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노길성·김은아 부부

LG전자 '커플 매칭 프로그램' 1호 부부.

창원 LG전자 AE사업본부에서는 정기적으로 '커플 매칭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 사내 미혼 남·여를 대상으로 단체 미팅을 주선하는 것이다.

노길성(32)·김은아(31) 부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한 1호 커플이다.

때는 2011년 6월로 거슬러 간다. LG전자 미혼 남성 30명, 그리고 결혼정보업체가 주선한 외부 여성 3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테이블은 모두 5개였다. 테이블당 남·여 각각 6명이 함께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남자들이 다른 테이블로 옮기는 로테이션식이었다.

   

길성 씨와 은아 씨는 첫 테이블에서 함께했다.

길성 씨가 기억을 떠올린다.

"당당하고 적극적인 모습에서 호감을 얻었죠. 특히 제가 고양이 상을 좋아하는데, 은아 얼굴이 그렇더라고요. 한 테이블에 있는 동안 얘기를 많이 나누려 계속 노력했죠."

은아 씨 역시 듬직한 길성 씨에게 관심이 갔다. 특히 중후한 목소리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8시간가량 진행되는 기나긴 자리였지만, 길성 씨는 행사 초반부터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다른 테이블에 있으면서도 길성 씨 눈길은 계속 은아 씨에게로 향했다.

행사가 후반부로 이어졌다. 마음에 드는 이에게 연락처를 주는 순서가 있었다. 길성 씨는 주저하지 않고 은아 씨에게 연락처를 내밀었다. 물론 은아 씨 역시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의 시간이 왔다. 참가자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을 1·2·3순위로 적는 방식이었다.

길성 씨는 1순위로 당연히 은아 씨를 적었다. 은아 씨 결정도 다르지 않았다. 둘은 서로를 1순위로 적으며 커플이 됐다.

   

이날 자리에서는 남녀 60명 가운데 반 정도 커플이 됐다. 하지만 길성·은아 씨와 같은 '쌍방 1순위 커플'은 많지 않았다.

둘은 행사 다음날 바로 데이트에 들어갔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서로에 대한 호감은 커졌다. 길게 끌 이유가 없었다. 만난 지 4주 만에 둘은 정식 교제에 들어갔다.

그런데 은아 씨를 마음에 두고 있던 다른 남자가 있었다. 커플행사 참가자였다. 행사 이후 은아 씨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은아 씨는 눈 돌리지 않고 듬직한 길성 씨만 바라봤다.

1년 6개월가량 흐른 후 둘은 결혼을 결심했다.

길성 씨는 말한다.

"늘 밝고 상냥하죠. 무엇보다 어른들께 잘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결혼에 대한 확신이 섰습니다."

은아 씨는 말한다.

"듬직한 덩치에, 따뜻한 마음까지…. 이만한 남자는 없겠다 싶었죠."

길성 씨는 미리 마련한 신혼집에서 프러포즈 이벤트를 나름 성의껏 했다.

"신용카드를 잃어버렸으니 같이 좀 찾자고 하면서 집에 오게 했죠. 남들 하는 것처럼 펼침막에 풍선, 초를 준비해 놓고 청혼을 했죠. 실망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하는 모습에 제가 더 고마웠죠."

애초 결혼식 날짜를 5월 11일로 잡았다. 하지만 결혼을 며칠 앞두고 길성 씨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은아 씨는 팔을 걷어붙이고 예비 며느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결혼식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미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보냈기에, 연기 사실을 알려야 했다. 그리고 청첩장을 또 한 번 보내야 했다.

둘은 마침내 지난 7월 6일 결혼식을 올렸다. 태국 푸껫에서 신혼여행을 달콤히 즐겼다.

은아 씨는 길성 씨가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것에 대해 좀 못 마땅해한다. 이제는 결혼했으니 가정에 좀 더 충실해 주길 바란다.

길성 씨는 은아 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음…. 음…. 아무리 생각해도 단점이 없는 것 같네요. 하하하."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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