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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위한다면 인조잔디 문제 따져야"

[할 말 있습니다] 안전기준 제대로 없는 인조잔디, 재시공 한다니

김은경(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교육부장) webmaster@idomin.com 2013년 07월 16일 화요일

올해부터 학교운동장의 낡은 인조잔디를 재시공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이 이루어진다. 경남 지역도 인조잔디의 내구연한인 7~8년을 꽉 채운 3개 학교가 선정되었으나, 또다시 인조잔디를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변경을 요구했으나, 경남도교육청은 인조잔디 조성을 조건으로 지원받은 것이라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에 해당 3개 학교에 학부모 및 지역민의 여론을 수렴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워낙 촉박하게 추진되는 통에 졸속으로 간신히 모양새만 갖춘 채로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인조잔디의 사용연한은 대략 7~8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3년 정도 지난 학교를 가보면 인조잔디 상태는 이미 망가져 있다. 몇 년 후에 철거해야 하는데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학교 측은 너무도 당연하게 없다고 답하였다. 운동장 넓이에 따라 다르지만 5천만~1억원 인조잔디 철거 및 폐기물 처리 비용이 들고, 많은 곳에서 인조잔디가 안전하지 않다고 하는데 왜 또 이것을 깔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인조잔디 운동장에 떠있는 충전재(고무칩), 검게 보이는 부분이 모두 충전재다. /마창진환경연합  

경남 지역에서 인조잔디 운동장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김해 지역 고등학교에서 재포설한 고무충전재에서 악취가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계속 반복된 저가제품 사용 여부가 문제시되면서 지역언론사가 도내 설치된 인조잔디 운동장을 집중 취재하였고, 이에 환경연합도 다시 한 번 인조잔디 운동장을 돌아보는 의욕을 갖게 되었다.

여전했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부리나케 뛰어나와 놀다가 혹은 체육시간이 끝난 다음에 교실로 들어가면서 옷을 털고 손을 씻는 아이들은 없었다. 몇 년 동안 햇볕에 노출되고 무수히 밟히면서 잘게 바스러진 잔디파일 조각들이 털실뭉치 모양으로 운동장을 굴러 다녔고, 새카만 고무충전재들이 잔디 위에 떠다녀 색깔마저 거무튀튀해 보였다. 올 여름에 또 얼마나 악취를 풍기고 아이들을 힘들게 할지 걱정이 앞섰다.

인조잔디가 깔린 대학교 운동장. 체육수업을 하면서 바지자락에 잔디파일을 잔뜩 묻히고 나와도 털어내지 않았다. 얼른 달려가서 털어내고 손도 꼭 씻어야 한다고 했더니 고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지내 와서 의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가끔 아이와 함께 운동장에 놀러온다는 시민을 만났는데 여기만 왔다 가면 밤새 아이들의 아토피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공설운동장도, 주민운동장도 인조잔디가 깔렸고, 그곳을 이용한 시민들은 조금씩 불편을 호소했다.

인조잔디운동장을 학교에서 어느 정도로 관리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비용 때문에 제대로 세척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1년에 한두 번 전문업체에 간단한 세척을 의뢰하는데 비용이 회당 2백만 원 가량 소요되어 부담스럽다고 했다. 게다가 BTL사업(임대형 민자 사업)으로 조성된 학교는 언제 세척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1년은 훨씬 넘은 것 같다고 한다. 운동장 관리도 학교에서 직접 하지 않는 탓이었다. 고무충전재는 제때 보충하는 곳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도 김해 사례처럼 저가제품을 선택하여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운동장을 고작 5분 남짓 걸어다닌 학생의 신발과 옷자락에 묻은 인조잔디 부스러기.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사업에 대한 경남도교육청의 입장이 많이 바뀌었다. 우선 내년부터는 재시공 대상 학교가 인조잔디를 선택하면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고, 신규 운동장 조성사업에 대해서도 인조잔디는 가급적 배제하고, 경남도교육청 관할이 아닌 경로를 통해 지원되는 사업도 교육청과 협의해 줄 것을 경상남도에 요청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축구부가 있는 경우에는 인조잔디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교생이 함께 사용하는 운동장이고, 축구부라고 하더라도 피해가 발생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예외를 두는지에 대해서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제기했다. 개방형 운동장을 명목으로 집단 민원을 넣거나 아는 인맥을 총동원하여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고 주말마다 통째로 사용하는 조기축구회 어른들이 여전히 큰 문제다.

웃지 못할 일이 또 있다. 2년 전 어느 사립 중학교에서 갑자기 학생 20여 명을 모아놓고 축구부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인조잔디 운동장 지원기금을 따 내더니 축구부의 활동이 중단됐고, 그저 축구동아리 정도의 모양새만 유지하고 있다.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환경부에서 실태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는 미량이지만 납·아연 등 중금속과 가소제(성형이나 가공을 쉽게 하려고 플라스틱이나 합성 고무에 보태는 물질) 등이 검출되었다. 그리고 운동장을 사용했던 학생들의 손 표면에서도 중금속 성분이 검출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인조잔디 유해물질 위해성 평가 결과 발표 자료에 적힌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었다'는 결론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낮은 수준이란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운동장을 사용하는 주된 대상이 어른이 아니라 활동량이 많은 성장기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기에 기준치 미달, 낮은 수준 등의 결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또한 고무분말로 된 충전재 말고는 안전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도 시급하게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연관된 문제다. 이미 경남도교육청을 비롯한 몇몇 행정기관에서 인조잔디에 대한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나름대로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부처에 대한 개선 요구는 미약하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조잔디의 위해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우선 부처별로 진행하는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인조잔디 운동장이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도 이것을 파악하기는커녕 그러면 이것도 하나 더 넣고, 저것도 추가하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물론 학교가 의지를 갖고 인조잔디가 아닌 흙운동장이나 천연잔디 운동장를 선택하면 되겠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이유와 목적으로 인조잔디를 선택하는 학교가 태반이다. 인조잔디의 위해성 여부와 함께 사업을 둘러싸고 학교 구성원 간 또는 학교구성원과 지역민과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고, 고질적인 비리가 되풀이되는 것도 심각하게 제고해 보아야 할 이유다.

우리가 진정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안전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현재의 인조잔디 조성사업의 문제점을 깨달아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지금 당장 이런 위험한 인조잔디 운동장 사업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김은경(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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