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불참 이어 '진주의료원 매각 중단·재개원안 마련' 요구에도 매각 본격화

박권범 진주의료원 대표 청산인이 15일 채권 공고를 내고 진주의료원 매각 절차를 본격화했다. 홍준표 지사는 "이제 진주의료원은 과거"라며 복지국 직원의 노고를 위로하고 여름휴가 계획을 짜라고 지시했다.

진주의료원에 대해 즉시 매각을 중단하고 한 달 내 재개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국정조사 보고서의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매각 중단은커녕 본격화했고 재개원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진주의료원 회생에 작으나마 희망을 던졌다고 여기는 정부와 야권·노조와는 딴판으로, 경남도청에서 진주의료원은 이미 '상황 종료' 분위기다.

홍 지사가 국회 시정 요구를 받아들여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는 방향으로 틀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졌다. 남은 것은 보건복지부의 매각 협의 거부 카드가 거의 유일하다.

이날 박 청산인은 채권 공고를 내 9월 15일까지 채권자에게 채권을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앞으로 두 달 안에 세 차례에 걸쳐 채권 공고를 내고서 법원으로부터 부채동결 조치와 더불어 자산이 확정되면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께 진주의료원 매각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홍준표 지사는 15일 오전에 열린 실·국·원장회의에서 "이제 진주의료원은 과거"라는 발언으로 '진주의료원 매각 중단과 한 달 내 재개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국회 국정조사 보고서를 무시했다. 

마침 이날 진행된 홍 지사 상반기 공약이행 점검에서도 '진주의료원 경영정상화' 건은 이미 '완료'로, '폐업 실직자 취업대책 강구'는 '정상 추진'으로 구분됐다.

홍 지사는 그간 꽁꽁 묶었던 '에어컨 인심'도 발휘했다. 홍 지사는 "더울 때는 에어컨 좀 틀어라"며 "특히 점심때 식당에 에어컨을 틀지 않으니 직원들 불만이 매우 많다. 식당에는 에어컨 좀 세게 틀어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날 자물쇠와 철조망 등으로 봉쇄했던 도청의 몇몇 출입문 또한 개방하려 했으나 '시기상조'라는 일부 의견이 있어 실행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귀족노조' '지방 고유사무' 강조는 여전했다. 홍 지사는 "지난 5개월 동안 강성·귀족노조의 저항, 야권의 반대, 중앙정부의 개입, 국회사무가 아닌데 지방사무를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하고 반대를 한 데 대해 복지보건국 직원들 정말 고생이 많았다"며 치하했다.

더불어 자신을 세조에 빗대 극과 극을 오가는 평가 속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지도자로 표현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하고 소통하려 했던 선왕 세종과 달리 자신이 추진하고자 하는 일은 어떤 반대에도 밀어붙인 세조에게 자신을 투영시킨 것이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보고서 채택으로 종료됐을 뿐 아니라 각종 반대에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책운제권(策運制權)이란 말이 있다. 운도 자기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작은 집단의 리더라도 일 할 때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지 집단의 구성원이 힘을 합쳐 추진력 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트위터에도 올렸다.

이런 분위기는 전날 밤 감지됐다. 홍 지사는 14일 오전 8시께 특위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시정요구가 공식 이송되면 그때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 날 오후 8시께 트위터에 '지방 고유사무에 관한 국정조사가 위헌이 되면 이에 관한 모든 국회의 처분이 무효가 됩니다. 나는 이번 진주의료원 관련 국정조사는 위헌임을 다시 한번 확신합니다. 강성·귀족노조에 휘둘리는 일부 국회 의원님이 안타깝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민주당은 특위를 계승한 '공공의료 기획단'을 구성해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지원하기로 했고, 민주당 경남도당은 16일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 보고서 이행을 압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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