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터뷰]남편 조영길이 쓰는 아내 노정선 이야기

결혼한 지 2년 차인 초보부부. 귀여운 아기도 태어나 알콩달콩 살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이자 아직은 초보티를 벗지 못한 신혼이라 때때로 다툼도 많다.

이에 남편 조영길(34·회사원)은 아기가 태어난 후 진솔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던 아내 노정선(28·회사원)과 오랜만에 대화 장을 마련했다.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느라 많이 힘들어 보여. 요즘 생활이 어떤 것 같아?

"솔직히 단편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주변에 미혼인 친구들이 있으면 '절대 시집가지 마' 혹은 '가더라도 천천히 즐길 만큼 즐기고 가'라는 소리를 달고 살 정도니깐. 하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 회사 일에 치이고, 육아에 치이고, 또 가끔 집에 와서도 이런저런 일들로 짜증 날 때가 있지만, 사실 가슴 두근두근 거릴 정도로 행복한 일이 더 많거든. 특히나 요즘은 은서가 한창 재롱을 부리고 예쁜 짓도 많이 하고…. 우리 부부는 그런 걸 보면서 힘을 얻고 미래에 대해 설계를 하잖아. 지금은 힘들 때도 많지만, 사실 행복한 고민이라는 생각을 해."

곧 있을 우리 은서 돌 기념 가족사진.

-연애할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때?

"일단 책임감에 있어선 같아. 우린 공개적으로 사내 연애를 했잖아. 그래서 만약 사귀다가 헤어지게 되면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어느 정도 책임감을 두고 연애를 한 것 같아. 그런 점에서는 결혼까지 결심하도록 끝까지 멋진 모습 보여준 자기한테 고맙지. 결혼 후 책임감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고…. 물론 결혼 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서 힘들 때도 잦지만…."

-흔히들 말하는 꽃다운 나이에 결혼했는데 더 해보고 싶은 일은 없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제약은 있지만, 지금도 충분히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실현하는 중이야. 우리 회사는 조선소이지만 그래도 사회복지학이라는 전공을 살린 일도 하고 있고, 이렇게 멋진 남편을 만나서 가정도 꾸렸고, 또 귀염둥이 은서도 생겼으니까 지금 정말 좋지. 게다가 지금 엄마가 은서를 봐주고 계시잖아. 덕분에 일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불안함 없이 내 생활을 할 수 있으니 난 사실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하고 싶은 일은 지금도 틈틈이 하고 있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친한 친구들과 여행하는 거지. 나중에 은서가 조금 더 크고, 내 친구들이 결혼하기 전에 꼭 여자끼리 여행 한번 가보고 싶어."

-우리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려면 어떤 게 더 필요한 것 같아?

"난 우리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 아니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 연애기간을 포함해 4년 넘게 함께하면서 가끔 우린 생각하지도 못한 상대방 모습에 놀랄 때도 있지만, 이런저런 모습들을 알아가고 맞춰가다 보면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되지 않을까? 사실 이 점에서 나도 반성하고 있어. 자기가 말한 것처럼 우리 요즘 대화를 통 못하고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선 대화가 필요한 것 같네. 모든 남녀 사이가 그렇겠지만."

-결혼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뭐야?

"은서가 태어난 거지. 그때 감동은 말할 필요가 없지. 난 은서를 볼 때마다 '어떻게 내 뱃속에서 이런 아이가 나왔을까'라는 생각을 하거든. 최근에 은서 돌사진 촬영했잖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 싶어서 마음속으로는 매우 감개무량했지."

-물론 우리 아기가 태어난 게 가장 기억에 남지. 그것 말고 나에 대해 기뻤던 적은 없어?

"내가 좀 감동을 잘 받는 스타일이거든. 자기한테 표현은 잘 안 했지만 다 기억하고 있지. 사소한 기념일도 나보다 잘 기억해서 챙겨주는 것, 내가 한 음식이 때론 입맛에 맞지 않아도 잘 먹어주는 것, 결혼하고 나서도 연애할 때처럼 데이트 신청해주는 것. 이런 소소한 기쁨은 누려본 사람만이 알겠지. 그런데 나 아주 좋은 것만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럼 결혼 후에 가장 섭섭했던 일은 뭐야?

"결혼하고 바로 임신을 하다 보니 자꾸 임신 때 일만 생각난다. 임신 중에 말다툼했던 일은 솔직히 모두 다 상처였어. 그냥 가벼운 언쟁으로 넘길수도 있었던 일인데도 임신 중엔 더 예민해서 마음속에 하나하나 다 꽂혔던 것 같아. 고등어 사건 기억나? 난 입덧 때문에 밥냄새도 못 맡고, 누가 고등어 좀 구워 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내색해도 자기가 해주지 않아서 친구랑 그 얘기 하면서 펑펑 울었거든. 그건 정말 평생 갈 것 같아."

-나한테 바라는 점은 없어?

"물론 시시콜콜하게 바라는 점은 많아. 그런데 그것보다는 일단 큰 밑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하겠지. 내가 믿을 수 있는 남편, 은서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어 줬으면 좋겠어. 자긴 물론 우리에게 충분히 자랑스러운 가장이지만 말이야."

-앞으로 목표는 뭐야?

"난 지금 워킹맘이잖아.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가정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물론 지금은 그 두 가지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나중에는 나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길 거라 생각해. 사실 지금은 좀 힘들기는 하지만, 자기를 비롯해 우리 가족 모두가 도와주고 있잖아. 시간이 걸리겠지만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기가 은서와 나를 위해 많이 노력해주고 있는 걸 알고 있어. 그런 점에 항상 고맙게 생각해. 나도 속마음을 잘 얘기하고 있지만 그래도 약간은 무뚝뚝한 내 성격 때문에 고마움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래서 얼마 전에 우리 둘만 이용할 수 있는 가족밴드를 만들었잖아. 추억이 있는 사진, 우리 집안 기념일, 또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게. 그런 거 귀찮아하지만, 만들었다고 자기가 좋아했었지. 일과 육아, 살림에 치이지만 어떤 매개체를 통하든 부부가 대화하는 시간을 두는 건 중요한 것 같아. 지금처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은서한테도 좋은 엄마·아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어."

나보다 여섯 살 적은 아내라 항상 어리게만 봐왔다. 하지만 야심한 시간, 짧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어른으로서, 또 한 아이 엄마로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글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더 많은 말이 가슴에 남는다. 아직 신혼부부 딱지를 다 떼지 못해 웃을 일도, 슬플 일도 많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성장하는 행복한 부부가 되기를 기원한다. 내일은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 함께 출근할 내 아내에게 "힘내!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라고 말해주어야겠다.

/조영길 객원기자

경남건강가정지원센터-경남도민일보 공동기획으로 가족 이야기를 싣습니다. '건강한 가족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마련한 이 지면에 참여하고 싶은 분은 남석형 (010-3597-1595) 기자에게 연락해주십시오. 원고 보내실 곳 : nam@idomin.com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