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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선 지금도 막걸리가 익어가네

[경남맛집]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전원일기'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3년 07월 17일 수요일

이번 주 맛집은 독자가 추천한 집이다. 전통주에 일가견이 있는 진헌극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대표다. 진 대표는 몇 해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제조되는 전통주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남도민일보사 강당에서 '전통주 식락회(食樂會)'를 열기도 했다. 한때 선친이 신마산 지역에서 주류유통업으로 명성을 떨쳤다는 점에서 이 일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전통주 감별을 어느 정도 해 낼 수 있는 입맛도 가졌다.

이런 그가 마산에 손수 막걸리를 빚어 파는 전통주점이 있다며 제보를 해 왔다. 수입 쌀에 인공감미료를 넣어 달짝지근한 맛을 내기만 하는 공장 막걸리가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은 요즘이다. 도심에서 적은 양이나마 직접 막걸리를 빚어 파는 집을 찾기가 가뭄의 단비 같은 이때 그 맛이 어떨까 궁금해 발걸음을 옮겼다.

   
  전통주점 '전원일기'에서는 직접 만든 진짜 전통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박일호 기자  

마산 성지여고 정문 옆 '전원일기'. 이 집 집주인 이제복(51)·이지예(51) 씨 부부는 진주가 고향이다. 두 사람은 10여 년 전 마산 중앙동 옛 마산시청(현 마산합포구청) 자리에서 민속주점 풍의 '조선시대'라는 한정식집을 4년 동안 운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주에서 30년 넘게 수제 막걸리 집을 운영하던 이지예 씨 고모가 나이가 들어 더는 가게를 운영하기 어려워지자, 자신이 가진 막걸리 비법을 전수받을 사람을 찾아나섰다. 이 때부터 이제복 씨는 처고모 밑에서 장장 5년 동안 전통 방식으로 막걸리 빚는 법을 배우게 됐다.

술 빚는 과정은 전통 방식 그대로다. 국내산 찹쌀 12되를 깨끗이 씻어 이틀 동안 불려 준비한다. 누룩(밀떡) 13개는 곰팡이가 상하지 않게 살살 달래듯 씻어콩알만 한 크기로 빻은 후 물에 불린다. 물 높이는 누룩 높이보다 정확히 3㎝ 높아야 한다. 불리는 시간은 여름철 8시간, 겨울철 16시간이다.

이 사이 불린 찹쌀은 체에 걸러 스팀 찜기에 찐다. 쪄낸 찹쌀은 온기가 전혀 남지 않도록 완전히 식힌다. 다 식힌 찐 찹쌀과 누룩 불린 물을 버무린 후 커다란 독에 붓는다. 독 온도는 사람 체온과 같은 36.5℃로 맞춘다. 온도가 이보다 높으면 이른바 '재가 넘어' 술이 쉬 시어져 먹지 못하는 수도 있다.

5일을 숙성하고 나서 6일째 되는 날 술을 걸러서 뜬다. 이때 3말 정도가 나오는데, 독에 든 술을 다 떠내면 독에 물 1말을 부어 휘저어 준다. 이른바 '후국'이라하는데 이를 미리 떠 놓은 술에 배분한다. 이렇게 만든 술을 3일간 냉장 보관해야 비로소 완성이다.

술을 빚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조절이다. 날씨에 상관없이 독을 36.5℃로 맞추려면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 특히 겨울에는 전기장판으로 독을 감싼 후 담요 3장을 더 덮어줘야 간신히 온도를 맞출 수 있다. 일교차가 큰 봄에는 기온 변화에 따라 독을 들여다 봐야 하니 겨울보다 신경 쓸 일이 더 많다.

"현재까지 80번 정도 술을 담았는데 매번 이 과정을 노트에 기록해둡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항상 일정한 맛의 술을 빚기 위해서입니다."

   
  ./박일호 기자  

술을 빚을 때 쓰는 찹쌀은 어시장에서 국내산 찹쌀만 파는 집에서 받아쓴다. 누룩은 부산 구포에서 받아오는데 늘 직접 가서 곰팡이 상태를 확인한 뒤 들여온다. "누룩은 제조하는 할머니들이 직접 발로 밟아 빚어낸 것을 씁니다. 둥글넓적한 밀떡에 노란 곰팡이가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퍼진 것이 좋은 누룩인데 직접 보지 않고는 좋은 누룩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마산은 예로부터 물이 좋기로 소문난 도시다. 일본인들도 이 물에 반해 양조장을 많이 운영했다. 전원일기 역시 무학산 정기를 품은 완월동 약수를 이용해 술을 빚는다.

이 집이 자랑하는 술은 '찹쌀 전주'다. 막걸리 위에 뜬 투명한 청주를 말한다. 약간 시큼털털한 맛이 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마지막에는 달큰한 맛이 입안을 싸∼악 맴돌다 지나가 개운한 뒷맛을 남긴다. 천연 효모로 발효돼 탄산이 전혀 들지 않았으니 목 넘김도 부드럽다. 옛날 시골에서 집집 마다 직접 빚어 먹던 술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탁 칠 그 맛이다. 그러나 탄산과 감미료에 젖은 공장식 막걸리에 길든 사람이라면 생소한 맛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겠다.

"저희도 우리 집 술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래도 전통의 맛을 알고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정성껏 빚은 좋은 술을 내드릴 수 있다는데 더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찹쌀전주 1만 원 △동동주 8000원 △동태찌개(식사용) 5000원 △매생이해물칼국수 5000원 △홍어삼합 소 2만 원·대 3만 원 △삼겹수육·동태찌개 각각 소 1만 5000원·대 2만 원 △닭볶음탕 2만 원 △가오리무침·홍어삼합전·명태전 각 1만 원 △홍어회·홍어무침 각 2만 원 △생선구이·두부김치·해물파전·어묵탕 각 8000원.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207-5번지(완월남로 24). 055-221-8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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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