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7) 제비가 대규모 토목사업 멈추게 한 사연

중국 6월 22일 CCTV방송과 여러 신문에는 제비 둥지로 하난성 정저우시 일대 대규모 중국 국가 토목사업인 남수북조(南水北調) 공정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은 한국 몇 개 언론에도 짧게 소개가 되었다.

남수북조 사업은 중국 북방의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3개 수로망을 만들어 양쯔강 물을 황허·화이허·하이어 북부 3개 강으로 끌어오는 대규모 토목사업이라고 한다.

공사장에는 갈색제비(북한 이름 모래제비, 영어 이름 Sand Martin, 중국 이름 崖沙燕) 2000여 마리가 있었으며 공사로 둥지의 3분의2 정도가 훼손되어 공사장 바닥에 새끼가 죽거나 다쳤다고 전했다. 한 사진은 어린 갈색제비 시체가 산산조각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중국 임업국과 정저우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시공업체 측에 시공 일자를 제비 번식기가 끝나는 이후로 늦출 것을 요구했고, 시공업체에서는 공사 일정상 어렵다고 했지만 결국 갈색제비가 새끼를 키우고 떠난 뒤인 7월 중순으로 연기되었다고 전했다.

중국 정저우시 수로 건설사업 현장. 아래로 갈색제비의 집이 보인다. /chinanews.com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5월에도 하난성 신정시 한 주택공사 현장에서도 있었다. 여기는 1만여 마리 서식지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공사가 연기되는 일이 있었다.

공사를 계속 강행하지 않고 잠시라도 멈출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공사 현장에서 공사장 인부들은 수천마리의 어린 갈색제비가 피해를 입었고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또한 수많은 어미 갈색제비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린 새끼 갈색제비를 보며 공사장에서 애타게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 소리를 공사 인부도 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공사가 중단되었지만 수많은 어미 갈색제비의 마음에 남겼을 상처, 굴착기가 다가올 때 느꼈을 어린 새끼 갈색제비의 공포는 계속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공사가 연기는 되었다고 하지만 나중에 재개되는 공사를 통해 서식지는 결국 파괴될 것이고 앞으로 갈색제비는 번식을 위해 또 다른 서식처를 찾아 헤매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다른 다라에서도 토목공사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서식지가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5월 중국 사천성 루저우시 한 마을에서는 밤마다 수만 마리의 제비 무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고 가서 구경을 했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중국은 지금 관광산업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 피해를 본 지역도 조금만 생각을 돌려 좋은 생태 관광으로, 연구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에게도 새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제비는 대략 6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갈색제비는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갈 때 잠시 쉬어가는 통과새이다.

/오광석(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경남 교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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