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중단·정상화 방안 요구'했으나 구속력 없어 이행 불투명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가 13일 채택한 보고서의 핵심은 '진주의료원 매각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1개월 안에 정상화(재개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최종 보고서를 두고 여야 특위 위원은 두 시간여 이견을 주고받았지만 이 두 가지에는 흔쾌히 합의했다. 여기에는 이번 국정조사 자체를 위헌이라며 받아들이지 않는 홍준표 지사가 국정조사 보고서 또한 얼마나 받아들일지 어느 정도 체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홍 지사와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진주의료원 매각을 여당과 정부와 충분히 협의할 것이고 진주의료원을 병원 이외의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달받았다"며 애써 위원을 설득하는 모습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기대감을 표현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홍 지사가 경남도 기관보고를 거부하고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 폐업 과정에 대한 책임과 진실 여부를 명확히 가리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국정조사를 통해 폐업 부당성을 만천하에 알리고 '1개월'이라는 시한과 '재개원'이라는 분명한 조건을 단 결과가 채택된 것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 마지막 날 전체회의에서 정우택(왼쪽)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국조 특위나 야권, 노조도 홍 지사가 '곧이곧대로' 이를 이행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홍 지사 또한 이날 보고서 채택에 대해 "보고서는 본회의 의결 사항"이라며 "시정요구가 공식 이송되면 그때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특위가 채택한 보고서는 통상 본회의에서 의결된다. 보고서가 본회의를 거쳐 경남도에 이송되기까지는 1주일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기간 여론과 정국의 추이 등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보고서 자체의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 다만, 보고서 성실 이행 여부를 보고 지자체 예산권을 쥔 정부기관이 에둘러 압박할 수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시정요구 대상이 경남도가 아닌 보건복지부에 쏠렸다는 지적이 있었는데도 보건복지부 43건, 경남도와 지방자치단체 10건 등 대부분 보건복지부에 하달된 점도 홍 지사가 그간 보인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보건복지부를 통해 경남도를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 채택의 성사 여부는 보건복지부의 의지와 복지부의 지도·감독을 요구하는 야당과 보건의료노조의 수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14일 바로 진주의료원을 실질적으로 재개원할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노조 대응 수위를 결정하고 야권과 연대 방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차적으로 15일 경남도와 보건복지부 등에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홍 지사와 면담 요청, 노·사·정과 시민단체 간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도 함께 요구할 계획이다.

현재 진주의료원 노조원 30∼40명은 여전히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요구하며 병원 내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보건의료노조도 이번 국조를 통해 한껏 고무돼 있다.

나영명 노조 정책실장은 "모든 논의의 전제는 진주의료원을 지방의료원 형태로 재개원한다는 것이어야 한다"며 "이를 전제로 한 개선방안 논의에는 얼마든지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조 특위나 복지부 의중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도 행정이 방향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도는 현재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공포 이후 해산 등기에 이어 민법에 따른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애초 15일 1차 부채확정 공고 등을 내 2개월 안에 3차례 공고를 거쳐 법원으로부터 부채 동결 조치와 더불어 자산을 확정하면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 진주의료원 매각 공고를 낼 참이었다. 이렇게 의료원이 팔리면 320여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빚을 갚고 복지부에서 지원받은 197억 원 가운데 건물 현재 가치와 감가상각 등을 고려해 국비까지 반납하고서 잔여재산은 경남도에 귀속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국조 특위에서 '공공의료 이외의 목적으로 매각은 막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도 방침으로 알려진 '민간 의료법인에 매각' 사실이 인지되는 시점부터 매각 협의는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문구에 '즉각 매각 중단'을 넣자고 주장한 박대출(새누리당·진주 갑) 의원은 정상화 방안 마련 앞에 '위탁운영'을 넣자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남도 실무진은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의료기관 이외의 매각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결국, 홍 지사의 방향 전환에 대한 '언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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