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야권 박 대통령 발언 바탕으로 도지사 압박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처음으로 지방의료원에 대해 '착한 적자'라는 단어를 쓰며 정부 지원 필요성을 언급해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요구해온 야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가 채택한 보고서에 따라 진주의료원 정상화 대책과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최종 방침을 내린 것과 마찬가지여서, 야권은 복지부의 향후 대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복지부는 보고서가 채택된 지난 13일부터 한 달 동안 보고서에 명시된 시정 요구에 따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복지부와 동시에 눈길이 쏠린 쪽은 경남도다. 경남도 또한 국정조사 결과 '매각 즉각 중단'과 '재개원 방안 마련'이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홍준표 지사는 국정조사가 끝나자마자 채권 공고를 내는 등 매각절차를 밟으면서 보고서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다.

경남도 일부 간부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정책에 부합한다고 해석하면서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당일 경남도 반응을 브리핑해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예전에 지방의료원이 시작됐을 때는 의료체계가 지금과는 달라 민간이 관여를 못 했는데, 지금은 민간이 건강보험을 통해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해 홍 지사의 그간 발언과 맥을 같이했다. 홍 지사는 의료보험제도로 사실상 운영주체만 다를 뿐 모든 병원이 공공의료서비스를 하고 있고 지난 2월부터는 법이 개정돼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병원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진주의료원 폐업이 공공의료서비스 말살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경남도민일보DB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방의료원은 민간의료체계에서 할 수 없지만 그 지역에서는 아주 절실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며 지방의료원 특성화를 주문했다. 그는 "예를 들면 응급의료라든가, 또 어느 지역은 산단이 크게 있어서 산재환자가 많은데 그걸 감당 못 하고 있다면 산재환자를 특별히 보살펴드린다든가, 이런 식으로 해서 지방의료원만이 할 수 있는 그런 것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정조사 당시에도 여야 모두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으로 거론됐던 것으로 폐업과는 반대방향 제안이다.

도내 야권은 박 대통령 발언에 고무돼 홍 지사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방의료원의 부채를 일시에 탕감해주고 운영비까지 지원할 방안을 찾고 있는데 진주의료원을 폐업해서야 혜택을 뿌리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이대로 진주의료원을 없애버리면 정부가 공공의료기관에 지원할 각종 혜택은 애초의 절반인 마산의료원 몫만 누리게 된다. 진주의료원 신축비와 장비 구입에 든 국가보조금 197억(감가상각비 계산 전)은 197억 대로 토해내고 부채 일시 탕감 혜택에서는 제외되고 운영비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늦기는 했지만 공공의료 국정조사 결과에 힘을 실어줬다"며 "강성·귀족노조 논리를 제외하고 나면 누적 부채, 적자 경영 모든 것이 해결될 텐데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해야 할 명분으로 내세운 논리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개혁연대도 지난 19일 기자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와 국회를 무시하고 청산을 강행하는 홍 지사에게 일침을 놓은 것으로 본다"며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고 기대를 표명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도 성명을 내 "진주의료원 청산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나온 대통령 발언이기에 그 후속 조치를 주목한다"며 "현재 없이 미래가 없는 것처럼 진주의료원 재개원만이 그 진정성을 평가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홍 지사가 국회 국정조사를 정면으로 거부한 데 대해 정부와 국회에서 경남도에 대한 '예산 통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마당에 대통령까지 이번 국정조사 결과에 힘을 실어주면서 홍 지사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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