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실외기 위에 누워 여유 즐기는 고양이 발견

산청에서 진주까지 오는 내내 선글라스의 도움이 없으면 밝은 낮은 움직일 수 없다. 눈부신 해님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 천지를 볼 자신이 없다. 전날 밤 9시 30분부터 다음날 아침 7시 30분까지 밤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자가용 승용차 안으로 밝은 햇살 아래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광은 낯설다. 3일 연속으로 낮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자고 밤에는 일한 사이 어둔 밤에 몸은 익숙해진 까닭이다.

40여 분, 차를 달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아파트 화단 사이로 느긋하게 햇살 샤워하는 녀석을 보았다.

삼성 에어컨 실외기 위에 올라가 출근하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옮기는 사이로 느긋하게 한껏 여유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은 사람들을 피해 주차한 차 밑에서 보내더니 장마에 눅눅해진 털을 햇살에 말리기 위해서인지 오늘은 화단에서 일광욕 중이네. "왜 사람 많아서 그래? 저기 사람없는 데로 갈까"라고 말하던 <개그콘서트: 남자가 필요없는 이유> 중의 늑대 같은 남자이야기처럼 사람 피해 오늘은 나무로 자신을 가림하고 에어컨 실외기에 올랐네. 그래서 녀석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녀석 이름을 '삼성고양이'라 지었다.

   

녀석이 오늘 하루 뽀송뽀송하게 보내기 위해 일광욕할 무렵 나도 간밤의 피곤을 샤워기 물로 씻어 내렸다. 직장으로 떠난 아내와 학교로 떠난 아이들이 없는 식탁에 전기밥통을 꺼내 밥 한 그릇을 공기에 담고 냉장고 속 김치통을 꺼내 아침을 먹었다. 밥알을 씹기 무섭게 입안에 김치가 꾸역꾸역 들어가고 5분여 시간이 지나 아침을 마무리했다. 부리나케 출근한다고 설거지거리는 싱크대에 놓여 있어 내 아침 밥공기와 함께 설거지했다.

'삼성고양이' 녀석처럼 이제 나는 한껏 여유롭게 아침 신문을 펼쳐 1면부터 차근차근 읽었다. 눈이 차츰 무겁다. 신호가 왔다. 침대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한다. 아마도 오후 2시 전후로 깨겠지.

/해찬솔(해찬솔 일기·http://blog.daum.net/haechansol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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