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 현대로템 노조원 "반대 위한 반대" 반발…제작업체간 희비 엇갈릴 듯

최근 수요 예측과 차량 시스템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는 창원도시철도. 이번 논란이 도시철도 차량 제작 업체의 이권 다툼 양상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지난 5일 창원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도시철도 시민토론회는 이 같은 우려가 확인된 자리였다. 창원지역 35개 단체로 꾸려진 '창원도시철도 타당성 검증 및 대중교통 활성화 시민대책위원회'가 연 토론회였다.

토론 도중에 갑자기 고성이 튀어나왔다. 토론회 취지 자체를 문제 삼는 발언도 잇따랐다. 이들은 현대로템 노조원이었다. 이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 토론회를 왜 하느냐"며 강하게 따졌다.

노조 대표는 지난 11일 기자와도 만났다. 이들은 최근 창원도시철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도시철도는 대중교통으로 가장 중요한 게 안전이다. 버스, 택시와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대로템은 노면전차(트램, Tram)와 관련한 40년 이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로 차량 크기를 줄여 좁은 4차로 도로도 원활하게 다닐 수 있다. 기술력을 유럽 등지에 수출하고도 있다.", "한국화이바의 부탁을 받고 토론회를 여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처럼 도시철도 세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연구자나 경영인도 아닌 노조원까지 휘말리는 모습이다. 시민대책위 한 관계자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시민 토론회에 와서 난리를 피우는 게 말이 되느냐. 앞으로 전국으로 퍼질 도시철도 사업을 놓고 정부와 경제계간 얘기도 오갔을 것이다. 이번 일은 도시철도 사업의 속살 일부가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에 있는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KTX-산천을 제작 납품한 회사로 운행 초기 결함 등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노조 대표가 언급한 '한국화이바'는 밀양시 부북면에 본사를 뒀으며, 2009년 이른바 한국형 저상버스를 상용화한 업체다.

노면전차와 더불어 도시철도 차량 시스템으로 거론되는 바이모달 트램(Bi-modality Tram)은 한국화이바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함께 2003년부터 개발해 완성한 것이다. 버스의 이동성과 철도의 정시성 등을 결합했는데, 세종시에서 모습을 봤듯이 상용화를 위한 시험 운행 중이다.

창원도시철도 예상 노선도.

이렇듯 현대로템과 한국화이바는 각각 노면전차와 바이모달 차량 제작과 관련한 업체다. 사실상 국내 첫 도입을 앞둔 도시철도를 둘러싸고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시철도 차량 시스템을 무엇으로 결정하는지에 따라 두 업체의 희비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철도기술연구원도 내부에서 트램과 바이모달을 두고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원은 지난해 무가선트램 시험선을 준공하는 등 도시철도 시스템 연구개발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자 사이 트램과 바이모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절충점이나 보완책을 마련 못 해 도시철도 도입 과정에도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원 한 관계자는 "창원시 예를 보면 연구자 입장에서 안타깝다. 국가가 지자체에 주는 많은 예산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도시철도 차량 시스템 등 모든 것을 결정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트램과 바이모달은 상호 대립이 아닌 보완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업체 다툼이나 정쟁을 배제하는 등 앞으로 꾸려질 민관협의회 역할도 중요해졌다. 창원시 교통기획단과 시민대책위는 오는 24일께 3차 사전 회의를 열어 민관협의회 출범과 규모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 지체로 현재 국토교통부도 창원시에 불만이 많다. 도시철도 장기 계획과 마스터플랜을 짜기 위한 기본 구상 등에 대해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사업이 지연돼도 원만한 협의 이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