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홀몸어르신에 무료급식·목욕봉사하는 이권희 씨

"감사합니다."

그는 홀몸어르신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한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가게를 나서는 어르신들에게 오히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6년째 창원시 문화동·월영동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과 목욕 봉사를 하고 있는 이권희(58) 씨다. 그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에서 '합천황토한우식당'을 7년째 운영하고 있다. 매월 첫째 주가 되면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인근 어르신들을 초대한다. 이 씨와 어르신들은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 씨 고향은 합천이다. 해인사 근처에서 자랐다. 불교 3대 사찰로 손꼽히는 해인사의 품안에서 자라서 그랬을까. 어려서부터 불교는 자연스러웠다.

그러다 20대에 접어들면서 직장을 따라 마산으로 왔다. 후에 16년 동안 식품납품 사업을 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다시 법당을 찾았다. 이 씨는 포교당 정법사 영축불교대학으로 갔다. 지금은 영축불교대학 총동문회장을 맡았다.

"교리, 불교의 계율, 윤리 등을 배웠습니다. 스스로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 하지만 실천을 하지 않으니 무언가 허전했어요. 그러다 동네 노인정을 찾았죠."

이권희 씨와 아내 박연희 씨. /김희곤 기자

처음에는 동네 노인정을 찾았다. 해운동 아파트 단지에 있는 노인정의 어르신들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월영동주민센터를 찾아가 협조를 구했다. 그리하여 문화동과 월영동 홀몸어르신들을 만나게 됐다. 보통 어르신 20~30여 명에게 점심을 대접한다. 많을 때는 70여 명이 찾기도 한단다.

1년이면 500명가량에게 점심을 대접하는데, 비용도 만만찮을 것 같았다.

"한 번 대접할 때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잘 몰라요. 그냥 우리 가게에 있는 음식들 내놓는 거니까 따로 계산을 해보지 않아서…."

그래도 재차 물으니 한 번에 50만~60만 원 정도 될 것 같다고 대답한다.

"여유가 생기니까 '다시 비우고 살아야겠다' 생각했어요. 점심 드시는 어르신들 보면 흐뭇합니다. 약주도 한잔 걸치고 하다보면 흥이 나는지 한 곡조 읊기도 하고, 또 저도 한 곡 부르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면 절로 웃음도 나고…. 이런 게 행복이지요. 뭐."

조금 멋쩍은 듯이 말하지만 표정은 밝다. 곧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얼굴에는 어느 한구석 그늘이라고는 없다. 웬만한 일은 '허허허'하고 웃어넘길 것 같은 여유가 드러난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창원시로부터 봉사정신을 인정받고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에도 이 씨 이름을 검색하면 '정법사 영축불교대학 총동문회'의 이름으로 목욕 봉사를 했다는 기사가 꽤 보인다.

"일은 제가 벌이고, 사실상 아내 손으로 하는 게 많은데 미안하기도 하지요. 허허.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같이 힘이 되어주는 아내에게 너무 고맙죠."

이날 옆에 함께 앉아있던 지인은 "사실 봉사하고 그런 걸 자기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잖아요. 제가 그동안 옆에서 오랫동안 봤는데 진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일 하는 게 말이 쉽지 6년 동안 이어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라고 말한다.

자녀 1남 1녀도 잘 자랐다. 큰 걱정거리 없는 가정을 꾸렸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은 없냐고 물으니 조금 의외의 대답이다.

"없어요. 지금처럼 봉사하고 살면 그뿐이죠. 허허. 화엄경에 보면 '일중일체 다중일(一中一切 多中一)이요, 일즉일체 다즉일(一卽一切 多卽一)'이란 말이 있어요. 하나가 전체요, 전체가 하나라는 뜻인데요. 제가 하는 작은 일이 곧 이 지역 일이다 싶은 거죠. 그래서 조금이나마 베풀자 하는 것이고요. 우리 가게에 오셔서 맛있게 점심 잘 드시고 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오히려 제가 더 고맙더라고요."

이권희 씨에게 봉사는 '자랑거리'는 아닌 듯하다. 그에게 봉사는 그저 일상이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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