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창원시 마산합포구 청정횟집

바야흐로 여름이다. 장마로 쏟아지는 폭우와 뜨거운 햇볕이 번갈아 오가는 통에 많은 사람이 제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때 떠오르는 음식이 '보양식'이다. 마침 주말인 13일은 삼복 중 으뜸이라는 '초복'이다. 벌써 이날 보양식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제철 재료'로 만든 보양식이 어느 때보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제철 보양 재료를 논하면서 '여름 바다 보양의 왕'인 장어, 그중에서도 '하모'(갯장어)를 빼놓을 수 없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해안도로변 '청정횟집'. 신마산 지역에서만 벌써 20여 년째 터잡은 이 집은 하모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로 여름철 '하모 전문 횟집'으로 이름이 나 있다. 특히 여름철 보양식으로 경상도 지역에서 흔히 맛보기 어려운 '하모 샤부샤부(또는 하모 유비끼·이하 샤부샤부)'를 전문으로 해 마니아들 입소문을 탔다.

제철 하모는 회나 구이 같은 일반적인 조리법으로도 제 맛을 내는데, 이런 하모를 보양식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 '샤부샤부'다. '갯장어 데침회'로도 불리는 이 음식은 전라남도 여수, 여수 안에서도 돌산 앞바다의 작은 섬인 '경도'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청정횟집 주방을 책임지는 최말선(53) 씨는 지난 1995년 횟집 개업에 앞서 직접 경도 내 한 전문점을 찾아가 샤부샤부 비법을 배워왔다. 당시에만도 '샤부샤부' 역사가 40년이 될 만큼 유서깊은 집이었다.

샤부샤부는 머리와 뼈 내장을 모두 제거해 포 뜬 하모를 길이 5~6㎝, 너비 2~3㎝ 크기로 자른 다음 이를 한방 육수에 살짝 담갔다가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한방 육수는 손질하고 남은 하모 머리와 뼈, 껍질 등을 푹 삶아 우려낸다. 이 육수에 인삼·대추·표고버섯·피망·양파 등을 넣어 한소끔 끓인 후 손님상에 낸다.

청정횟집의 하모 샤부샤부. 도내에서는 맛보기 힘든 보양식이다./김두천 기자

하모 고기에는 칼집을 내는 데 이는 몸통에 있는 잔가시를 끊어내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동시에, 육수에 넣었을 때 마치 꽃을 피우는 듯한 모습의 심미적인 효과를 낸다.

이때 부드러운 부추를 하모와 함께 데쳐 먹는다. 비린내를 없애고 부추가 가진 풋풋하면서도 신선한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먼저 육수를 맛봤다. 구수한 장어 향과 한방 향이 은은하지만 대체로 무미건조하다. "온전한 장어 맛을 느끼도록 짠맛을 더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하모에 짠 기운이 있는데다 양념간장을 곁들이기에 일부러 짠맛을 내지 않는 것입니다."

하모를 육수에 담그자 하얀 속살이 눈꽃을 피우며 동그랗게 오그라든다. 입에 넣으니 살은 실제 눈꽃처럼 녹아내린다. 반면 껍질은 마치 회를 씹는 듯 오독오독 씹히는 것이 맛이 고소함을 준다. 하모는 육수에 담그는 시간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껍질째 부드럽게 넘기고 싶다면 육수에 오래 담갔다가 꺼내 먹으면 된다.

곁들이는 양념간장은 계피와 생강 달인 진액에 양조 간장을 더해 만든다. 향이 강한 열매를 달인데다 매운 풋고추를 잘게 썰어 넣어 개운하면서도 맵싸한 향이 그윽하다. 짭짤한 맛으로 간을 맞춘다기보다 장어가 가진 비린 맛을 잡아주는 역할이 더 크다. 덕분에 장어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심심하다 싶으면 함께 나오는 생양파에 얹어 먹으면 좋다. 향긋하게 매우면서도 개운한 뒷맛을 더할 수 있다.

지방질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하모 덕에 하모를 담가 먹으면 먹을수록 육수는 더욱 진해진다. 남은 육수에는 불린 쌀과 당근 그리고 땅콩 간 것을 넣고 죽을 끓여 먹는데 이 역시 별미다.

먹고 나면 마치 떡 벌어진 백숙 한 상차림을 혼자 다 먹은 기분이 든다. 인삼의 사포닌 성분 덕에 열도 나고 땀도 줄줄 흐른다.

탁월한 보양 효과 덕에 여름이면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찾는 손님도 있단다. "매년 하모 샤부샤부 먹으러 여수까지 가시던 분들이 우리 집을 알고서는 더는 전라도 갈 필요가 없다며 찾아오십니다. 어떤 분은 매일 많은 양의 술을 드시는데 샤부샤부 한 번이면 사흘 동안은 술 취할 걱정이 없다며 즐겨 찾으시는 분도 있어요."

<'하모'의 효능>

하모(갯장어)는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옛날 선조들도 보양을 위해 많이 찾은 여름철 대표 식재료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하모를 '해만'(海鰻)으로 전하며 "악창과 옴, 누창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고 모양새는 뱀장어와 같다"고 설명한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입은 돼지같이 길고 이빨은 개(犬)처럼 고르지 못하다"며 '견아려'란 이름으로 소개한다. 이를 두고 일부 어문 학자들은 육지의 보양식으로 쓰이는 견(犬)과 바다의 하모를 빗댄 데서 연유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통어사정>에는 "경상도 등 도처에서 서식하는데 사람들이 잘 잡지 않고, 또 잡더라도 뱀을 닮은 모양 때문에 먹기를 꺼려 일본인에게만 판매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영양면에서는 뱀장어·붕장어·먹장어 등 다른 장어류와 비교해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EPA, DHA 함량이 높아 혈관에 생기는 혈전을 예방하는데 좋다고 알려져 있다. 비타민 A·E도 풍부하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모둠회 소 4만 원, 중 5만 원, 대 6만 원 △하모회 소 6만 원, 대 8만 원 △하모 샤부샤부 6만 원 △하모죽 한 냄비 1만 원 △돔·볼락·전어·자연산 시가.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69-3번지. 055-247-4740.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