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터뷰]딸 강현정이 쓰는 부모님 강순용·서숙자 이야기

중학교 3학년 때였을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찍은 우리 가족사진은 그날 행복을 머금은 채 우리 거실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 중학생이던 나 자신을 바라보다가 그 속에서 우리 부모님을 너무나 닮아 있는 나를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다. 안 닮은 듯, 하지만 너무도 닮은 우리 엄마·아빠…. 딸 강현정(28)이 엄마 서숙자(53)·아빠 강순용(57) 씨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선보고 결혼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해서 선을 보게 되었나요?

(엄마)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 함께 살았는데도 아빠와 얼굴 한 번 마주친 적도 없었어.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고 하는 일도 달라서 서로 마주칠 일도 없었지. 그렇게 지내다 성인이 되었고, 어른들 추천으로 선을 보게 되었어."

(아빠) "어릴 때 형수들이 같은 동네 출신이라 친정에 자주 가는 바람에 시댁에서 야단맞는 모습을 본 뒤, 나는 멀리 있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결국은 바로 뒷집 살던 네 엄마와 하게 되었네."

거실에 걸려있는 10년 전 가족사진.

-음…. 우연인 듯하면서도 왠지 필연적인 운명이었단 생각이 드네요. 그럼 두 분 만났을 때, 첫인상은 어땠어요?

(엄마) "맞선 보던 당시에 주위 사람들이 아빠가 굉장히 미남이라고 말을 해서 내심 기대를 했었어. 만화 캔디에서 나오는 테리우스 같은 꽃미남이 아니겠느냐고…. 그런데 막상 만났을 때 엄마가 생각하는 미남 기준과는 거리가 있었지. 막상 선 자리에 나온 아빠는 나훈아 같은 스타일이라 큰 호감은 없었지."

-예? 큰 호감도 없었는데 어떻게 연애하게 되셨어요?

(엄마) "시누 역할이 컸지. 한동네에 살면서 시누가 나를 한 번씩 보면서 도시적이면서도 참한 이미지를 좋게 봤었대. 엄마는 그 당시에 다른 곳에 또 선볼 기회가 있었는데, 시누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관계가 발전됐었어. 처음에는 네 아빠가 나를 그냥 데리고 다니면서 옷도 사주고, 먹을 것도 잘 사주고 했어. 그러다 보니 약간 부모님 같은 느낌을 받았어. 부모님 같은 푸근한 느낌이 좋았어."

-그럼 두 분은 언제 결혼할 마음을 먹었어요?

(엄마) "30살 정도에 할 생각이었어. 그래서인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부모님 권유로 갑자기 결혼하게 되었어. 밑에 동생들이 줄줄이 달려있는 상황이라 부모님도 얼른 순서대로 보내고 싶어하셨는데, 내가 1번 타자가 됐어.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하게 됐지."

(아빠) "형들이 연애 결혼하는 것을 보고, 부모님 뜻에 따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께서 좋아해 주셔서 바로 결혼을 결심했어."

-지금은 당나귀를 키우시지만, 아빠는 원래 세공 일을 하셨잖아요. 금은방을 차리게 된 계기 좀 말해주세요.

(엄마) "네 아빠가 어릴 때부터 금은 쪽의 일을 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 네 아빠는 계속 일하셨지만 나는 너희가 어렸을 때 아빠를 도와 3년 정도만 했었어. 그때는 돈을 많이 모아서 경제적으로 풍족했었어."

-그랬구나. 아빠는 왜 갑자기 당나귀를 키우시게 됐어요?

(아빠) "금은방을 하는 동안 부족한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나귀 타는 것을 시작하게 되면서 인연을 키우게 되었어. 주남 저수지 쪽에서 당나귀를 키우면서,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당나귀 마차를 태워주면 좋겠다 생각했지. 그렇게 처음 두 마리로 시작한 당나귀 마차가 지금은 16마리가 돼 주남저수지 명물이 되었어."

-당나귀를 키우면서 좋았던 점이나 힘들었던 일 있으세요?

(아빠) "예전에는 가게에서 앉아서 장사만 하다가, 당나귀 물 나르는 것만으로도 힘든 나 자신을 봤을 때, 운동의 필요성을 다시 느꼈어. 홈페이지를 통해서 찾아온 손님이 마차가 예쁘지 않다는 핀잔에 마차 디자인 개발에 착수해서 지금 7대의 각기 다른 예쁜 마차가 만들어졌어. 때때로 과거 금은방 손님들도 놀러 오셨다가, 정장이 아닌 당나귀와 함께 있는 아버지를 보고 깜짝 놀라시더라고."

-낯간지럽지만, 그럼 이제 두 분 보물인 저희 남매에 관해서 좀 물어볼게요. 우리 어렸을 때는 어땠어요?

(아빠) "말 잘 듣고 착했어."

-그래도 저나 오빠에게 섭섭했던 일은 있었을 거 아니에요? 하나씩만 말해주세요.

(엄마)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옛날에는 오빠가 공부를 아주 잘하길 바랐지. 그런데 그건 엄마의 잘못된 허영이었던 것 같아. 그때는 오빠가 일류대에 갔으면 했어. 지금은 잘 자라준 것에 대해 대견하게 생각해. 우리 딸은 내가 이래라저래라 간섭 많이 안 했는데도 반듯하게 잘 컸다고 생각해. 같이 있는 것 그 자체로도 좋아."

-역시 울 엄마야. 그럼 중요한 것! 곧 나타날 새로운 아들·딸이 될 사위와 며느리에 대한 조건 같은 게 있어요?

(엄마) "사위는 너와 대화가 잘 되는 친구 같은 사람이었음 좋겠어. 엄마·아빠와 한가족처럼 잘 어울리는 사위를 누구나 다 바라지 않겠어? 며느리는 아들과 둘이 사이좋게 지내고, 아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포용력 있고 배려심 많은 여자였으면 좋겠어."

-음…. 잘 찾아볼게요. 그럼 시집·장가 보내고 나서 하고 싶은 일 같은 게 있나요?

(엄마) "여행도 하고, 즐겁게 친구들도 만나면서 구속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일할까도 생각했는데 그냥 노는 게 더 즐거울 것 같아. 요즘 들어서는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구속이 될 것 같아."

(아빠) "지금 이 일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어. 돈도 벌고 건강에도 좋고…. 이 일을 하면서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 허세를 버리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고, 그게 중요하단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엄마·아빠에게 가족이란 뭐예요?

(엄마) "분신처럼 느끼지."

(아빠) "보물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분신, 자신의 보물이라고 표현해 주신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인터뷰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그분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10년 전 현정이는 알고 있을까? 이런 부모님 사랑을? 하지만 28살의 나는 잘 알고 있다.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미래의 나도 엄마·아빠 사랑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사랑해요. 엄마! 아빠!"

/강현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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