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6) 제비는 무얼 먹나

여름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봄에 찾아온 제비는 이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얼마만큼 자랐을까요?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제비가 번식하는 둥지를 찾아갑니다.

둥지 앞에서 고개를 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작은 둥지 안에 어미만큼 큰 새끼들이 빽빽하게 자리 잡아서 둥지가 비좁게 보입니다. "저렇게 좁은 둥지에 어떻게 모여 있을까?", "무거울 텐데, 둥지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궁금해집니다. 제비 조사하러 다니면서 간혹 새끼가 있는 둥지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또, 약한 새끼가 튼튼한 새끼에게 밀려 둥지 밖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마음씨 좋은 사람을 만나면 다시 둥지로 돌아가 살기도 하지만, 둥지 밖으로 떨어진 제비는 대부분 천적에게 먹히거나 굶어 죽게 됩니다.

어미 제비가 둥지에서 알을 품은 지 14일쯤 되면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옵니다. 이제부터 어미 제비는 바빠집니다. 먹이를 물어와 새끼를 길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쯤 물가에 사는 곤충이 날개돋이를 하고 어른벌레가 되는데, 이 곤충이 바로 먹이가 됩니다. 둥지를 지을 때보다 더 부지런히 날아다녀야만 새끼에게 충분히 먹일 수 있습니다.

잡아 온 곤충을 새끼에게 먹이는 어미 제비. /미야모토 게이(일본 가나가와현, Bird-research회원)

둥지에 있는 새끼들이 갑자기 시끄럽게 지저귑니다. 어미 제비가 먹이를 물고 날아왔습니다. 새끼는 서로 받아먹으려고 온 힘을 다해 주둥이를 벌립니다. 어미 제비는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녀석에게 먹이를 줍니다. 작은 부리로 물어오는 먹이는 기껏해야 한 번에 곤충 한두 마리입니다. 둥지에 있는 여러 마리 새끼를 기르기 위해서는 많은 먹이가 필요한데, 어미 제비는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종일 날아다니며 곤충을 잡아야 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잡은 곤충을 부리 깊숙이 밀어 넣어주는 어미의 모습을 보면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비 한 쌍이 종일 물어오는 곤충 수는 얼마나 될까요? 10분에 곤충 한 마리만 물어 와도 10시간이면 60마리인데,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가며 2~3분 간격으로 먹이를 물어옵니다. 2분에 한 마리면 하루에 300마리의 곤충을 먹이로 잡는 것입니다. 어떤 조사로는 어미 제비가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300번 넘게 먹이를 물어왔다고 합니다.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새끼 제비는 빠르게 자랍니다. 새끼가 자랄수록 먹이 종류도 많아지는데 작은 모기에서부터 벌, 잠자리까지 날아다니는 곤충이면 대부분이 제비의 먹이가 됩니다.

제비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운이 좋으면 제비가 날아다니는 곤충을 부리로 잡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을 잡는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제비가 곤충을 잡는 모습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게 확인하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둥지 아래에 떨어진 배설물을 잘 살피면 제비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배설물을 모아서 물에 풀면 곤충 다리, 날개처럼 소화되지 않은 부분이 보입니다. 이것을 모아서 세어 보면 제비가 하루에 먹는 곤충의 양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농사를 주로 했던 옛날, 사람들은 제비가 사람에게 도움 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집에 둥지를 지으면 배설물 때문에 더러워지고 시끄럽기도 하지만, 논과 밭에서 해충을 먹어 농사가 잘되게 도와주기 때문에 해마다 제비가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제비가 사람 사는 가까이 둥지를 짓는 까닭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 가까이 살면 천적을 피하기 쉽고, 집 가까운 논밭에서 먹이가 되는 곤충을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박성현(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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