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 위원장 때 2차례 발부 전례…"동행명령 위헌이라서 거부"

홍준표 지사가 국회 동행명령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검토하는 가운데, 국회의원 시절 홍 지사가 증인 불출석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동행명령을 의결한 전례가 확인됐다.

홍 지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지난 2003년 10월 이른바 '청주 몰카' 사건과 관련해 추유엽·강경필 검사 2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로 의결하자 따로 발언을 신청해 "수사 무마 압력에 대한 상반된 진술이 있는 만큼 '청주 몰카' 사건의 수사를 총지휘한 추 차장 검사와 수사 무마 압력의 당사자로 의심받는 강 부장검사는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당시 대법원 국정감사 중이었던 국회 법사위는 이들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자마자 국감을 중단하고 이 안건을 긴급 상정해 2명에 대한 동행명령 여부를 논의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국회사무처 직원이 9일 오후에 이어 동행명령장을 전달하고자 두 번째 경남도청 방문 예정인 10일 오전 8시 7분께 홍준표 지사가 출근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청주 몰카 사건은 김도훈 전 검사가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향응 장면을 촬영, 공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과 검찰개혁이 도마에 오른 사건이다.

2010년 김태호 총리 후보자 청문회 때는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뉴욕 한인식당의 곽현규 사장, 송은복 전 김해시장에게 동행명령권이 발부됐으나 이들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명령장 전달 자체가 안 되자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홍 지사가 "인사청문회는 노무현 정권 때 한나라당이 주장해 관철한 제도 아니냐. 그런데 운영이 너무 부실하다"며 "여야가 논의해서 실질적인 인사청문회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2006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 국감에 홍사승 쌍용양회 회장이 나오지 않자 동행명령 건을 상정해 가결했다. 당일 강제출석하라는 명령이었다.

홍 지사는 "증인은 그동안 기업의 영업상 손해 등을 이유로 불출석한다는 통지를 보내왔으나 본 위원장은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해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동행명령을 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2007년 역시 환노위 위원장으로 국정감사에서 비정규직 사태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외국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것을 질타하면서 "11월 2일 재출석을 요구한다는 것을 박 회장에게 알리라"며 "그때도 나오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11월 22일 박 회장을 증인 출석 거부로 고발했다.

그러던 홍 지사는 10일 오후 4시까지 국정감사장에 나오라고 자신에게 발부된 동행명령을 위헌이라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홍 지사는 "동행명령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은 헌법학계에 이미 일반화됐다"며 "단지 국회가 엄청난 권력자의 집단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 안 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권력자 집단에 '갑'의 위치에 있을 때는 동행명령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권력자 집단으로부터 동행명령의 대상, 즉 '을'이 되고서야 헌법재판소를 애타게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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