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레인 이성우 씨 고향 그리워하며 만든 노래…엔씨다이노스 공식 응원가로

어제(2013년 7월 12일) 밤에 마산야구장에서 공룡이 거인을 쓰러트렸다. 요즘 쓰는 야구용어로 말하자면, 승리의 현장을 직관한 셈이다. 마산구장 통산 5번째 매진이라더니, 정말로 입추의 여지없이 관중이 들어차 있었다. 마산야구의 열기도 열기려니와 롯데와의 싸움이 더 재미를 부추겼을 것이다. 거인들은 적어도 재작년까지 이곳을 홈으로 삼아 경기를 했다. 모르긴 해도 원정복을 입고 이곳에서 경기하는 감회는 착잡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김경문 감독은 시즌 초기부터 대롯데전만은 반드시 이기리라고 다짐하였으니, 그 투쟁심이 야구팬들에게도 전달되었을 것이다. 여하튼 우리도 1루쪽 다이나믹 존에서 엔씨팬으로서 열심히 응원했다.

◇일화 하나 = 게임의 열기가 달아오를 무렵, 우리 옆에 있던 중학생 하나가 우리쪽으로 엎드리면서 속삭인다. 너무 무서워서 앉아있지를 못하겠단다. 왜냐고 물으니, 자기는 롯데를 응원하는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주위의 함성이 크다는 것이다. "걱정말고 니 하고 싶은대로 하렴" 이렇게 말해주니 창원에 사는 이 중학생 녀석은 그제야 마음이 좀 놓인 듯, 계속해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동생과 같이 온 이야기, 어릴 때부터 롯데 팬이었던 이야기, 지난 4월에 엔씨게임을 보고 실망한 이야기, 3루 쪽 롯데 응원석에 가고 싶었으나 표를 구하지 못해 이 곳에 올 수밖에 없던 이야기 등등. 오늘 보니 다이노스가 너무 잘해 마음이 동한다는 이야기, 심지어는 연장전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였는데, 그 까닭을 물으니 집에 늦게 갈 수 있기 때문이란다. ^^ 오호라.

결국 다이노스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보면서, 또 팀을 갈아 타보라고 권유한 덕에 다음부터는 엔씨다이노스를 응원하겠단다. 지난 100년 동안 야구 사랑이 전국 최고 수준일 만큼 열렬한 이 동네에서 다른 팀을 응원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응원 열기가 가장 뜨거운 다이나믹존에서 어찌 감히 다른 팀을 응원할 수 있겠는가.

다이나믹 존은 1루 바로 뒤에 있는 좌석으로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마치 현미경처럼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선수들의 흐르는 땀방울을 볼 수 있고, 그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바로 뒷편에는 엔씨응원단이 야성적이면서도 힘찬 열기를 쉼없이 내뿜고 있다. 그야말로 열기의 도가니이다. 아무리 기가 센 사람이라도 이 열기를 거스르기는 어렵다.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트의 3연전이 열린 마산야구장에 주말을 맞아 많은 관중이 모여든 가운데 지난 14일 오후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일화 둘 = 나는 이 야구장에 와서야 <마산스트리트>라는 노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록커인 노브레인이 부른 이 노래는 엔씨다이노스의 공식 응원가이기도 하다. 이 그룹의 보컬인 이성우 군이 고향인 마산을 그리워하면서 만든 노래라고 한다.

가사는 "내가 태어난 그곳 마산스트리트, 바닷바람 거친 항구의 도시, 특별한 것도 정 갈만한 구석없어도 난 그곳을 사랑하네. 콜라빛 나는 바다물이 흘러 흐르고, 아줌마의 구수한 마산사투리, 정든 그곳을 등지고서 난 떠나왔네, 꿈을 가득 안고서. 흘러가는 한강의 강물이여, 마산항으로 내마음 보내다오. 컴온 컴온 마산스트리트여, 컴온 컴온 나의 나의 친구여. 컴온 컴온 마산스트리트여, 뛰어 올라라. 직인다."

8회 말에, 또 경기가 끝난 뒤 구장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울컥해진다. 떠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록의 선율에 실어 올리는 재능이 탁월한, 참으로 멋진 노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애절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우리 모두 실향민 같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제도 그 노래를 들었다. 다섯 번 이곳에 왔으니, 적어도 열 번은 들은 셈이다. 이제는 같이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가사나 멜로디에도 익숙해졌다. 어제는 이 노래를 영상에 담으리라고 작심하였다.

나에게 마산은 제2의 고향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원초의 곳이고, 학문활동에 영감을 불어넣어준 곳이기도 하다. 서른 직후부터 인생의 황금기를 이곳에서 보낸 셈이니 어찌 남다르지 않겠는가.

그런데 통합되는 바람에 지명조차 잃어버리고 말았다. 강제로 이름을 잃어버린 몇년 동안에 가슴이 뻥 뚫린 기분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저렇듯이 야구장에서 노래로 남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된다.

어쩌면 마산구장을 뒤덮을 듯이 쩌렁쩌렁 울리는 이 노래를 들으려고 야구장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옥가실(동아시아 역사통신·http://blog.naver.com/yufe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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