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75) 하동 경량비행기 체험

제대로 바람이다. 바람에 몸을 실어 하늘을 날았다.

레저용 경량비행기를 타려고 떠난 곳은 섬진강항공(하동군 고전면 월진길 115-16번지). 남해고속도로를 달려 하동 톨게이트를 통과해 계천사거리(19번 도로)를 타고 1.6km 정도 가다 보면 하동포구대로가 나온다. 여기서 800여 m를 지나 재첩길에 접어든다. 1.5km 정도만 가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하동 톨게이트만 통과하면 어렵지 않게 섬진강을 옆에 끼고 펼쳐진 경비행기 체험장을 찾을 수 있다.

다행히 날씨는 좋다.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적당하다. 경량비행기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오기 전에 비행이 가능한지 전화 문의가 필수다. 당일에도 다른 비행 일정이 없거나 기상 상황만 좋다면 예약·탑승이 가능하다.

경량비행기는 조종사를 포함해 단 두 명만이 탑승할 수 있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왔지만 그래도 살짝 떨린다. 앞서 경비행기 체험을 하고 내리는 탑승자의 표정을 살피기 바쁘다.

   

섬진강항공의 경량비행기 제원은 길이 7m, 폭 9.9m, 높이 2.1m, 최대이륙중량 580kg. 최대 속도는 260km, 순항 속도는 250km, 최대 이착륙거리는 100m이다. 만 5세 이상이면 누구나 탑승할 수 있다.

날개와 몸체가 만나는 부분을 디뎌 비행기에 올랐다. 섬진강항공 대표 김 영 조종사와 나란히 앉았다. 헤드셋을 쓰고 나니 실감이 난다. 체험 시간은 15분.

"위험하면 더는 취미가 아니죠. 경량비행기는 특유의 활공 성능으로 유사시에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어요. 하늘 위로 올라가면 정말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커다란 덩치의 일반 항공기는 탈 때만 비행기를 탄다는 느낌이 있을 뿐 그 안에 들어가면 이곳이 하늘 위인지 단단한 차 안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경량비행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릴 때부터 이미 비행기와 내가 한몸이다. 비행기 떨림과 속도, 이륙할 때 느낌까지 오롯이 전달된다. 어느새 하늘 위에 떠 있다.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

괜스레 감성적이 된다. 산의 정상과 눈높이를 같이했다. "산을 타고 넘어오는 바람을 느끼려면 이 정도 높이가 딱 좋아요. 좀 더 올라가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아무런 느낌이 없죠. 일반 항공기는 하늘길이 있지만 경비행기는 5000피트 이하의 하늘은 어디든 다 갈 수 있어요. 온전한 자유죠. 이게 경비행기의 매력입니다."

비행기 조종석에 처음 앉아본 아이는 신이 났다.

남해대교와 한려수도가 한눈에 보인다. 수직으로 내려다보이는 맑디 맑은 남해의 바다도 살짝 속내를 드러낸다.

어른 주먹만큼 뚫려 있는 창문을 돌려 바람을 맞았다. 땅 위의 그것과는 다르다.

겁을 잔뜩 먹어 순서를 양보한 아이가 무선을 전해 온다. "하늘 위에 있어? 안 무서워?"

"자동차가 장난감처럼 작아. 아파트도 블록 같아 보여."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하늘 위 세상을 자세히 묘사해준다.

조종사가 다리 사이에 놓인 조종간 작동을 독려한다. 예민하다. 살짝만 기울여도 비행기와 몸은 여지없이 기운다. 균형도 잡아보고 잠깐 실제 비행을 해본다.

경량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

15분이 짧은 시간이라 생각했지만 10분 정도가 지나니 괜스레 엄살 섞인 목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멋진 풍광을 포기할 수 없다. 열심히 눈에도 담고 카메라에도 담았다.

궂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듯 말듯 잔뜩 흐렸다 갑자기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는 당혹스럽다. 잠깐이지만 하늘 위에서 맞았던 그 공기가 새삼 더욱 그리워진다.

자세한 내용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우리레저스포츠스쿨'을 검색하거나 070-4414-5789로 문의하면 된다.

◇체험 비용 (보험료 1만 원 별도)

   

△A코스(15분) =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체험 비행. 5만 원.

△B코스(30분) = A코스 포함, 남해안 일대 관광비행(조종체험 포함)을 즐길 수 있다. 10만 원.

△C코스(60분) = B코스 포함, 더 구체적인 비행조작 훈련 과정. 20만 원.

◇경량비행기란?

타면조종형비행기, 체중이동형비행기, 경량헬리콥터, 자이로플레인 및 동력패러슈트 중에서 탑승 인원이 조종사를 포함해 2명 이하이며, 자체중량은 115kg을 초과하고 최대이륙중량은 600kg 이하로서 기준에 적합한 항공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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