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창원 가곡전수관서 열린 상반기 전국 국악학 대회 성과

지난 5일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관장 조순자)에서는 올해 상반기 국악학 전국 대회가 열렸다.

경남 방문의 해를 맞아 가곡전수관과 (사)한국국악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전국의 내로라 하는 국악과 국악교육 석학들이 모여 '가곡'(歌曲)만을 주제삼아 학술 발표와 토론을 이어나갔다. 다양한 국악 장르 가운데서도 '가곡'만을 주제로 심도 깊은 학술행사가 열린 것은 지역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이날 변미혜 한국교원대 교수는 가곡이 어떤 방식으로 정형성을 띠며 만들어졌는지를 가곡 노랫말의 음보, 배자, 장단 점수의 상관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가곡 작창 원리에 대한 소고'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현재 국내 국악학과 국문학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 가운데 하나인 '가곡'과 '시조창' 간 연관관계를 파악하는데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를 소개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가곡과 시조창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가곡'과 '시조창'은 모두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시를 가사로 노래를 부른 것이다. 한데 '가곡'은 노랫말이 5장으로 표기되는 반면 시조창은 3장으로 표기된다.

현재 많은 국문학자들은 가곡과 시조창이라는 음악적 형식에 고유한 두 가지 노랫말 유형이 따로 설정돼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두 전통음악 모두 시조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갈래로 전승 및 보전돼 계보를 잇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악학 전공자나 국문학자 중에서도 음악을 병행 연구한 학자들 사이에서는 시조가 가곡의 영향을 받았음을 이야기한다. 가곡의 5장 형식에서 시김새나 박자, 음계를 축소해 3장 형식으로 만든 것이 시조라는 주장이다. 특히 시조창을 음악으로 배우면 시조와는 몇 가지 다른 변화가 있는데 이 양상이 가곡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창원 가곡전수관에서 (사)한국국악학회·가곡전수관 공동 주최로 올해 상반기 국악학 전국 대회가 열렸다. /가곡전수관

변미혜 교수는 가곡이 수천편의 시도 얼마든지 작창할 수 있는 원리를 갖고 있는 잘 짜인 정형성이 돋보이는 음악임을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변 교수는 1979년 김기수가 쓴 <남창 가곡백선>에 실린 남창 가곡 악곡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이들 곡의 사설 음보수와 장단 점수를 비교했다.

가곡은 작창 시기와 노래 빠르기에 따라 초수대엽, 이수대엽, 삼수대엽, 농, 낙, 편의 6곡체로 구성된다. <남창 가곡백선>에는 초수대엽 8곡, 이수대엽 6곡, 삼수대엽 10곡과 농에 해당하는 평롱 4곡, 언롱 4곡, 우롱 1곡, 낙에 해당하는 계락 3곡, 우락 3곡, 언락 6곡, 편에 해당하는 편수대엽 6곡, 언편 3곡, 우편 1곡 등 모두 60곡이 수록돼 있다.

먼저 '초수대엽' 8곡의 사설 음보수와 장단 점수를 비교한 결과 1에서 5장 모두 4음보 구조로 일정하게 구조화되어 있다. 장단 점수 역시 규칙적으로 배자해 정형성을 띤다. '이수대엽' 6곡도 초수대엽과 동일한 구조가 나타났으며 '삼수대엽'도 이수대엽과 마찬가지로 각 장의 사설 음보수와 장단 점수가 규칙성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에서는 초수대엽과 이수대엽, 삼수대엽과 같이 규칙성을 가지는 경우와 3장과 5장에서 사설 음보수가 늘어나는 경우로 나뉜다. 하지만 3장과 5장에서 사설 음보수와 장단 점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1, 2, 4장은 규칙성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낙'과 '편' 역시 '농'처럼 3장과 5장이 늘어나는 경향성을 띠더라도 1, 2, 4장은 규칙성을 가지고 있음이 연구 결과 나타났다.

변 교수는 이를 통해 "가곡은 전승되지 않고 있는 많은 시조시의 노랫말을 음보로 나누어 각 장에 얹어 부를 수 있으며 음보수에 늘어날 경우 해당 장단 점수를 늘려 노래할 수 있다는 작창의 제 1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가곡 6곡체 모두 12음보로 1, 2장은 2음보, 3장은 4음보, 4장은 1음보, 5장은 3음보의 기본 구조와 일정한 장단도로 고정되어 악곡을 정형화하고 있으며, 3장과 5장에서만 사설의 음보수에 따라 장단 점수를 늘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학자들은 시조의 정형성(총 3장 구성, 종장 초두 3음절 또는 4음절을 넘지 않고, 종장 음보는 '3·5·4·3', '3·4·4·4' 배율을 맞춘다 등)을 바탕으로 문학적으로 시조창은 가곡과 또 다르게 독자적으로 발전돼 왔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반면 이 연구는 가곡 역시 음보와 장단 점수가 규칙적으로 배자되어 있음을 규명하고 또한 가곡이 다양한 장단을 바탕으로 길이가 다른 시조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내면서 가곡과 시조창 사이의 관계 규명에 또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단서가 되는 새로운 연구로 평가받는다.

토론자로 나선 한양대 한영숙 교수는 "오늘날 연주되는 남·여창 가곡들은 각 곡체마다 서너편의 악곡이 전승되지만 원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를 얹어 불렀음을 '가집'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시조시를 얹어 가곡 창으로 부르는데는 분명 작창 원리가 가객들 사이에 일반화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아직 규명을 못한 채 추측만 한 상황에서 변미혜 교수 논문은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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