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구성회·송초야 부부

'먼저 다가가 말 건네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 있어요?', '이름이 뭐예요? 전화번호 뭐예요?'…. 단 한 마디만 건네고 돌아서면 될 일이지만 가는 길은 '천릿길'이고, 두 입술은 풀을 붙인 것 마냥 떨어지지 않는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것도 이 때문일까. 하지만 마냥 두려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퇴짜 맞을지 모른다는 염려 혹은 수줍음에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면 뒤에서 '꾀'를 부려보는 것도 괜찮다. 2013년 1월에 결혼한 구성회(25)·송초야(25) 부부의 첫 만남처럼. 기막힌 꾀를 낸 것은 남자 구성회 씨였다.

   

2011년 4월 성회 씨는 고향 동네 호프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옆 테이블에 있던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초야였어요. 첫눈에 반했다기보단 동네에서 보기 드문 '젊은 여자'라 호기심이 갔죠. 나이도 비슷해 보였고요."

당시 초야 씨는 대학을 마친 후 고향으로 내려와 일을 하는 중이었다. 사실 둘은 초등학교 동창이었으나 서로 쉽게 알아보지 못했다. 그마저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쏘아붙인 성회 씨와는 달리 초야 씨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남편은 섭섭하겠지만 딱히 시선을 느끼진 못했어요. 그냥 다른 테이블에 사람이 있다 정도?"

흐지부지 끝날 만남을 반전시킨 것은 성회 씨였다. 물론 그 자리에서 곧바로 행동에 들어간 건 아니다. 성회 씨는 뒤에서 남몰래 '특별한 만남'을 준비했다.

"그 자리 이후 초야 전화번호를 수소문했죠. 금방 알아낼 줄 알았는데, 한 달이 걸리더라고요."

어렵사리 전화번호를 손에 쥔 성회 씨는 곧바로 다음 행동에 들어갔다. 먼저 친구 휴대전화로 초야 씨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동창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안면을 텄다. 물론 본인 정체는 숨긴 채. 그렇게 가까워지자 '내 친구 소개받을래'라고 슬쩍 물었다. 소개팅을 주선한 사람도 그 자리에 나설 사람도 모두 같은 사람인 '만남의 기술'을 펼친 것이다. 다행히 초야 씨 반응이 괜찮았다.

   

마침내 다가온 소개팅 자리. 성회 씨는 당당하게 나섰다. 초야 씨로선 속사정까지 알 리 없는 자리였겠지만 성회 씨는 마음깊이 꿈꿔왔던 만남이었다. 수줍은 인사가 오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성회 씨는 여태껏 벌인(?) 일을 모두 털어놨다. 더는 숨길 이유가 없었다. 진심은 통할 것이라 믿었다. 이윽고 초야 씨도 웃으며 받아줬다.

"그냥 재밌더라고요. 전과는 다르게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성회 씨는 만남도 만남이지만 좋은 감정이 오갔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 이쯤 되면 작전은 성공이었다. 그렇게 몇 차례 더 만남이 있은 후 더 큰 자신감을 얻은 성회 씨는 용기 있게 고백했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돌아왔다. 초야 씨가 '싫다'며 퇴짜를 놓은 것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고 이래저래 말썽도 많이 피우다 보니 제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았나 봐요. 초야 처지도 이해가 됐죠.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어요."

성회 씨는 온갖 공을 들여 만난 초야 씨를 놓칠 수 없었다.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을 굳게 믿고 초야 씨 마음을 얻고자 노력했다. 결국 초야 씨 역시 성회 씨 마음을 받아줬다.

"성회가 2주 동안이나 끈질기게 고백하더라고요. 그 진심을 한 번 믿어보기로 한 거죠."

   

정식 연인이 된 둘은 공통점도 발견했다. 둘 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길 싫어한다는 것. 그 때문에 데이트는 주로 집에서 했다. 함께 TV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추억을 쌓아갔다. 물론 다투는 일도 많았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해 일주일 동안 서로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화해도 빨랐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이내 서로 찾았다. 둘 사랑은 날로 깊어만 갔다.

깊은 사랑은 남보다 조금 빠른 결실로 이어졌다. 오는 10월이면 두 사람이 엄마 아빠가 되는 것.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사랑을 얻은 셈이다. '어린 부부'임에 우려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많지만 둘은 신경 쓰지 않는다. 양가 부모님 허락도 당당하게 받아냈고 함께 만들어갈 미래도 밝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회 씨 '용기'와 초야 씨의 '당당함'이 있는 이상 딱히 두려울 것도 없다.

"내후년엔 결혼식도 올릴 것 같아요. 우선은 초야와 태어날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죠. 항상 옆에 있어줘서 고마운 초야. 더 잘해야죠. 첫 만남 때 품었던 '용기' 잊지 않고 말이죠. 알콩달콩 재밌게 살고 싶어요."

앞으로 꾀 많은 남자가 보여줄 특별한 프러포즈도 기대해볼 만하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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