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77) 통영수산과학관

훌쩍 떠나기 좋은 곳으로 통영만큼 실패 확률이 낮은 곳도 없다. 일단 해산물 등 먹거리가 풍부하고, 볼거리도 많다. 게다가 지금 통영은 축제의 물결로 넘실댄다.

'통영연극예술축제'가 이번 주말까지 열린다. 여러 장르의 미술품을 만나볼 수 있는 '통영아트페어'도 내달 4일까지 통영으로의 발길을 재촉한다.

모든 것을 바짝 말려버리겠다는 듯 작열하는 태양.

한낮의 대지는 이글거린다. 우선 통영의 평인일주도로와 '꿈의 60리'라고 불리는 산양일주도로(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한 곳)를 따라 창문을 한껏 열어젖히고 드라이브를 즐겼다. 통영의 테두리를 한 바퀴 돌아보는 셈이다.

녹음이 짙은 여름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도로 왼쪽으로 보이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청량한 기운을 담뿍 실어온다.

통영수산과학관에 들어서면 먼저 마주하게 되는 대형수족관. 아이는 수족관 가운데 옴폭 파인 곳에 머리를 들이밀고 360도 회전하며 물고기 삼매경이다.

우선 아이의 눈높이에서 적당히 둘러볼 곳을 정하기로 했다. 신비한 바다세계도 체험하고 한려수도의 절경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택한 곳은 통영수산과학관(통영시 산양읍 척포길 628-111, (055) 646-5704)

멋진 언덕 위에 자리잡은 통영수산과학관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펼쳐지는 주변 경치로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차공간도 넉넉하고 탁 트인 조망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

관람료(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만 6세 이하 무료))를 내고 1층으로 들어서면 통영지역의 전통어선인 '통구밍이'와 열대 해수관상어와 통영바다 물고기들이 있는 대형 수족관이 먼저 반긴다.

아이는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이 수족관으로 뛰어간다. 수족관 가운데 옴폭 파인 곳에 머리를 들이밀고 360도 회전하며 물고기 삼매경이다.

전시실 입체촬영 부스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전시실은 세분화되어 관람하기 편하다. 우선 제1전시실은 지구와 바다의 탄생에 대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 놓았고 제2전시실에는 조타실체험과 잠수함 등 입체모형 등을 통해 좀 더 아이의 호기심을 끌 수 있도록 장치해 놓았다.

직접 바다생물을 관찰하고 만져볼 수 있는 터치풀이 있는 체험실. 한참 망설이던 아이가 물속에 손을 넣고 멍게를 만져본다. 냉큼 손을 빼기는 하지만 이내 다시 터치풀 속으로 손을 담가 이것저것 만져보며 질문을 쏟아낸다.

제5전시실부터 제7전시실까지는 지방특색실이다. 통영 수산업의 특징은 물론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통영의 굴·멍게·진주 등의 수산양식업과 통영의 신석기 시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과학관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꽤 알차게 꾸며져 있다. 영상실에서는 3D 입체영상으로 30여 분간 재미있는 바다속 구경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과학관 속 세상을 즐긴 후 실외로 나와도 장관이 기다린다. 한려수도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 맨눈으로 즐겨도 좋고 망원경으로 살펴도 좋다.

느릿느릿 배 하나가 하얀 뱃길을 만들며 섬 사이를 유유히 지나간다. 연대도와 부지도, 연화도, 우도, 초도, 만지도, 저도, 욕지도 등 올망졸망 펼쳐진 섬들이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다 향을 맘껏 들이켠다.

통영수산과학관에서 5분이 채 되지 않는, 미륵도 끄트머리에 있는 달아공원.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지금은 달 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을 조성하느라 공사가 한창이지만 그래도 산양일주도로를 타고 잠깐 들러 바다 쪽으로 걸어가면 대장재도·소장재도·저도·송도·학림도·추도 등 수많은 섬을 바라볼 수 있다. 

◇통영수산과학관 찾아가는 길

△내비게이션에 통영수산과학관을 입력하거나 시내버스를 이용한다면 513, 530, 532, 534, 535, 536, 537번을 타고 척포 방면 달아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인근 맛집

△통영 맛집 = 통영에 들렀으니 더 늦기 전에 멍게 비빔밥을 맛보고 싶다. 가게 이름이 말 그대로 '통영 맛집'(통영시 항남동 139-17, 055-641-0109)이다. 강구항을 끼고 서호시장 골목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 정갈한 반찬들이 상에 놓였다. 특히 멸치회와 방풍나물과 톳나물 등은 해안가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다져진 멍게가 밥 위로 넉넉하게 담겼다. 당연히 냉동일 줄 알았는데 그윽한 멍게 향이 코를 자극한다. 싱싱한 생물이다.

"젓가락으로 비비세요." 진한 멍게의 오렌지빛이 밥과 나물을 물들인다. 멍게 특유의 쌈싸름한 감칠맛과 아삭한 채소가 조화를 이뤄 별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멍게비빔밥 1만 원. 여름 계절 특미인 갈치 호박국 1만 원.

멍게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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