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미디어교육 강사 김종갑 씨

불혹인 40살,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다. 그는 40살에 다시 학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박사과정을 수료할 준비 중이다. 20년간 지역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온 연극인에서 미디어교육 강사로 제2 인생을 준비하는 김종갑(48) 씨 이야기다.

김 씨는 학창시절 공부와는 인연이 없었다. 초·중·고 시절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반에서 꼴등의 영예(?)도 종종 차지하곤 했다.

"제가 아직도 초등학교 6년간 성적통지표를 가지고 있어요. 그 당시에는 수·우·미·양·가로 성적을 표시했잖아요. 그때 성적표를 꺼내보면 온통 미·양·가에요. 남들에게는 흔한 '우'가 제 통지표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 신기해요."

김 씨는 정규교육을 받는 12년 내내 공부에 관심은 없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학업에 열정도 없이 지역 전문대학에 입학했다. 그곳에는 다른 것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극배우 권성덕과 김종갑(왼쪽) 씨.

"대학 시절도 학업은 꽝이었지만 동아리 활동은 열심히 했어요. 극예술연구회란 동아리에서 연극을 배우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죠. 한정된 공간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다른 사람 몫을 살아가는 배우 역할에 푹 빠져버렸어요."

대학 시절도 연극 동아리 활동 때문에 공부는 뒷전이었다. 결국 김종갑 씨는 대학 졸업 후 전공과는 무관한 지역 극단에서 연극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그래도 연극은 많은 것을 주었지요. 지금 아내도 극 연출하며 소개받아 결혼했고, 내성적이던 성격도 연극배우를 하며 활달하게 바뀌었죠. 돌이켜 젊은 날 연극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에요."

그는 꽃가게를 운영하는 아내 도움으로 연극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런 그는 가족에게 늘 미안했다. 그는 꿈을 위해 가족에게 소홀했던 그 당시를 두고두고 후회한다. 지역 극단에서 활동하는 그로서는 늘 열정이란 단어로 자신 처지에 위안했다.

제22회 경남연극제에서 우수 연기상을 받았던 연극인 김종갑 씨에게 '인생은 연극' 같은 일이 찾아왔다.

"변변치 않은 수입에도 연극을 마치고 나면 스태프들과 뒤풀이를 했죠. 그런데 그날 술 취해서 길을 걷는데 백발노인이 길거리에 만취상태로 쓰러져 있는 거에요. 정말 제 미래를 보는 것 같았어요. '변화하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문득 연극을 학문적으로 접근하자고 결심했죠. 그래서 대학 졸업한 지 18년 만에 방송통신대학 방송정보학과에 편입했죠."

김 씨에게는 모든 것이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공부를 몰랐던 14년간 학창시절은 잊었다. 편입 후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책상에 17시간을 앉아 있어 보았다. '모르면 무식하게 버텨라'라는 그의 공부 방법은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르는 격이에요. 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했지만 편입해서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받았어요. 공부하며 성과가 나타나니 보람이 있는 거에요. 40년 만에 공부에서 희열을 느꼈죠."

그는 뒤늦게 얻은 공부에 열정이 식을까 봐 내친김에 대학원에 진학했다.

연극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독립영화에 관한 연구를 통해 3년 만에 석사를 마치고, 지금은 미디어영상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석사 과정 등록금은 처가에서 마련해 주었어요. 아마도 제가 연극 한답시고 사는 게 한량처럼 보였나 봐요. 집안 모습도 많이 달라졌죠. 가장이 뒤늦게 공부하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고요."

20·30대를 연극으로 세상과 소통한 김종갑 씨는 40대에 미디어교육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연극과 영화, 방송을 커다란 미디어 카테고리에 포함하여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미디어교육 강사로 활동 중이다.

요즘은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영상 공모제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영상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한마디 부탁했다.

"정말 공부는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에요. 스스로 느껴야 하죠. 학업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기다려야죠. 때가 되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거에요. 저처럼…."

시민 미디어 교육 중인 김종갑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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