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51) 김수한 산청 홍화원 대표

"7월 첫 주가 되면 홍화꽃이 활짝 펴서 장관을 이룹니다. 1주일가량 피기 때문에 그때 방문해야 예쁜 홍화밭을 볼 수 있습니다. 산청으로 홍화꽃 보러 꼭 놀러오세요."

100% 산청에서 생산되는 홍화로 제품을 만드는 산청 홍화원 김수한(58) 대표는 틈만 나면 홍화 자랑이다.

그런데 올해는 날씨가 더워 홍화꽃이 일찍 펴 7월 첫 주에는 이미 홍화꽃이 '끝물'이었다. 노란꽃이 폈다가 빨갛게 변하면 꽃을 따는데, 7월 1일 이미 대부분 꽃이 붉게 변해 있었다.

홍화원에서는 홍화꽃잎과 홍화씨, 볶은 홍화씨, 홍화환, 홍화차 등 홍화 관련 제품과 인진쑥환, 산수유환, 느릅나무환, 민들레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 올 3월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는 등 좋은 재료로 안전하고 건강한 제품 생산에 힘쓰고 있다.

김수한 홍화원 대표가 밭에서 홍화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체험으로 알게 된 홍화 효능 = 군 제대 후 양돈업과 주산학원 운영 등을 하던 김 대표는 삼성생명에 입사해 17년을 근무했다. 소장 등을 맡아 소위 '잘나가는 보험맨'이었지만 어느 날 '홍화'에 미치게 됐다.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아내(강미연·53)가 아파트 계단에 종이 상자를 깔아 놨는데, 미끄러져서 골절을 당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더군요. 당시 한약방을 하던 장인어른 소개로 골절을 잘 보는 한 할아버지에게 갔더니 뼈를 맞춰서는 붕대를 감더니 홍화씨를 권했습니다. 홍화씨를 사서 프라이팬에 볶아 찧어서 먹고는 20일 쯤 후 병원에 다시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의사가 '다 나았다'고 했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홍화씨가 골절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 눈앞에서 그 효과를 보니 머릿속이 번쩍했다.

회사를 다니며 소규모로 홍화 사업을 조금씩 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1996년 무렵 제조공장 터를 구하러 다녔다. 집이 진주라 진주 근교를 찾아 다녔다. 그런데 산청군 공무원이 이를 알고 접촉해 왔다.

"산청산 홍화로 제품을 만들면서 왜 진주에서 공장을 운영하려느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산청에 땅을 구해 달라고 하니 대상지역을 추천해 주더군요. 10곳을 추천해줬는데 지금 자리 잡은 이곳 신안면 외송리는 2번째 추천지입니다. 보자마자 바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해 말 계약을 하고 다음해 11월 공장 준공을 했다.

"그동안 산청산 홍화는 100% 사들였습니다. 어떤 해에는 너무 많이 사는 바람에 미처 다 못 팔아 손해를 보기도 했죠. 하지만 농민들이 우리만 보고 홍화를 심었으니 다 사들일 수밖에요. 신의를 배신할 순 없었죠."

현재 산청에서 김 대표와 계약재배하고 있는 농가는 100여 농가에 이른다. 지난해 수매량은 7t, 올해는 10t을 예상한다.

지난해 수매량이 적어 올해 판매에 차질을 빚었다. 물량이 떨어져 벌써 한 달 이상 생 홍화씨와 홍화씨환을 판매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볶은 홍화씨 등을 판매한다. 이달 중순쯤 씨를 수확하면 판매가 재개될 예정이다.

김 대표의 아내 강미연 씨는 친정아버지의 뒤를 이어 산청읍에서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홍화를 주력으로 판매한다.

강미연 씨는 "홍화씨는 물을 끓여 먹거나 분말로 먹으면 골다공증 등 뼈에 좋고, 꽃잎은 차로 마시면 혈액순환이나 조혈작용에 좋다"고 소개했다.

홍화씨.

