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대학가서 음식점 운영하는 방순자 씨

대학가 음식점은 학생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기 때문에 대체로 저렴하다. 저렴한 만큼 밑반찬이 소박한 것도 사실이다. 권리금에 단가를 맞춰야 하고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기에는 손님들 발길이 끊어질까 겁이 난다. 하지만 4000원짜리 음식에 반찬이 6~7가지가 나오는 대학가 식당이 있다. 창원 마산합포구 경남대 주변 골목에 위치한 '쭈삼쭈삼'이 그 주인공이다.

방순자(62) 씨는 이 곳에서 3년 전 영업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장사를 해서 이제는 그만해야지 하고 지금 이 곳에 전셋집을 얻었어요. 막상 집을 얻고 보니 그래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사를 시작했죠."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만 해도 위치도 골목어귀에 있어 학생들이나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았다. 가게를 열고 밑반찬을 열심히 만들어도 손님들이 찾지 않아 괜히 다시 시작했나 하는 후회도 하곤 했다.

경남대 인근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방순자 씨.

조금씩 시간이 흐르자 주변 자취생들이 찾기 시작했다. 입소문도 빠르게 퍼졌다. 자취생들이 친구를 데려오고 그 친구가 다시 또 다른 친구를 데려오면서 '푸짐한 음식에 저렴한 가격'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주변 손님들이라 해도 대부분 학생이잖아요. 학생들이 직장인들처럼 돈이 많으면 가격을 올리고야 싶죠. 저도 장사를 하는 입장이다보니 매출은 있는데 정작 제게 남는 돈이 없을 때는 '내가 미쳤지'하는 생각도 해요."

물론 비싼(?) 메뉴도 있다. 메인 메뉴인 쭈삼쭈삼은 1만 8000원(2인분)에 판매 중이다. 주꾸미 10마리에 삼겹살 300g, 새우 6마리가 나온다. 처음 먹는 손님들은 음식을 보고 놀란다. 사실 성인 남성 2명이 먹기에도 많은 양이다.

손님들도 되레 걱정을 전한다. 너무 푸짐해 항상 남기기 일쑤라며, 혹은 가격을 좀 더 올려도 된다고 말을 한다. 단골손님이 된 학생들은 이렇게 팔면 뭐가 남냐며 되묻는다고.

그럴 때마다 방 씨는 "먹는게 남는거다"며 웃고 넘긴다.

학생들이 맛있게 먹고 밥 한 공기만 더 달라고, 반찬 좀 더 달라고 하는게 좋다고 한다. 괜히 음식이 푸짐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후한 인심 덕분일까. 졸업한 학생들이 가끔 찾아와 '어머니'하고 부르며 음식을 주문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특히 결혼한 뒤에도 꾸준히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이 있었다.

"공대생이었는데 결혼한 뒤로도 가끔 가게를 찾아줘요. 사실 가게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조금 추운 편인데도 밥 한끼 먹겠다고 진주에서 와주는 정성이 너무 고맙죠."

방 씨의 음식은 자취생들에게 어머니 식단과 같다. 어머니가, 할머니가 차려주는 '집밥'이 생각날 때면 인근 학생들의 발길이 닿는다.

"가게를 찾아주는 학생들은 대부분 엄마가 해준 음식 같다고 말을 하더군요. 저는 한창 먹을 나이인 학생들이 굶지 말고 맛있게 먹었으면 해서 푸짐하게 내주는 건데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참 뿌듯하고 고마워요.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저 역시도 자식들 키운 어머니니까 어린 학생들이 잘 먹어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요."

푸짐한 음식으로 손님들을 대하다 보니 음식을 추가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지난달 개업 3년 만에 첫 추가주문이 들어왔다.

"혼자 온 여학생이 된장찌개를 주문해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음식을 줬어요. 밥을 먹던 학생이 된장찌개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된장찌개를 더 주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더 줬더니 할머니가 어릴 때 끓여주시던 맛이 난다며 저한테 이야기를 하더군요. 혼자 앉아서 먹는 학생이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밥 다 먹는걸 지켜봤죠."

일반 음식점과 다른 남다른 정과 푸짐함으로 학생들 동아리 모임 장소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푸짐한 음식에 인정은 덤으로 베풀고 있어 먹고 가는 학생들은 연신 '아 배불러', '배터지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발걸음 옮기는 경우도 빈번하다.

"처음 온 학생들이라 해도 입맛에 맞다보면 소문을 내고, 이따금씩 가게에 찾아와 주니 장사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고마워요."

방학을 맞은 요즘은 자취생들도 고향으로 떠나 가게가 한가하다.

"방학 때는 장사한다고 생각하기보다 나도 여유롭게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요. 길어야 두 달 뒤에는 다시 학생들이 찾아올테니 저도 힘을 비축해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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