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이민국·김은미 부부

이민국(25)·김은미(26) 씨는 20대 중반 부부지만, 벌써 5살·3살 된 아이가 있다.

남자 19살, 여자 20살 때였다. 소개팅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물론 둘을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은미 씨가 친구를, 은미 씨 아는 오빠가 민국 씨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민국이가 좀 나중에 왔어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만 눈에 들어왔어요. TV 프로그램에서 주인공한테 빛이 나는 것처럼 말이죠. 제가 한눈에 반해 버린 거죠."

은미 씨에게는 다행이었다. 정작 소개팅 당사자들은 서로 별다른 호감이 없었다.

"제 친구한테 남자 어떠냐고 물었어요. '주변에 여자가 많을 것 같다'며 싫다는 거예요. 제 친구가 옷을 좀 난하게 입은 것 때문에 민국이도 크게 호감 없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속으로 '내가 대시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할 만큼 적극적인 은미 씨는 아니었다. 일주일 후 기회가 찾아오기는 했다. 민국 씨를 비롯해 몇몇이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다. 은미 씨는 민국 씨에 대해 더 확신이 섰다. 한 살 어리지만 동생 같지 않았다. 오빠처럼 듬직하게 느껴졌다.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도 멋졌다.

하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연락 없이 다시 두어 달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은미 씨에게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민국이한테서 먼저 연락이 온 거예요. 며칠 후 자기 생일이니까 케이크를 사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생일 전날 둘만 만났죠. 케이크 사주고 길을 함께 걸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날 헤어지고 나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문자로 구애를 했죠. 나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이죠."

민국 씨는 '그냥 좋은 누나'라며 선을 그으려 했다. 하지만 은미 씨가 세 시간 넘게 문자로 공세를 이어가자 결국 'OK'를 외쳤다.

먼저 연락을 해 왔듯, 민국 씨 역시 그 시간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민국 씨는 지금도 부인하면서 묘한 웃음만 지을 따름이다.

둘 연애는 평범하게 흐르지 않았다. 은미 씨 집에서는 둘 만남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기 위해 친구 집에서 생활했어요. 민국이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고 걱정하셨죠. '친구 집에서 불편하게 지내느니, 우리 집에 들어와 같이 지내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 그렇게 하게 됐죠."

결혼식만 올리지 않았을 뿐이지, 둘은 부부나 다름없었다. 그러면서 아이까지 들어섰다. 남자 20살, 여자 21살 때였다.

"헛구역질이 나서 병원에 가니 임신 2개월이라고 했어요. 의도하지 않은 것이다 보니 저도 솔직히 좀 혼란스러웠어요. 애를 키울 만큼 돈을 모아둔 것도 없었으니 말이죠. 출장 가 있던 민국이한테 바로 연락을 했죠. 그랬더니 '털끝 하나 건들지 마라'면서 곧장 집으로 달려오더라고요. 혹시나 딴 마음 먹을까 봐 말이죠. 그 모습에 정말 제 마음이 든든해졌죠."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은미 씨 집에서도 둘 사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뒤늦은 결혼식을 올렸다. 은미 씨는 이날 눈이 퉁퉁 붓도록 눈물을 흘렸다.

   

이제 은미 씨는 5살 된 아들, 3살 된 딸을 키우는데 전념하고 있다. 가끔 또래 친구들이 한껏 멋 부린 모습을 본다. 자신은 늘 집에서 아이들과 씨름한다. 때로는 지칠 때가 있다. 그래도 20대 초반 자신이 했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

민국 씨는 은미 씨에게 가끔 휴가를 준다. 그러면 은미 씨는 화장도 하고, 짧은 치마를 입고서는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수다를 떨면서도 마음은 이내 아이들에게 향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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