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8)일본 이시카와현 '흥부네 부부'

한국의 옛이야기 <흥부와 놀부>를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시카와현에도 흥부처럼 제비를 아끼는 사람이 많아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시카와현에 사는 흥부네 부부를 소개합니다.

한국에서는 제비가 집안에 둥지를 짓는 일이 있습니까? 밥 먹는 곳이나 텔레비전을 보는 곳에 둥지를 튼 제비가 있을까요?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시에 사는 이시쿠로 씨 부부의 거실에는 에어컨 위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는 제비가 있습니다.

제비가 처음 온 것은 2012년입니다. 통풍을 위해 늘 열어두는 창문으로 제비가 들어와 에어컨 위에 둥지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바깥에 있는 둥지는 까마귀 등 천적에게 공격당하는 일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방안에서 새끼를 기르는 것을 응원하면서 지켜보았습니다. 아무 일 없이 새끼 여섯 마리가 깨어나 둥지를 떠나는 것을 보며 매우 감동했습니다. 이시쿠로 씨는 제비가 다시 찾아올 때를 위해서 둥지를 그대로 남겨 두었습니다.

이시쿠로 씨 부부의 거실 에어컨 위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다. /후코쿠 신문

올해는 4월 8일에 제비가 찾아와서 이시쿠로 씨와 제비의 교류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4월에는 갑자기 눈이 내리는 등 추운 날이 있었습니다. 이시쿠로 씨는 제비가 춥지 않도록 밤에 난방을 하여 방을 데웠습니다. 아침 다섯 시에는 창문을 열어 제비를 내보내고, 밤에는 실내등을 천으로 덮어 둥지에 환한 빛이 비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궁리를 했습니다. 이시쿠로 씨 부부는 평소와 다름없이 이곳에서 차를 마시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제비와 함께 지냈습니다.

올해는 둥지 밑에 떨어져 있는 곤충 수가 매우 적었는데, 먹이가 부족했기 때문인지 둥지를 떠나는 것이 늦어져 매우 걱정했습니다. 올해 찾아온 제비는 버릇이 좋아서 배설물을 치우는 것이 편했는데, 제비의 보호자로서 2년째를 맞아 관찰하는 눈이 예리해졌습니다.

둥지 아래에 떨어져 비틀거리던 새끼를 다시 둥지에 넣어주었을 때는 어미가 이시쿠로 씨 둘레를 세 번이나 돌며 무엇인가 전하려는 행동을 했습니다. '답례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화를 내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제비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 제비와 대화를 즐겼습니다.

둥지를 떠난 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제비가 다시 찾아온 것은 6월 23일이었습니다. 집 밖에 있는 전선에 일곱 마리가 나란히 앉아있는 것이 마치 3개월 숙박에 대해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여서 '역시 보답하러 와 주었구나'라는 기쁨과 제비 보호자로 책임을 다한 안도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시쿠로 씨는 "제비는 찾아오면 귀엽고, 돌아가면 마음이 놓입니다. 그렇지만 곧 쓸쓸한 생각이 들어서 다음에 오기를 기다리는데, 마치 손주가 찾아온 것과 똑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새끼가 둥지를 떠난 1주일 뒤, 다시 제비가 찾아와 2차 번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시쿠로 씨 부부와 손주(제비)의 만남은 9월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제비가 복이 가득 담긴 박씨를 이시쿠로 씨 집으로 보내준다고 생각합니다.

※ 이시쿠로 씨의 관찰 일기

2013년 4월 8일 제비가 왔다.

5월 3~10일 알을 다섯 개 낳았다.

5월 25일 알껍데기가 아래로 떨어졌다.

6월 20일 둥지에서 떠났다.

6월 30일 제비가 왔다.

7월 4일 알이 네 개 둥지에 있다.

/글 와카오카 다쿠야(후코쿠신문사)·시모자와 마사미(이시카와현 건민운동추진본부), 박성현(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사)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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