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 동참 안해 … 이 의원, 80명 서명 받고도 발의 미뤄

통합 창원시 청사 갈등에서 불거져 나온 '마산 분리'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주영(새누리당·마산합포구) 의원은 안홍준(새누리당·마산회원구) 의원의 서명을 받아 지난 2일까지 '마산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주영 의원 측은 아직 법안 제출을 못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10일 법안 마련에 들어가 지금까지 동료 의원 80명가량의 서명을 받아두고 있다.

문제는 안홍준 의원이 서명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러시아 출장 중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25일 창원시청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안 의원의 서명을 받지 않으면 법안을 제출하는 의미가 적다고 말한 바 있다. 나머지 4명의 창원지역 국회의원도 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이라도 동참을 해야 마산지역에서라도 같은 뜻으로 분리를 추진한다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의원을 설득해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통과할 명분이 적다고 이 의원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은 간담회 자리에서 안 의원이 법안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발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여전히 마산 분리는 시기상조이며 명분도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 탓에 앞으로도 선뜻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마산 국회의원 사이에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판단 기준과 근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창원 갈등이 더 심화했기에 분리가 최선의 해결책이라 판단하고 있다. 또 이는 대다수 시민의 민심이며 마산지역 시의원이 채택한 결의안을 국회의원이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의원은 마산 분리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창원시 갈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통합을 주도해놓은 입장에서 분리를 추진하는 것 역시 명분도 적고 정치 도의상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중요한 부분은 서로 정치적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4·11 총선에서 68.8%의 표를 얻어 부산·울산·경남에서 최고 득표율로 당선했다. 다음 총선에서도 경쟁자로 거론되는 뚜렷한 상대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현재의 텃밭을 잘 가꾸면 재선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현재 마산 분리 바람이 가장 센 곳도 이 의원의 지역구인 마산합포구다. 이런 계산에서 이 의원이 적극적으로 마산 분리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안 의원은 2015년 총선에서 경쟁해야 할 상대가 벌써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 안 의원의 지역구인 마산회원구는 마산합포구에 비해 마산 분리 바람이 다소 약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안 의원이 마산 분리에 찬성하게 되면 통합을 주도했던 사람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 다시 분리 운동에 나섰다는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분리에 동참했다가 총선 때까지 성사가 안 되면 역시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크다. 이 탓에 안 의원이 마산 분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마산지역 한 시의원은 "두 국회의원이 처한 상황이 다르니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당연히 정치적 입장도 고려된 결정일 것이다.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산지역 정당·시민사회단체가 연석회의를 꾸려 마산 분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안 의원의 서명과 동의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안 의원을 어떻게 설득할 지가 마산 분리 입법의 첫 시험대인 셈이다. 이에 두 의원이 한뜻으로 모일지,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가게 될지 그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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