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위원 추천 대상을 이같이 특정한 이유에 대해 도 관계자는 "심의회는 도지사가 구성하게 돼 있고 이번 심의위원을 선정한 최종 결재권자는 행정부지사"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모 방송사에 추천을 의뢰해 추천을 받은 것이고 선거 때 공보특보 단장을 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도의원 2명 또한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고 이 중의 한 명은 위원장(황태수 도의원)을 맡았다.

이에 대해 주민투표 추진 주체인 '의료 공공성 확보와 도립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위한 경남대책위원회'는 "각 기관에 공문으로 추천을 받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사실상 홍 지사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심의위를 구성했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며 "현직 언론인도 아니고 홍 지사 선거캠프 관계자가 심의회에 들어간 점을 포함해 교부증 거부 취소 소송에서 따져보겠다. 이번 주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고 8월 한 달 주민투표 촉구 탄원 서명운동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개혁연대 여영국 부대표도 "도에서 심의회 위촉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알리지 않았다"며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를 날치기 통과시킨 새누리당 의원만 위촉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개월 가까이 지역사회를 달군 홍 지사의 주요 정책,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심판 성격의 주민투표 여부를 판단하면서 이미 홍 지사에게 편향된 선거캠프 관계자와, 같은 정당 도의원만 참여시킨 데 대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을 내 심의회의 결정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도와 심의회가 불허 근거로 내세운 이유는 주민투표법 제7조(주민투표 대상) 제2항(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는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주민투표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지 도지사와 심의회가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심의회는 청구인 대표 증명서를 교부하지 않을 권리가 없음에도 불허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자 법 위반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심의회는 청구인 서명부에 기재된 유효서명의 확인, 주민투표와 관련한 이의신청 심사, 결정, 주민투표청구요건 등에 대해 심사를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도 관계자는 "심의회의 기능과 역할은 대표 청구인의 법적인 자격을 심사하고 주민투표 청구 대상이 되는지 보는 것"이라며 월권행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앞서 심의회는 지난 18일 주민투표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고 서명 등 절차상 시간이 늦어지면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며, 진주의료원이 이미 청산절차를 밟고 있어서 사실상 재개원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주민투표를 위한 청구인 대표 증명서 교부에 대해 '불교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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