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송영식 진주시 토지정보과장

송영식(사진 오른쪽) 진주시 토지정보과장은 23년째 산에 오르는 산에 빠진 사나이다.

등산을 시작한 계기는 색다르다. 송 과장은 어릴때부터 풍수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버스를 타고 등교하다가 차창 밖을 봤는데 무덤과 집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고, 나이가 들면서 본격적인 풍수 공부를 했다. 자격증도 취득했다.

"죽은 사람의 음택과 양택은 분명히 있다. 음택과 수맥이 흐르는 곳은 (후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은 숱하게 경험했다. 소문은 안 낸다. 천기누설이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풍수를 믿어도 되냐는 질문에 송 과장은 "풍수는 80~90% 맞다. 미신이 아니고 과학이다. 동기감응이라고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정치인이나 재벌 등 소위 출세한 사람들은 대부분 명당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묘소의 크기는 문제가 아니다. 허례허식을 하란 얘기도 아니다. 정확한 위치와 높이가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명당을 찾아 현장 답사를 하면서 산의 매력에 빠졌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20년이 넘었다.

그가 산에 오르면서 지키는 원칙은 겸손이다. 무리하지 않고 묵묵히 위만 보고 오른다.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산은 줄 것만 있지 가져올 것은 없다. 그저 느끼고 즐기다 오면 된다. 경쟁자도 시기심도 없다.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숙연해진다"고.

그는 그동안 수많은 산악회에 가입하고 등반대장·회장 등도 맡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탈퇴했다. 얽매이는 게 싫어서 이제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

그래도 그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룬 성과는 대부분 해냈다. 200대 명산 종주와 백두대간 종주를 비롯해 호남정맥, 낙남정맥, 낙동정맥 등도 종주했다.

특히 지리산은 1년 동안 집중적으로 올랐다. "그래도 못 가본 곳이 있다. 지리산은 정말 무궁무진하다"고 감탄했다.

정상주와 하산주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쇠비름으로 술을 담갔다가 산에 갈 때마다 반 병쯤 가져간다. "서로 가슴을 열어놓고 한 잔씩 마시면 기분이 최고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달에 사무관 진급을 했다. 늦었지만 누구를 탓하지 않았다. "20년 전 <목민심서>를 읽었는데 '법은 물이요 고기는 백성이다'라는 대목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국민이 고통 없이 살려면 물(법)의 온도와 먹이, 환경이 적절해야 한다. 공직자로서 민원을 반려, 기각하기 전에 민원인의 입장에 서본다. 경미한 사항은 가급적 민원인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조정해주려고 한다. 공무원이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하면 탓할 사람은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공직생활을 한 지 30년이 넘었다.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에서 40년 넘게 지적불부합지(지적도와 실제 소유가 일치하지 않음)로 말미암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던 내동면 신율리의 집단 민원을 해결한 것이 가장 뿌듯하다.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1~2명이 거부하는 바람에 합의가 깨지기를 수십 번 반복했지만 꾸준하게 설득하고 점검하면서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고, 지주들이 모두 웃었을 때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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