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색소폰에 빠진 삼겹살집 사장님 김정태 씨

매달 둘째·넷째 토요일 오후 5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각지공원에서는 색소폰 소리가 주변을 감싼다. 동호인들이 마련한 정기 공연이다.

김정태(43·사진) 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색소폰을 손에 댄 지 3년가량 됐다.

"20대 때부터 악기를 배우고 싶었죠.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죠. 그래서 다짐했죠. 나이 마흔 살 때는 꼭 하겠노라고 말이죠. 드디어 마흔 살에 접어든 3년 전 어느 날이었어요. 길을 건너려고 서 있는데, 광고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색소폰 수강자 모집' 광고였습니다. 그 길로 바로 등록해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죠."

   

140만 원짜리 색소폰을 샀다. 그리고 창원에서 3개월가량 레슨을 받았다. 이후부터는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일주일에 한 번 부산을 찾아 프로연주자로 활동하는 이병주 씨에게 개인 지도를 받았다. 색소폰에 푹 빠진 지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이제 초급 딱지는 떼고 중급 실력 정도는 된다. 색소폰도 큰마음 먹고 300만 원짜리로 바꿨다.

"음악적인 감각은 있다는 칭찬은 좀 들었죠. 사실 이전까지 악기 다룬 것이라고는 피리 정도밖에 없죠. 물론 음악 듣고, 또 노래 부르는 것은 남들보다 유달리 좋아하는 편이었죠."

여러 악기 가운데 색소폰을 취미로 삼은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색소폰은 가수가 노래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돼요. 애절한 부분에서는 그 느낌을 잘 표현해야 하는 등 감정 담는 것이 비슷해요. 같은 곡이라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은 다 달라요. 답답할 때 한번 불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리죠. 저하고 잘 맞는 악기인 것 같아요."

김 씨는 동호회 두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 곳은 70대 어르신도 계신 장년층 위주, 또 한 곳은 30~40대 직장인 중심 동호회다. 이들 동호회 회원들과 소소한 공연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웠어요. 그래도 그렇게 해야만 좀 더 실력이 늘 것 같아 용기를 냈죠. 동호회 분들과 요양병원·복지관 같은 곳을 찾아 연주회를 하기 시작했죠. 삼각지공원에서 정기공연을 하기도 하고, 마산국화축제 무대에도 올랐죠. 지난달에는 김해 율하 유적공원에서 공연했는데 150명 정도 모였어요. 반응이 정말 좋아 아직도 그 짜릿한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곡 선택은 당연히 관객층을 반영한다. 어르신들 많은 곳에서는 트로트, 젊은이 많은 곳에서는 발라드를 주로 연주한다.

"분위기 띄울 때는 트로트 '무조건'을 들려드리죠. 제가 특히 신경 써서 연습하는 곡은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예요. 공연 중 때때로 어르신들이 트로트 곡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그는 창원에서 삼겹살집을 6년째 운영하고 있다. 생필품 관련 장사를 10년간 하다, 친구로부터 지금 가게를 이어받았다. 삼겹살집 영업은 새벽까지 이어진다. 취미 생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엔 쉽지 않은 여건이다.

"오전 11시에 문 열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장사를 해야죠. 저는 매일 오후 5시쯤 출근해 새벽에 문 닫을 때까지 가게를 지킵니다. 남들 출근할 오전 내내 잠을 자고 오후에는 연습실에서 색소폰을 두어 시간 불죠.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일터로 나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녁 공연이 있을 때는 가게를 비울 수밖에 없다. 가게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기에 직원들에게 맡겨도 큰 걱정은 없다.

김 씨는 가게에서 딱 한 번 색소폰 연주를 했던 적이 있다.

"지난해 아버님 칠순 잔치를 제 가게에서 했어요. 그때 연주를 했어요. '무조건'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두 곡을 들려 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이 대목에서 '색소폰 공연이 있는 삼겹살집' 같은 것을 떠올릴 수 있겠다.

"안 그래도 생각은 하고 있어요. 한쪽 공간에 연주 시설을 마련해 생일자들에게 축하곡도 들려 드리고, 정기 공연도 하는…. 괜찮을 것 같나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