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집행부 편들기 안돼" 자리 떠…의결 정족수 부족 정회·속개 반복 끝 '유회'

홍준표 도지사와 새누리당 도의원이 지키겠다던 경남도의회 자존심이 엉뚱하게 무너졌다. 40명이나 되는 새누리당 의원이 의결 정족수 30명을 채우지 못해 같은 당 의원이 발의한 결의문을 가결하지 못한 것이다. 11일 경남도의회 7월 정례회 3차 본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 아무 의사 진행을 하지 못한 채 유회됐다.

새누리당 이성용(함안2)·최해경(비례) 의원이 국회 국정조사를 규탄하고자 대표 발의한 '지방자치권 사수를 위한 대국회 촉구 결의안'은 이날 첫 번째 안건으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회의를 진행하던 조근제 부의장은 표결 전에 반대 토론자가 있는지 물었고 이종엽(통합진보당·비례) 의원이 반대 토론을 신청했다.

이종엽 의원은 "국정조사 일정 확정 뒤 충분히 도의회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며 "진주의료원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다면 일정을 협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도의회가 국정조사에 응하지 않는 게 마치 지방자치 권한을 지키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홍 지사 거수기 노릇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7월 정례회 3차 본회의가 열린 경남도의회 본회의장. 오후 2시 회의가 속개된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동료 의원들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종엽 의원에 이어 김경숙(민주당·비례) 의원도 반대 토론을 신청했다.

김경숙 의원은 "홍 지사는 취임 이후 도의회에 네 번 불출석했다"며 "언제부터 지사가 도의회를 존중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결의안이 도의회 자존심을 사수하고 회복하는 것이냐"며 "무엇 때문에 의원들이 집행부 편들기에 나서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김경숙 의원에 이어 이길종(통합진보당·거제1) 의원도 반대 토론을 신청했으나 앞서 두 차례 반대 토론이 나왔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그러자 여영국(진보신당·창원5) 의원이 신상발언을 신청했다.

여 의원은 "지방자치 사수 결의안은 홍준표 사수 결의안"이라며 "민주개혁연대 의원들은 이 의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 의원 발언이 끝나자 민주개혁연대 의원은 모두 본회의장을 나왔다. 그런데 민주개혁연대 의원이 자리를 뜨자 정족수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다. 의결 정족수 30명에 못 미치는 28명만 본회의장에 남게 된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조근제 부의장은 10시 45분께 정회를 선언했다. 11시 10분께 다시 회의를 속개한 조 부의장은 회의 진행이 어렵다 보고 다시 오후 2시까지 정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다시 속개된 본회의에서도 의결 정족수는 차지 않았다. 본회의장에 앉은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일부는 각자 분주하게 연락을 했으나 회의 속개 후 30분 동안 최대 인원은 29명이었다. 조근제 부의장은 일단 의결 보류를 선언했고 예정된 도정 질문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의결 보류 선언 뒤 앉아 있던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이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면서 의사 정족수(20명) 부족으로 도정 질문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조 부의장은 휴회를 선언했고 이후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다시 모이지 않았다.

결국 김오영 의장이 의회규칙 15조를 근거로 '유회'를 선포하며 3차 본회의는 마무리됐다. 의회규칙 15조 2항은 '개의 1시간 경과 때까지 정족수에 달하지 못할 때 유회를 선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주개혁연대 공동대표인 김경숙 의원은 "절대 다수인 새누리당이 자기 당에서 발의한 결의안도 정족수 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결의안도 그런 모습도 모두 부끄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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