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끓인 미역국, 아이들이 뭐라는지 아세요?"
헐. 어제 아침 아내 생일에 끓인, 아내를 위한 미역국에 대해 아이들이 가타부타 맛 품평을 했다는 겁니다. 가만 앉아서 얻어먹은 녀석들이, 아빠의 요리를, 아빠가 없는 틈을 타, 딸 친구까지 있는 데서 이러쿵저러쿵 평했다니 한편으로 괘씸(?)했습니다.
"뭣이라? 아빠가 한 요리를 두고 뭐라 했다 이거지."
괘씸하단 투의 표현과는 달리,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요리에 대한 품평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요.
이걸 피하려면 안하는 게 최선 ㅋ~^^.
제 요리에 대한 아이들 품평이 궁금했습니다. 식탁에선 아빠표 미역국 먹기를 꺼리던 아이들인데, 어느새 맛은 봤네 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요즘 아빠 요리에 대해 거부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맛있게 잘 먹었는데, 한순간 바뀐 겁니다.
아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습니다.
"아빠가 끓인 라면은 최곤데, 언젠가 아빠가 끓인 짜파게티 이후에는 별로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루는 냄비에 물을 끓인 후 라면을 넣으려고 봤더니, 일반 라면은 없고, 짜파게티만 있더군요.
물을 덜고 끓여야 하는데, 귀찮아 물이 흥건한 일반 라면처럼 끓여 대령했습니다.
아이들이 맛을 보더니, 그러더군요.
"이렇게 맛없는 짜파게티는 처음 봤다."
그러고 입도 안 대더군요.
이후 아빠 요리에 대한 아이들의 평가는 냉정했습니다.
여기서 터득한(?) 비법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요리 거절하는 법입니다.
맛없게 만드는 게 최상 그러면 두 번 다시 요구하지 않습지요.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당 ㅋㅋ~^^)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우리 아빠가 끓인 미역국, 간은 싱겁고, 미역은 프라이팬에 너무 볶아 시들거리고, 느글느글해 맛은 별로였어."
아이들의 맛 평가가 냉정하데요.
아무리 맛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 리얼하게 평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사실, 미역국 딱 두 번 끓여봤습니다.
처음에는 둘째 출산 후, 산후조리 해주시던 어머니께서 며칠 비운 틈을 타 끓여 봤지요. 그러니까 산후조리용 미역국이었지요.
두 번째는 5~6년 전인가, 아내 생일 때 끓여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 맛이 얼마나 나겠어요?
미역국에 넣을 새우 찾느라 결국 아내를 깨워야 했습니다.
어제 새벽, 미역국 끓인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아내는 주방에서 나는 덜그덕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답니다.
그리고 무언가 볶는 소리와 냄새에 더욱 가슴 철렁했답니다. 이유인 즉, "우리 신랑이 프라이팬에 미역 엄청 넣고 볶는 갑다. 아까운 미역, 이를 어째?"
몰래 미역국 끓이려다 결국 아내를 깨워야 했습니다. 미역국에 넣을 새우를 찾지 못해서입니다. 새우가 냉장고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 찾는 걸 포기하고 아내에게 새우의 행방을 물어야 했으니까. 여하튼, 아내는 남편이 끓인 생일 미역국을 먹으면서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다나요.
역시, 감동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정성이 깃들면 찾아오나 봅니다.
/임현철(알콩달콩 섬이야기·http://blog.daum.net/limhyu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