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법 발효 후 7개월새 기하급수로 늘어난 협동조합…불량조합 양산 등 없어야

지난 토요일은 코엑스에서 기획재정부와 협동조합주간행사공동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협동조합의 날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이 모두 3명이나 참석하고 경기지사도 참석하는 규모 있는 행사였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의 경제기조가 협동조합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날 행사에서 현 부총리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관심도 가지만 우려도 함께합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에서 "개별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원은 협동조합의 기초인 자율성을 훼손하고 시장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간접지원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현 부총리가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로 협동조합을 찾아 "생활물가와 골목상권의 파수꾼으로 협동조합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고, 협동조합 주간까지 만들어 붐을 조성해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6일 열린 협동조합의 날 행사에서 참가한 내빈들이 500인분 팥빙수를 만들고 있다.

협동조합은 기본법 발효 후 불과 7개월 새 1400여 개로 불어나 이제는 난립을 걱정해야 할 판이 된 와중에 현 부총리가 직접적인 재정지원은 불가하다고 못 박은 것은 조합을 만들어 정부 돈 타 먹자는 식의 세간의 기류를 정부도 이제는 간파한 것 같습니다. 보조금만 노린 불량 조합이 양산되고, 이제는 정부 재정지원까지 공공연히 요구하는 모양입니다.

협동조합에 정치가 끼어들면서 정치단체까지 협동조합 간판을 내거는 정도라고 하니 상황이 심각한 것은 맞습니다.

협동조합의 날 행사 퍼포먼스로 진행된 나눔행사는 500인분 팥빙수를 준비해서 현 부총리와 내빈들이 행사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행사였습니다. 위에 현 부총리 옆에서 가슴에 꽃을 달고 팥빙수를 나누어 주는 사람은 진해수협 조합장을 하다가 지금은 수협중앙회 회장을 하는 이종구 회장입니다. 우연히 행사장에서 수협중앙회 이종구 회장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종구 회장께서도 정말 반갑게 맞아 주더군요. 서울에서 진해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렇게 반가운 일인지 몰랐습니다.

협동조합 주간행사로 진행하는 협동조합 박람회에는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도 부스를 배정받아 참여했더군요.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부스에서 전점석 이사장님을 만나 또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진해 사는 창원시민이라고 반갑게 맞아 주시더군요. 시민이 출자해 태양광 발전소를 확장하고 피크 오일 시대에 자연자원 복원과 생물다양성 보전, 환경브랜드와 국제환경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한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의 성공을 기대합니다.

나는 요즘 협동조합에 심취되어 서울에 와서 머문 지가 벌써 6개월이 넘었습니다. 유아복 유아용품을 생산하는 업체와 전문판매점을 운영하는 업자들이 협업화사업을 추진해서 공동생산 공동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시에 설립신고도 마치고 설립신고필증도 받아서 등기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 지원센터에서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는 컨설팅과 예산지원 프로그램에도 응모해서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협동조합의 날 행사에서 현 부총리가 염려하는 문제들이 더 이상 현실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협동조합에 정치가 끼어들면서 정치단체까지 협동조합 간판을 내거는 일은 더 이상 벌어지지 말아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지배하는 힘의 논리를 거역할 방법은 없습니다.

나는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오직 1인 1표제로 경제구조와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협동조합이 유일한 경제민주화의 대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무리 좋은 제도나 법을 만들어도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불평등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5인 이상이면 조건없이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협동조합기본법의 진정한 가치가 지켜져야 합니다. 나는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한계는 분명히 우리 곁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협동조합이라는 신념도 아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나의 확고한 신념이 나를 오늘도 서울에 머물게 하고 있습니다.

/장복산(진해사랑·http://blog.daum.net/ii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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