◇신의는 기본 = 홍화원은 지난해 HACCP 시설 준비 등을 해 올 3월 인증받았다. HACCP이란 원료부터 제조·유통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를 사전관리하는 과학적인 식품안전관리제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관하고 있다.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먹거리는 사람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먹거리에서 신뢰는 기본입니다. 결국 내가 먹고 내 부모가 먹고 내 자식이 먹을 것 아닙니까. 먹거리 위생은 더욱 철저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신의'를 깨는 사람들이 있어 요즘 마음이 편치 않은 눈치다.

홍화원의 홍화씨와 꽃은 100% 산청산을 사용한다. 즉 산청산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판매를 못한다는 것이다. 인진쑥 등도 믿을 수 있는 계약재배 농가의 생산품만 쓴다.

그런데 지난해 문제가 터졌다.

"저는 계약재배 농가들에 일반 도매가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주고 사옵니다. 건재한약방 가격보다 조금 더 쳐주죠. 그렇게 10년 이상 거래를 해온 농가들입니다. 그런데 간혹 수확철 농가에 돈을 더 얹어주며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농가에서는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저희와의 약속을 어기고 다른 사람에게 생산품을 넘기기도 하죠. 그래서 지난해 필요량을 모두 수매하지 못해 올해 일부 제품 판매 중단이라는 사태를 맞게 된 겁니다."

문제는 올해도 되풀이됐다. 일종의 '물품 가로채기'가 또 발생한 것이다.

"재배 농가를 키워야 합니다. 저희는 20년 가까이 100% 수매를 하며 농가를 안정적으로 키워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수확철 갑자기 끼어들어 웃돈을 주고 물건을 사가고, 또 웃돈을 받고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그런 신의 없는 모습이 보여 안타깝습니다. 물건을 사간 곳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내년부터는 꼭 처음부터 재배 농가를 키우라고 말했습니다."

홍화차, 홍화 꽃잎, 볶은 홍화 씨 등 제품.

◇약초 메카 산청 대표 기업을 향해서 = 김 대표는 외송리에 5600㎡(1697평)를 사서 터를 잡았다. 사무실과 공장, 창고로만 쓰기에는 넓다. 그래서 식당과 전시장 등을 갖췄다. 식당은 2곳을 운영하는데 일반 식당은 김 대표의 여동생이, 홍화 관련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은 처제가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산청군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군과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홍화 농사에 지원을 받고 있죠. 산청군이 약초 특구가 되다보니 큰 도움을 받습니다. 약초축제에도 1회부터 참여해 군과 윈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 9월 열리는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에 김 대표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엑스포를 겨냥해 홍화씨를 이용한 홍화차를 개발했다. 홍화의 장점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약초 고장 산청을 홍보하기 위해 신상품을 출시했다.

"행사장 등에서 방문객들이 물처럼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도록 작은 페트병에 든 음료수를 개발했습니다. 정말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번 만들 때 15만 병을 한꺼번에 생산해야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지역 유통매장이나 기관, 단체에 넥타이를 매고 음료수를 들고 영업하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유통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힘겨웠다. 음료수 시장은 대기업들이 '밀어내기' 등 이미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다행히 김 대표와 친분 있는 단체들이 행사용 등으로 '홍화차' 음료수를 많이 사가서 현재 10만 병을 판매하는 성과를 이뤘다.

홍화원의 연 매출은 5억~6억 원. 전부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홍화원이라는 업체명과는 별도로 '동의향'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재작년 말 상표등록했다.

"산청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일익을 담당해 산청과 약초, 홍화를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제품문의 www.honghwawon.co.kr, 전화 055-973-8880.

   

<추천이유>

◇이승환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소득생활자원과 농촌지도사 =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는 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김수한 홍화원 대표는 17년간 산청지역 홍화씨를 100% 전량매수해 농업인들이 신바람 나는 재배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 지역사회 우수한 인재육성을 위해 향토장학금을 3회에 걸쳐 3000만 원을 기탁하는 등 누구보다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농촌의 CEO입니다. 홍화원은 엄격한 기준의 HACCP시설로 우리 먹거리에 안전성을 부여하였으며, 김 대표는 이번에 열리는 2013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이사를 맡아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알찬 강소농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