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단체장 잦은 행사 참석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방자치단체장의 하루는 행사로 시작해 행사로 끝난다. 그만큼 이런저런 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많다. 행사 3건으로 하루 일과를 마쳐야 할 때도 있다.

행사장 자리, 소개 순서, 축사 여부 등 의전을 둘러싼 단체장의 물밑 신경전도 볼 수 있다.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있어 얼굴 도장을 확실히 찍으려면 단체장은 행사 참석을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단체장의 잦은 행사 참석이 지방자치에는 약일까 독일까.

◇단체장 어디 갔나 = 홍준표 지사는 행사 참석이 많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날마다 다르지만 많게는 하루 2번. 비서실 관계자는 "참석 요청이 많지만, 행사 성격과 규모 등을 따져 한 차례 거르고 중요 행사만을 정한다. 일정을 정리해 부지사, 실·국장 참석으로 대체한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가 서울에서 오래 지낸 탓에 지역에서 인맥을 이용한 참석 요구는 거의 없다고 한다.

누리집에 공개된 김오영 도의회 의장의 지난달 일정표를 살펴봤다. 한 달 평일 가운데 행사나 의사일정이 없는 날이 6일. 일주일 내내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또 김 의장은 지역구가 있어 그곳 행사에도 참석한다. 주말 행사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행사의 연속이다. 비서실 관계자는 "시·군의회 의장도 마찬가지"라며 "부의장 2명과 역할을 분담하고, 의회에 긴박한 상황이 있으면 축전을 보낸다"고 전했다.

박완수 창원시장도 행사 참석 요구를 많이 받는다. 오는 25일 하루에만 8개 행사 초청장을 받았다. 일정이 겹치면 역시 제1·2부시장 참석이나 축전으로 대신한다. 부속실 관계자는 "통합이 돼 거리가 멀어 많이 소화해도 하루 2~3건밖에 할 수 없다"며 "자체 가이드라인으로 3개 시 통합 단체 주최 행사, 1개 구나 동에 국한되지 않고 창원·마산·진해 전체에 관계된 행사, 반드시 축사를 해야 하고 규모가 큰 행사는 참석한다"고 했다.

◇행사 참석, 어떻게 봐야 할까 = 행사 참석은 선출직 단체장의 중요한 일과다. 행사 성격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지만, 행사를 지역민이 모인 '현장'으로 보면 참석을 권장하는 게 맞다. 단체장은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행사가 단체장의 얼굴 알리기 장으로 악용되는 현실이다. 기나긴 축사에다 정작 '진짜 행사'는 보지 않은 채 의전만 치르고 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사만 쫓아다니는 단체장이 지방행정을 깊게 고민할 수 있을까. 한 퇴임 단체장은 "단체장에게 휴식하고 생각할 시간을 많이 줘야 하는데, 행사가 너무 많아 바쁘다 보니 정작 아이디어를 고민할 시간이 없다"며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장 사정이 비슷하고 공통적인 사안 같다"고 짚었다.

창원시처럼 참석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도 유명무실할 가능성이 있다. 단체장 개인과 밀접한 행사에 참석해 버리거나 주최 측의 완강한 요구에 응하면 가이드라인은 무너진다.

일부 단체의 과한 참석 요구도 지양해야 한다. 단체장과 함께 특권을 누리려는 의식이다. 한 수행비서는 "자기 단체 체면치레한다고 단체장을 모시려는 모임도 많다. 규모도 작은 자체 행사이거나 공신력이 없는 단체도 있다. 그런 문제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기도 좀 그렇고 안 가면 욕을 먹어서 딜레마다"며 "급조해 부르거나 무리한 요구가 일주일에 2~3건 정도다. 비서실에서 잘 판단해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의전 혼선도 잦아 = 단체장의 잇따른 행사 참석으로 의전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여러 단체장이 참석하면 발언 순서나 자리를 놓고 실무자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오가는 경우다. 실제로 단체장 축사 등을 빼먹으면 실무자가 주최 쪽에 강력히 항의하는 일도 벌어진다. 경남도와 창원시 인사가 참석하면 보통 도지사, 시장, 도의회 의장, 시의회 의장 순서다. 행사를 많이 연 주최 쪽도 이 순서를 대체로 인지한다.

그런데 누군가 대신 참석했을 때 의전이 엉키기도 한다. 이를테면 도지사 대신 실·국장(3급), 시장 대신 부시장(2급)이 참석해 경남도와 창원시 순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혼선을 막을 대책이 없을까. 한 비서실 관계자는 "우리 단체장은 소탈하고 권위적이지 않아 의전에 대해 아예 요구를 안 한다"고 했다. 단체장의 지나친 권위와 경쟁심이 의전상 신경전으로 이어지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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